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탄가

편집 역사 토론
계산화학 물리 시뮬레이션 마지막 수정: 2026-08-28 04:26:41

1. 개요[편집]

세탄가
Cetane Number
재는 것압축착화 연료의 착화 «용이성» — 점화지연이 짧을수록 높다
기준연료n-헥사데케인(세테인) = 100 · HMN(이소세테인) = 15
엔진법ASTM D613 — CFR 세탄 엔진, 900 rpm, 분사 13° BTDC
정적 연소기법ASTM D6890(IQT) 등 → 유도 세탄가 DCN
계산 지표세탄 지수(D976 · D4737) — 밀도와 증류 성상으로 추정
화학적 실체저온 RO₂ 사슬분지의 속도. 옥탄가와 정확히 반대 방향

옥탄가가 “얼마나 안 붙는가”라면 세탄가는 “얼마나 잘 붙는가”다. 같은 화학을 반대편에서 읽은 것뿐이다.

세탄가(cetane number, CN)는 압축착화 연료가 분사된 뒤 자착화하기까지의 점화지연이 짧은 정도를, 같은 지연을 보이는 기준연료 혼합물의 조성으로 환산해 매긴 무차원 등급이다. 정의는 이렇게 쓴다.

CN  =  vol%(n-헥사데케인)  +  0.15×vol%(HMN)\mathrm{CN} \;=\; \mathrm{vol\%}(\text{n-헥사데케인}) \;+\; 0.15 \times \mathrm{vol\%}(\mathrm{HMN})
  • n-헥사데케인(세테인, C16H34\mathrm{C_{16}H_{34}}) == 100 — 직쇄 장쇄 알케인. 저온 반응성 최상.
  • HMN(2,2,4,4,6,8,8-헵타메틸노네인, 이소세테인) == 15 — 같은 C16H34\mathrm{C_{16}H_{34}} 이지만 가지가 잔뜩.

두 기준연료가 같은 분자식의 이성질체라는 점이 이 척도의 성격을 요약한다. 발열량도, 밀도도, 증발 특성도 거의 같은 두 물질이 착화 거동에서만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러니까 세탄가가 재는 것은 연료의 에너지가 아니라 분자 구조가 저온 산화 경로에 얼마나 협조적인가다.

옥탄가가 척도의 정의·측정·현대 엔진에서의 붕괴를 다루므로, 여기서는 겹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세탄가 고유의 문제 — 왜 하한이 0이 아니라 15인가, 정적 연소기가 어떻게 엔진을 대체했는가, 그리고 계산으로 CN을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2. 하한이 15인 척도[편집]

원래 저반응성 기준연료는 α\alpha-메틸나프탈렌이었고 그 값이 0이었다. 방향족이라 저온 반응성이 거의 없어 대칭적이고 깔끔한 척도였는데, 산화 안정성이 나쁘고 취급이 곤란해 1962년에 HMN으로 교체됐다. HMN의 실측 세탄가가 15였으므로 그 값을 그대로 정의에 못 박았고, 그래서 지금의 세탄가 척도는 하한이 0이 아니라 15인, 원점이 잘려 나간 자가 되었다.

식에 붙은 계수 0.15가 바로 그 상처다. 순수 HMN이 0+0.15×100=150 + 0.15\times100 = 15 가 되도록 맞춰 놓은 것이며, 두 성분 혼합에 대해 CN이 부피비에 선형이라는 가정을 강제로 유지시킨다. 척도라는 게 물리량이 아니라 제도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 연료의 대략적 위치는 이렇다.

연료대략적 CN성격
n-헵테인약 56RON은 0. 같은 분자가 세탄가는 높다
시판 디젤40~55유럽 규격은 최소 51, 북미는 최소 40 근처
바이오디젤(FAME)50~65긴 직쇄 에스터라 반응성이 높다
등유·제트 연료40 전후
방향족(톨루엔 등)매우 낮음저온 분지 경로가 사실상 닫혀 있다
알코올(에탄올·메탄올)매우 낮음압축착화에는 착화 개선제가 필요

n-헵테인 한 줄이 모든 것을 말한다. RON 0 / CN 약 56. 같은 분자, 같은 화학, 두 개의 정반대 등급. 저온 사슬분지가 잘 돌면 디젤에서는 우등생이고 가솔린에서는 낙제생이다.

