무작위 그래프

편집 역사 토론
통계 계산물리 수치해석 마지막 수정: 2026-08-29 04:51:33

1. 개요[편집]

무작위 그래프
Random graph
표준 모형$G(n,p)$ (길버트) · $G(n,M)$ (에르되시-레니)
차수 분포이항 $\mathrm{Bin}(n-1,p)$ → 푸아송 $\mathrm{Poi}(c)$
거대 성분 출현평균 차수 $c = np = 1$
연결성 문턱$p = \ln n / n$
임계창$p = (1 + \lambda n^{-1/3})/n$, 최대 성분 $\Theta(n^{2/3})$
지름$\approx \ln n / \ln c$ (거대 성분 안)
실제 망과의 차이군집 계수 $\to 0$, 꼬리 없음

무작위 그래프(random graph)는 간선의 존재 여부를 확률 규칙에 따라 정한 그래프, 또는 그런 그래프들 위의 확률분포다. 하나의 그래프가 아니라 앙상블이라는 점이 핵심이며, 그래서 묻는 질문도 “이 그래프가 연결돼 있나”가 아니라 ”nn \to \infty 에서 연결돼 있을 확률이 얼마인가”가 된다.

이 대상이 통계물리와 알고리즘 양쪽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거의 모든 흥미로운 성질이 문턱을 갖는다. 간선 밀도를 서서히 올리면 성질 A 가 거의 확실히 없던 상태에서 거의 확실히 있는 상태로 좁은 구간 안에서 넘어간다. 이게 상전이와 문자 그대로 같은 현상이라, 조합론과 통계역학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몇 안 되는 무대가 된다. 둘째, 널 모형(null model)으로서의 쓸모다. “실제 데이터에서 관측한 이 구조가 우연히 나올 법한가”를 판정하려면 우연의 기준선이 필요하고, 그 기준선을 제공하는 것이 무작위 그래프다.

2. 두 모형[편집]

  • G(n,M)G(n,M) — 정점 nn 개짜리 그래프 중 간선이 정확히 MM 개인 것을 균등하게 하나 고른다. 에르되시와 레니가 1959년에 쓴 것이 이쪽이다.
  • G(n,p)G(n,p) — 가능한 (n2)\binom{n}{2} 개의 정점 쌍 각각을 독립적으로 확률 pp 로 연결한다. 같은 해에 길버트가 제안했다.

관례상 둘 다 “에르되시-레니 모형”이라 부르지만 원 논문 기준으로는 G(n,p)G(n,p) 는 길버트 몫이다.1 Mp(n2)M \approx p\binom{n}{2} 로 두면 두 모형은 대부분의 단조 성질에 대해 사실상 같은 답을 준다. 계산과 증명이 훨씬 쉬운 쪽은 독립성이 있는 G(n,p)G(n,p) 이고, 그래서 이론이든 코드든 기본값은 G(n,p)G(n,p) 다.

관심 있는 영역은 대개 평균 차수를 상수로 유지하는 스케일링이다.

p=cn,E[degv]=(n1)pcp = \frac{c}{n}, \qquad \mathbb{E}[\deg v] = (n-1)p \to c

이 스케일링에서 그래프는 희소하다 — 간선 수가 Θ(n)\Theta(n) 이라 희소행렬로 다뤄야 하는 그 영역이다.

3. 거대 성분의 출현[편집]

에르되시-레니 이론의 대표 결과이자, 이 주제가 물리와 만나는 지점이다. p=c/np = c/n 에서 최대 연결 성분의 크기가 c=1c = 1 을 경계로 질적으로 달라진다.

  • c<1c < 1 (아임계) — 최대 성분 크기 O(lnn)O(\ln n). 그래프는 작은 조각들로 산산이 흩어져 있다.
  • c=1c = 1 (임계) — 최대 성분 크기 Θ(n2/3)\Theta(n^{2/3}).
  • c>1c > 1 (초임계) — 크기 θn\theta n유일한 거대 성분이 하나 존재하고, 나머지 성분은 전부 O(lnn)O(\ln n) 이다. 여기서 θ\theta
θ  =  1ecθ\theta \;=\; 1 - e^{-c\theta}

의 유일한 양의 해다.

