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복합행렬 Compound matrix | |
|---|---|
| 정의 | $A$ 의 모든 $k$ 차 소행렬식을 사전식으로 배열한 행렬 $C_k(A)$ |
| 크기 | $\binom{m}{k}\times\binom{n}{k}$ |
| 핵심 항등식 | 코시-비네 $C_k(AB)=C_k(A)C_k(B)$ |
| 고유값 | 원 고유값 $k$ 개의 곱 전부 |
| 양 끝 | $C_1(A)=A$, $C_n(A)=\det A$ |
| 실무 | 작은 $n$ 에서만. 큰 문제는 연속 QR로 대체 |
복합행렬(compound matrix)은 행렬 의 차 소행렬식들을 성분으로 삼아 새로 만든 행렬 로, 행렬에서 행 개와 열 개를 고르는 모든 방법에 대해 그 부분행렬의 행렬식을 계산하고, 인덱스 집합을 사전식으로 줄 세워 배열에 담은 것이다.
양 끝은 익숙한 물건이다. 이면 그대로고, 가 일 때 이면 라는 행렬이다. 즉 복합행렬은 행렬과 행렬식 사이를 잇는 사다리이며, 그 사다리의 각 칸이 ” 차원 부피가 어떻게 늘어나는가”를 잰다. 존재 이유를 한 줄로 말하면, 행렬식이 만족하는 곱셈 법칙 가 모든 에 대해 성립하도록 일반화한 것이 복합행렬이다.1
2. 코시-비네 — 이 개념의 전부[편집]
복합행렬의 값어치는 사실상 다음 한 줄에 다 들어 있다.
코시-비네 정리(Cauchy–Binet)의 일반형이다. 가 , 가 이고 이면 성립하며, 성분으로 풀어 쓰면 ” 의 한 소행렬식은 의 소행렬식과 의 소행렬식의 곱의 합”이라는 익숙한 형태가 된다. 로 두면 로 돌아온다.
이 한 줄에서 나머지가 줄줄이 딸려 나온다.
- 이므로 .
- , . 직교행렬의 복합행렬은 직교행렬이고, 유니터리의 복합행렬은 유니터리다.
- .
- 가 상삼각이면 도 상삼각이고 대각성분은 다.
수학적으로 이건 차 외대수 위의 유도 사상을 기저 로 좌표화한 것이다. 즉 는 함자(functor)이고 코시-비네는 그 함자성을 좌표로 쓴 것에 불과하다. 외대수의 언어로 보면 이 최고차 한 칸만 본 것이고, 복합행렬은 중간 칸들을 전부 살려 둔 것이다.
가장 손에 잡히는 얼굴은 부피다. 가 이면 코시-비네에서
이 나오고, 좌변의 제곱근은 의 열들이 만드는 차원 평행체의 부피다. 의 성분들은 그 부분공간의 플뤼커 좌표이며, 크기를 무시하면 그라스만 다양체 위의 한 점을 가리킨다. “부분공간을 좌표 대신 소행렬식 벡터로 표현한다”는 발상이 뒤에 나올 응용 전부의 뼈대다. 자세한 기하는 플뤼커 좌표 쪽 이야기.
3. 스펙트럼 — 고유값 개의 곱[편집]
의 고유값이 (중복 포함)이면 의 고유값은
의 개다. 슈어 분해 에 코시-비네를 먹이면 이고, 삼각행렬의 복합행렬이 삼각이며 그 대각이 고유값들의 곱이라는 사실에서 곧바로 나온다. 같은 논법을 특이값 분해에 쓰면 특이값도 개씩 곱해진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무시무시한 사실 하나가 따라 나온다. 의 조건수는 이라 원 행렬의 조건수를 제곱 가까이 키운다. 복합행렬을 부동소수점으로 만들면 유효숫자가 배 속도로 증발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뒤에서 “실제로는 계산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첫 번째 이유다.
행렬식 쪽도 깔끔하다. 실베스터-프랑케 정리(Sylvester–Franke)는
를 준다. 이면 지수가 이 되어 이라는 익숙한 공식이 된다. 그리고 그게 우연이 아니다.