3. 화학 — 산소를 두 번 붙이는 문제[편집]

세탄가의 물리적 실체는 냉염화학반응 메커니즘이 상세히 다루는 저온 산화 사슬분지다. 요약하면 이 경로다.

RHHR  +O2  RO2    QOOH  +O2  O2QOOH    케토하이드로퍼옥사이드+OH    분해+2OH\mathrm{RH} \xrightarrow{-\mathrm{H}} \mathrm{R} \;\xrightarrow{+\mathrm{O_2}}\; \mathrm{RO_2} \;\rightleftharpoons\; \mathrm{QOOH} \;\xrightarrow{+\mathrm{O_2}}\; \mathrm{O_2QOOH} \;\to\; \text{케토하이드로퍼옥사이드} + \mathrm{OH} \;\to\; \text{분해} + 2\,\mathrm{OH}

산소를 두 번 붙여야 라디칼이 순증하는 진짜 분지가 완성된다. 그리고 이 릴레이의 병목은 RO2\mathrm{RO_2} 의 분자 내 수소 이동, 즉 6원환 전이상태를 만들 수 있는 2차 수소가 사슬 위에 얼마나 있는가다.

  • 직쇄 장쇄 알케인 — 2차 탄소가 줄줄이 있고 사슬이 유연해 6원환 이성질화가 쉽다. 분지 잘 돌아감 → CN 높음.
  • 다분지 이소알케인 — 1차 수소(결합에너지 큼)가 대부분이고 입체적으로도 불리하다. → CN 낮음.
  • 방향족 — 고리 수소는 빼내기 어렵고, 빼내도 공명 안정화된 라디칼이라 O2\mathrm{O_2} 부가가 잘 안 붙는다. → CN 매우 낮음.
  • 에스터(바이오디젤) — 긴 알킬 사슬을 그대로 갖고 있어 CN이 높지만, 에스터기 근처의 수소는 반응성이 달라서 순수 알케인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여기서 자착화NTC(음의 온도계수) 영역이 왜 세탄가 시험의 골칫거리인지가 나온다. 착화지연이 온도에 단조롭게 반응하지 않는 구간이 있으므로, 시험 조건이 NTC 대역의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두 연료의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옥탄가에서 RON과 MON이 갈리는 것과 정확히 같은 병이며, 세탄가에서는 “엔진법과 정적 연소기법의 값이 연료군에 따라 체계적으로 어긋난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4. 어떻게 재는가 — CFR 세탄 엔진과 그 후계[편집]

ASTM D613(엔진법). 장비는 옥탄가와 같은 CFR 단기통 가변압축비 엔진이되, 스파크 대신 인젝터를 단 압축착화 사양이다. 절차의 골자는 이렇다.

  1. 900 rpm으로 돌리며 연료를 13° BTDC에 분사하도록 맞춘다.
  2. 압축비를 조절해 연소가 상사점(TDC)에서 시작하도록 만든다. 즉 점화지연을 정확히 13 크랭크각으로 고정한다.
  3. 그 압축비를 기록하고, 시료를 사이에 두는 두 기준연료 혼합물로 같은 절차를 반복해 내삽한다(브래킷팅).

핵심 발상이 옥탄가와 정반대라는 점이 재미있다. 옥탄가는 노킹 강도를 맞추고, 세탄가는 점화지연을 맞춘다. 그러나 둘 다 “압축비를 조절해 같은 사건을 만든다”는 같은 구조다. 1930년대 실험실이 가진 유일한 연속 가변 손잡이가 압축비였기 때문이다.

이 시험의 단점은 명확하다. 시료가 50~100 mL 이상 필요하고, 숙련 운전자와 전용 엔진이 있어야 하며, 재현성이 그리 좋지 않다. 규격이 인정하는 재현성 한계 자체가 몇 CN 단위다.