직관은 분기 과정이다. 아무 정점에서 출발해 이웃을 훑어 나가면(=너비 우선 탐색), 매 단계 새로 발견되는 정점 수가 근사적으로 평균 cc 인 푸아송 분포를 따른다. 자손 수 평균이 1 을 넘는 분기 과정만이 양의 확률로 영원히 살아남고, 그 생존 확률이 정확히 위 식의 θ\theta 다. “평균 자식 수 1”이라는 문턱이 곧 거대 성분의 문턱인 것이다. 위 방정식은 c1c \le 1 이면 θ=0\theta = 0 만을, c>1c > 1 이면 양의 해를 갖는데, 이는 상전이 문서의 란다우식 자기무모순 방정식과 형태가 똑같고 임계 지수도 평균장 값(θ2(c1)\theta \sim 2(c-1), 즉 β=1\beta = 1)이 나온다.

전이가 일어나는 폭까지 정밀하게 알려져 있다. p=(1+λn1/3)/np = (1+\lambda n^{-1/3})/n 으로 두면 λ\lambda 를 상수로 잡은 구간에서 최대 성분들이 n2/3n^{2/3} 스케일로 요동치며, 이 n1/3n^{-1/3} 짜리 임계창은 유한 크기 스케일링 이론이 예측하는 것과 정확히 대응한다.2

4. 연결성 문턱[편집]

거대 성분이 생겼다고 그래프가 연결된 것은 아니다. c>1c > 1 이어도 고립 정점이 상수 비율로 남아 있다.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려면 훨씬 촘촘해야 한다.

p  =  lnn+c0nPr[연결]eec0p \;=\; \frac{\ln n + c_0}{n} \quad\Longrightarrow\quad \Pr[\text{연결}] \to e^{-e^{-c_0}}

즉 문턱은 pc=lnn/np_c = \ln n / n 이다. lnn\ln n 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소박하다. 연결성을 막는 마지막 장애물이 고립 정점이기 때문이다. 정점 하나가 고립될 확률은 (1p)n1enp(1-p)^{n-1} \approx e^{-np} 이므로 고립 정점의 기대 개수는 nenpn e^{-np} 이고, 이것이 Θ(1)\Theta(1) 이 되는 지점이 np=lnnnp = \ln n 이다. 위 극한 분포가 이중지수(굼벨) 꼴인 것도 고립 정점 개수가 푸아송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쿠폰 수집가 문제에서 lnn\ln n 이 나오는 것과 같은 종류의 계산이다.

문턱이 두 개 — 1/n1/nlnn/n\ln n/n — 라는 것은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무작위로 뿌린 통신망·센서망은 “대부분이 이어지는” 밀도와 “전부가 이어지는” 밀도 사이에 lnn\ln n 배의 간격이 있다. 마지막 한 노드까지 붙이는 비용이 나머지 전부를 붙이는 비용보다 크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실제 설계는 대개 완전 연결을 포기하고 거대 성분만 노린다.

5. 차수 분포와 실제 망의 배신[편집]

G(n,p)G(n,p) 의 차수는 이항분포 Bin(n1,p)\mathrm{Bin}(n-1,p) 이고, p=c/np = c/n 에서 푸아송 Poi(c)\mathrm{Poi}(c) 로 수렴한다. 푸아송 분포의 꼬리는 지수보다도 빠르게 죽으므로 평균보다 훨씬 큰 차수를 가진 정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평균 차수가 6 인 무작위 그래프에서 차수 600 짜리 정점이 나올 확률은 0 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성질G(n,p)G(n,p), p=c/np=c/n실제 망(웹·인용·단백질 상호작용)
차수 분포푸아송, 꼬리 없음두꺼운 꼬리, 종종 근사적 멱법칙
군집 계수p=c/n0p = c/n \to 0상수 수준으로 큼
평균 거리lnn/lnc\approx \ln n / \ln c비슷하게 짧음
차수 상관없음있음(동류·이류 혼합)

짧은 거리 하나만 맞고 나머지는 다 틀린다. 특히 군집 계수 — 내 이웃 둘이 서로 이웃일 확률 — 가 G(n,p)G(n,p) 에서는 pp 그 자체라 nn 이 커지면 0 으로 죽는데, 사회망에서는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이유로 상수 수준을 유지한다. 무작위 그래프가 국소 구조가 없는 모형이라는 것이 이 실패의 근원이다.