4. 수반행렬·크라메르 법칙과의 연결[편집]
이 특별한 이유는 이라 가 원래와 같은 크기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이미 이름이 붙은 물건이 살고 있다 — 수반행렬 다.
부분집합은 빠진 원소 하나로 지정되므로, 행 인덱스 집합 로 줄을 세우면
이다. 즉 수반행렬은 차 복합행렬의 전치에 체스판 부호를 얹은 것이다. 부호 대각행렬 를 쓰면 로 한 줄에 적히고, 이므로 코시-비네가 곧바로
를 준다. 수반행렬의 곱 순서가 뒤집히는 이유가 “전치가 곱을 뒤집기 때문”이라는 것이 여기서야 눈에 보인다. 여인수 전개로 이걸 직접 증명하려 들면 지옥이다.
크라메르 법칙도 같은 언어로 다시 읽힌다. 의 해가
이므로, 크라메르 법칙은 과 이라는 이웃한 두 칸의 비다. 사다리의 마지막 두 칸만 쓰는 공식인 셈. 이 시점에서 복합행렬이 왜 잘 안 알려졌는지도 짐작이 간다 —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칸이 맨 위 두 개뿐이라, 중간 칸에 이름을 붙일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5. 덧셈형 복합행렬 — 미분방정식이 요구하는 버전[편집]
지금까지의 는 곱셈을 곱셈으로 보내는 곱셈형(multiplicative) 복합행렬이다. 그런데 미분방정식에 쓰려면 덧셈을 덧셈으로 보내는 버전이 필요하다. 를 항등원 근처에서 미분한 것이 덧셈형 복합행렬(additive compound)이다.
고유값은 곱이 아니라 합이 된다 — . 의 명시적 형태가 자주 인용된다(인덱스 쌍을 순으로 줄 세운 것).
대각합이 인 것으로 검산이 된다. 이게 필요한 이유는 다음 사실 때문이다. 선형계 의 기본행렬 에 대해
가 성립한다. 즉 소행렬식들 자체가 또 하나의 선형 미분방정식을 만족한다. 을 넣으면 라서 , 곧 브론스키 행렬식의 아벨 항등식이 나온다. 아벨 항등식은 사다리 맨 위 칸의 특수한 경우였던 것.
이 방정식이 실제 정리를 낳는다. 멀다우니(Muldowney, 1990)는 의 야코비안 에 대해 의 로그 노름이 음수이면 주기해가 존재할 수 없음을 보였다. 2차원의 벤딕손 판정법( 이면 주기해 없음)을 고차원으로 올린 것이며, 논리도 그대로다 — 2차원 부피가 단조 감소하면 닫힌 궤도를 둘러싼 면적이 유지될 수 없다. 감염병 모형이나 화학 반응계의 전역 안정성 증명에서 지금도 쓰이는 도구다.2
6. 랴푸노프 스펙트럼의 부분합[편집]
카오스 쪽에서 복합행렬이 정확히 무엇을 재는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랴푸노프 지수 의 부분합이 바로 차 복합행렬의 성장률이다.
이면 접선 벡터 하나의 신장률, 면 접선 평면 조각의 넓이 신장률, 이면 위상공간 부피의 신장률 로 리우빌 정리다. 개별 지수를 직접 정의하기 어려운 자리에서 “부분합의 사다리”가 훨씬 자연스러운 대상이라는 것이 오셀레데츠 정리 계열 논의의 출발점이고, 카오스 이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플런-요크 차원이 부분합이 부호를 바꾸는 지점을 선형보간하는 것도 이 그림 위에 있다.
7. 그래서, 계산은 하지 않는다[편집]
이론이 이렇게 예쁜데 수치 코드에서 복합행렬을 거의 못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크기가 폭발한다. 는 에서 최대가 되는데, 이면 이다. 행렬 하나가 만 차원 행렬로 부푼다. 행렬-벡터 곱조차 감당이 안 된다.