ASTM D6890(IQT, 정적 연소기법). 그래서 나온 것이 정적 체적 연소실로 엔진을 대체하는 방식이다. 예열된 고온·고압(대략 800 K대, 20 bar 남짓) 공기가 채워진 챔버에 소량의 연료를 분사하고, 분사 시작부터 압력 상승까지의 점화지연 ID를 직접 잰다. 그 값을 규격이 정한 상관식으로 유도 세탄가(DCN, Derived Cetane Number)로 환산한다. 널리 인용되는 형태는

DCN  =  4.460  +  186.6ID[ms]\mathrm{DCN} \;=\; 4.460 \;+\; \frac{186.6}{\mathrm{ID}\,[\mathrm{ms}]}

이며, 적용 가능한 ID 구간과 계수는 규격 개정에 따라 바뀌므로 쓸 때는 반드시 현행 규격을 확인해야 한다. 유사한 정적 연소기 기반 방법이 D7170·D7668 등으로 여럿 있고, 각각 상관식이 다르다.

DCN의 장점은 압도적이다. 시료 수 mL, 자동화, 짧은 시험 시간, 좋은 재현성.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제 DCN이 사실상 표준이고 D613은 기준값 유지와 규격 분쟁용으로 남았다. 단, DCN은 CN의 근사이지 같은 양이 아니다. 정의상 DCN은 “정적 연소기에서의 점화지연을 CN 스케일로 옮겨 적은 값”이고, 연료군이 기준연료와 크게 다르면(산소화 연료, 방향족 다량) 두 값이 몇 단위씩 어긋난다.

세탄 지수(Cetane Index). 아예 연소 시험을 하지 않고 밀도와 증류 성상(50% 유출 온도 등)만으로 CN을 추정하는 상관식이 D976(2변수)·D4737(4변수)이다. 정유소에서 매 배치를 시험할 수 없으니 쓰는 도구인데, 첨가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결정적 특성이 있다. 그리고 이 결함이 오히려 유용하게 쓰인다 — 세탄가와 세탄 지수의 차이가 크면 착화 개선제가 들어갔다는 신호다.1

5. 착화 개선제[편집]

세탄가를 화학적으로 사기 치는 방법도 규격 안에 있다. 2-에틸헥실 나이트레이트(EHN)나 다이-tert-뷰틸 퍼옥사이드 같은 첨가제를 수백 ppm 넣으면 CN이 몇 단위 오른다. 원리는 단순하다 — 이들은 결합에너지가 매우 낮은 O–N 또는 O–O 결합을 갖고 있어 압축 과정에서 먼저 깨지며 라디칼 풀을 미리 뿌려 준다. 저온 분지 경로가 스스로 라디칼을 증식시키는 유도기간의 앞부분을 건너뛰게 해 주는 셈이다.

효과가 연료마다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미 CN이 높은 연료에는 효과가 작고(이미 라디칼 생성이 빠르다), CN이 낮은 연료에는 크다. 즉 CN 상승분은 첨가제의 성질이 아니라 첨가제와 기유의 상호작용이며, 그래서 블렌딩 계산에 선형 모형을 쓰면 자주 틀린다.

6. 계산으로 세탄가를 낼 수 있는가[편집]

논리는 옥탄가 쪽과 같지만, 세탄가 쪽이 훨씬 유리하다. 이유가 셋이다.

  1. 판정 사건이 명확하다. 옥탄가의 판정 기준은 “표준 노킹 강도”라는 압력 진동의 세기여서 착화 시점 말고도 반응성 구배와 여기 시간이 얽힌다. 세탄가/DCN의 판정 기준은 그냥 점화지연 하나다.
  2. DCN 시험이 사실상 0차원이다. IQT류 정적 연소실은 균질 반응기에 훨씬 가깝다. 계산 모형(정적 단열 반응기)과 실험 장치 사이의 개념적 거리가 짧다.
  3. 조건이 하나로 고정돼 있다. RON/MON처럼 두 개의 다른 운전 조건을 따로 맞출 필요가 없다.

그래서 표준 계산 절차가 성립한다.