그래서 나온 후속 모형들이 각각 하나씩을 고친다.

  • 작은 세상 네트워크(와츠-스트로가츠, 1998) — 고리 격자에서 출발해 간선을 확률 qq 로 무작위 재배선한다. qq 가 아주 작아도 평균 거리는 급격히 lnn\ln n 스케일로 떨어지는데 군집 계수는 격자 값 근처에 남는다. “높은 군집 + 짧은 거리”를 동시에 내는 최소한의 장치.
  • 무척도 네트워크와 바라바시-알베르트 모형(1999) — 정점을 하나씩 추가하며 기존 정점에 차수에 비례하는 확률로 붙인다(선호적 연결). 성장 + 선호적 연결이 함께 있으면 차수 분포가 지수 3 의 멱법칙으로 수렴한다. 아이디어 자체는 율(1925)과 프라이스(1976)의 누적 이득 모형이 먼저였고, BA 가 한 일은 그것을 네트워크 언어로 재발견하고 대중화한 것이다. 실제 망의 꼬리가 정말 멱법칙인지는 통계적으로 여전히 논쟁 중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만하다.
  • 구성 모형(configuration model) — 차수열 {ki}\{k_i\}먼저 지정하고 그 차수를 가진 그래프를 균등하게 뽑는다. 정점마다 반쪽 간선(stub)을 kik_i 개 달고 무작위로 짝지으면 된다. 차수 분포를 원하는 대로 넣으면서 그 외에는 최대한 무작위이므로, **“차수만 보존한 널 모형”**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거대 성분 조건도 깔끔하다 — 멀로이-리드 기준에 따르면 거대 성분이 존재할 조건은
k2k>2\frac{\langle k^2 \rangle}{\langle k \rangle} > 2

이며, k2\langle k^2\rangle 이 발산하는 멱법칙 망(γ3\gamma \le 3)에서는 이 조건이 항상 성립한다.

6. 퍼콜레이션과 견고성[편집]

무작위 그래프와 퍼콜레이션의 관계는 유비가 아니라 정의상 같은 것이다. 완전그래프 KnK_n 의 각 간선을 독립적으로 확률 pp 로 열어 두는 본드 퍼콜레이션이 곧 G(n,p)G(n,p) 다. 거대 성분 = 무한 클러스터, c=1c=1 = 임계점, θ\theta = 무한 클러스터 밀도로 용어가 일대일 대응한다. 격자 퍼콜레이션과 다른 점은 차원이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무작위 그래프의 임계 지수는 항상 평균장 값이다(격자에서는 6차원 이상에서 같은 값이 나온다).

이 대응이 실무에서 쓰이는 자리가 네트워크 견고성이다. 노드나 간선을 확률 1p1-p 로 무작위 제거한 뒤 거대 성분이 남는지 묻는 것이 사이트/본드 퍼콜레이션 그 자체다. 구성 모형에서 무작위 제거에 대한 문턱은

pc  =  kk2kp_c \;=\; \frac{\langle k \rangle}{\langle k^2 \rangle - \langle k \rangle}

인데, 멱법칙 지수 2<γ<32 < \gamma < 3 이면 k2\langle k^2 \rangle 이 발산해 pc0p_c \to 0 이다. 무작위 고장으로는 이 망을 못 부순다는 뜻이고, 반대로 차수 큰 정점부터 노리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인터넷의 견고성/취약성 이중성으로 유명한 그 결과다.

7. 널 모형과 벤치마크로서의 무작위 그래프[편집]

시뮬레이션·알고리즘 쪽에서 무작위 그래프를 만나는 방식은 대개 도구로서다.