둘째, 조건수가 제곱으로 나빠진다. 앞 절에서 본 의 곱 구조 때문이다. 성분들이 을 오가며 오버플로·언더플로하고, 살아남아도 유효숫자가 없다.
그래서 큰 문제에서는 QR 기반 연속 직교화가 복합행렬을 대신한다. 부분공간을 소행렬식 벡터로 들고 다니는 대신, 기저 행렬을 적분하면서 주기적으로 QR 분해로 재직교화하고 성장은 의 대각에 로그로 흡수한다. 가 정확히 자리를 대신하므로 얻는 정보는 같은데 조건수가 항상 1이다. 랴푸노프 스펙트럼의 벤티틴 알고리즘, 경계값 문제의 고두노프-콘테 직교화, 그람-슈미트 재직교화가 전부 이 한 가지 요령의 다른 이름이다.
그럼에도 복합행렬이 그대로 살아남은 자리가 있다 — 이 작을 때다. 오어-조머펠트 방정식은 4차 상미분방정식이라 , 이고 이다. 6차원 계 하나만 적분하면 되는데, 그 대가로 지수적으로 갈라지는 두 해가 만드는 악명 높은 강성이 통째로 사라진다(소행렬식은 부분공간만 보므로 “해들이 서로 평행해지는” 병 자체가 없다). 유체 안정성 계산에서 응·리드(Ng–Reid, 1979)가 정착시킨 이 복합행렬법은 지금도 고전적 표준 해법으로 인용되며, 자기지구물리의 층상 매질 문제에서도 같은 기법이 독립적으로 발견됐다.
이론 쪽 부수입도 하나 있다. 모든 차수의 복합행렬의 성분이 전부 양수인 행렬을 완전양행렬(totally positive matrix)이라 하는데, 이 조건이 곧바로 “고유값이 모두 실수이고 서로 다르며 양수”라는 결론과 고유벡터의 부호 변화 개수 규칙을 준다. 페론-프로베니우스 정리를 각 복합행렬에 따로 적용한 것으로, 간트마허-크레인의 진동 이론이 이 논법 위에 서 있다. 즉 복합행렬은 계산 도구로는 은퇴했어도 정리를 증명하는 도구로는 현역이다.3
8. 관련 문서[편집]
- 행렬식 · 수반행렬 · 크라메르 법칙 · 케일리-해밀턴 정리
- 특이값 분해 · QR 분해 · 그람-슈미트 · 조건수
- 브론스키 행렬식 · 오어-조머펠트 방정식 · 플로케 이론
- 랴푸노프 지수 · 카오스 이론 · 구조적 안정성
- 페론-프로베니우스 정리 · 플뤼커 좌표 · 외대수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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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지독하게 불친절하다. “복합”에는 아무 정보가 없고, 영어 compound도 사정이 같다. 차라리 “소행렬식 행렬”이나 ” 차 부피 행렬”이었다면 개념이 훨씬 빨리 퍼졌을 것이다. 실제로 이 개념은 19세기에 이미 완성됐는데도 학부 선형대수 교과서에서 거의 볼 수 없다 — 수반행렬이라는 특수 사례만 이름을 달고 살아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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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에서는 “면적이 줄어들면 닫힌 궤도가 없다”가 직관적으로 명백한데, 고차원에서 그 직관을 살리려면 어떤 차원의 부피를 봐야 하는지를 골라야 한다. 답이 2차원 부피이고, 그것을 재는 연산자가 라는 것이 멀다우니의 통찰이다. 3차원 계에서 는 여전히 이라 손으로도 다룰 만하다는 점이 이 방법의 실용성을 지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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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도구로서의 은퇴는 사실 복합행렬만의 운명이 아니다. 크라메르 법칙, 수반행렬, 여인수 전개, 파데예프-르베리에 — 행렬식 계보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증명에는 쓰고 코드에는 안 쓴다”는 자리로 밀려났다. 부동소수점이라는 환경이 행렬식보다 직교변환을 훨씬 편애하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조건수를 낮춰 오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