  • 기대 성능 분석 — 최악의 경우가 절망적인 알고리즘도 무작위 입력에서는 멀쩡한 경우가 많다. 그래프 동형 판정이 대표적이다. G(n,1/2)G(n,1/2) 에서 거의 모든 그래프는 이웃 차수 정보 몇 번만 정제해도 정점이 전부 구별되므로, “거의 모든 그래프”에 대해 선형 시간에 표준형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무작위 입력에서 쉬운 이 현상은 SAT 풀이기에서와 정반대 방향의 교훈을 준다 — 어떤 문제는 무작위가 쉽고, 어떤 문제는 무작위가 가장 어렵다.
  • 조합적 존재 증명G(n,1/2)G(n,1/2) 에서 큰 단색 클리크가 없을 확률이 양수임을 보이는 것만으로 램지 수의 하한 R(k,k)>2k/2R(k,k) > 2^{k/2} 이 나온다. 에르되시의 확률론적 방법이며, 구체적인 예시 하나 없이 존재만 증명하는 이 스타일이 조합론의 표준 무기가 됐다.
  • 군집 탐지의 기준선 — 모듈러리티 QQ 는 “같은 커뮤니티 안의 간선 비율”에서 “구성 모형이 예측하는 기대값 kikj/2mk_ik_j/2m“을 뺀 값이다. 즉 커뮤니티 탐지의 목적함수 자체에 무작위 그래프가 기준선으로 박혀 있다. 네트워크 모티프 검출도 차수를 보존한 무작위화 앙상블과 비교해서 유의성을 잰다.
  • 확장성과 스펙트럼 — 무작위 정규 그래프는 거의 확실히 좋은 확장 그래프(expander)라, 인터커넥트 토폴로지·부호 이론·스펙트럴 군집화 이론의 표준 예시로 쓰인다. 반대로 그래프 분할을 시험할 때 무작위 그래프를 쓰면 좋은 분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벤치마크로서 의미가 없다.

마지막 항목은 강조할 만하다. 무작위 그래프는 유한요소 메시의 널 모형으로는 최악이다. 메시 그래프는 차수가 유계이고 거의 평면적이며 지름이 n1/dn^{1/d} 스케일이라 lnn\ln n 이 아니다. 분리자 크기도 O(n(d1)/d)O(n^{(d-1)/d}) 로 작아서 중첩 분할이 먹히는데, G(n,c/n)G(n,c/n) 은 그런 구조가 전혀 없다. 희소 직접 솔버의 채우기 성능이나 METIS 계열 분할기를 무작위 그래프로 벤치마크하면 실제 성능과 무관한 숫자가 나온다. 널 모형이 유용한 것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정량화해 줄 때이지, 실제를 대신할 때가 아니다.3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1. Erdős, P. & Rényi, A. (1959). “On random graphs I”. Publ. Math. Debrecen 6, 290–297 이 G(n,M)G(n,M) 을, Gilbert, E. N. (1959). “Random graphs”. Ann. Math. Statist. 30(4), 1141–1144 가 G(n,p)G(n,p) 를 다뤘다. 세상 모두가 G(n,p)G(n,p) 를 “에르되시-레니 그래프”라 부르는 통에 길버트는 이름을 뺏긴 셈인데, 정작 논문을 뜯어 보면 오늘날 우리가 쓰는 모형은 길버트 쪽이다. 억울한 명명은 과학사의 국룰(스티글러의 법칙)이다.

  2. 임계창의 정밀 구조는 Bollobás (1984)와 Łuczak (1990)이 확립했고, 최대 성분들의 극한이 브라운 운동 관련 확률 과정으로 기술된다는 것은 Aldous (1997)의 결과다. 동전 던지기에서 시작해 브라운 운동으로 끝나는 전개가 퍼콜레이션 쪽 사정과 판박이인데, 우연이 아니라 둘이 같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3. 그래서 “우리 데이터가 무작위 그래프와 유의미하게 다르다”는 주장은 사실상 아무 정보도 없다. 실제 망 중에 G(n,p)G(n,p) 를 닮은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널 모형을 고를 때는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무작위화하는가를 먼저 정해야 하고, 차수열까지 보존한 구성 모형과 비교했을 때도 남는 차이라야 비로소 할 말이 생긴다. 논문 심사에서 이 지적을 받아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