  1. 대상 연료(또는 그 대체연료 조성)의 상세 화학반응 메커니즘을 준비한다.
  2. IQT에 해당하는 온도·압력·당량비에서 0차원 정적 반응기를 강성 적분τig\tau_{ig} 를 얻는다(CanteraIdealGasReactor 한 줄이면 된다).
  3. 규격의 DCN 상관식(또는 기준연료 계열을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만든 자체 보정 곡선)에 넣는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화학이 아니라 물리다. 실제 IQT에는 분무 미립화·증발·공기와의 혼합이라는 물리적 지연이 화학적 지연 앞에 직렬로 붙어 있다. 두 지연의 분리가 안 되면 계산 τig\tau_{ig} 와 실측 ID의 차이가 곧 모형 오차인지 물리적 지연인지 구분할 수 없다. 무거운 연료일수록 증발 지연 비중이 커지고, 그래서 경질 연료에서는 순수 화학 계산이 DCN을 잘 맞히지만 중질 연료로 갈수록 어긋난다. 대응은 증발 모형을 붙이거나, 기준연료 계열을 같은 계산으로 통과시켜 상대 비교만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실제 디젤은 수백 종의 탄화수소 혼합물이라 그 자체의 상세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대체연료(surrogate)를 쓴다 — n-데케인·n-도데케인·이소세테인·데칼린·α-메틸나프탈렌 같은 소수 성분을 섞어 세탄가·H/C 비·밀도·증류 곡선·방향족 함량을 동시에 맞추는 조성 최적화 문제다. 목표 물성이 여럿이고 성분이 여럿이라 전형적인 역문제이며, 답이 유일하지 않다. “이 대체연료는 세탄가는 맞는데 층류 화염 속도가 틀리다” 같은 사태가 일상이다.2

7. 세탄가가 못 하는 말[편집]

마지막으로 이 척도의 한계를 정리해 둔다.

  • CN은 스칼라 하나다. 실제 필요한 정보는 τig(T,p,ϕ)\tau_{ig}(T, p, \phi) 라는 함수인데, 그걸 한 조건에서 한 번 평가한 값으로 대표시킨 것이다. 온도 이력이 다른 엔진에서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뜻이며, 옥탄가의 옥탄 지수 KK 논의가 여기에도 그대로 대응된다.
  • CN이 높다고 연소가 좋은 것은 아니다. 지연이 너무 짧으면 예혼합이 덜 된 상태로 타서 확산 화염 비중이 커지고 매연이 늘어난다. 저온연소나 HCCI 계열은 오히려 지연을 길게 확보해야 하므로, 그 영역에서는 CN이 높은 것이 미덕이 아니다.
  • CN은 발열량·윤활성·저온 유동성과 무관하다. 디젤 연료 규격에 CN 말고도 항목이 스무 개쯤 더 있는 이유다.
  • 블렌딩이 비선형이다. 특히 산소화 연료를 섞으면 부피 가중 평균이 잘 안 맞는다. 라디칼 풀을 성분끼리 공유하는 이상 각 성분의 화학이 독립일 리 없다는, 옥탄가에서와 똑같은 이유다.3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1. 규격 감시 관점에서는 꽤 쓸모 있는 성질이다. 세탄 지수는 물리 성상만 보므로 첨가제에 눈이 멀어 있고, 실측 세탄가는 첨가제 효과를 그대로 본다. 둘의 차이가 크면 “이 연료는 화학으로 등급을 만든 것”이라는 뜻. 물론 첨가제 자체가 불법인 건 아니고, 표시와 실제가 다른 것이 문제일 뿐이다.

  2. 대체연료 조성 최적화에는 대개 목표 물성마다 가중치를 붙인 최소제곱을 쓴다. 그러면 가중치를 누가 정하느냐가 결과를 정하고, 결국 “무엇을 맞히고 싶은가”를 먼저 선언해야 한다. 메커니즘 축소에서 “축소는 목표를 정해 놓고 하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3. 그래서 정유소는 성분별 블렌딩 세탄가(blending cetane number)라는 유효값을 따로 관리한다. 순수 상태의 CN이 아니라 “우리 기유에 넣었을 때 실효적으로 몇처럼 행동하는가”를 적어 놓은 값이다. 물리량이 아니라 회계 항목에 가깝지만, 실제로 배합 계획을 세우려면 이쪽이 훨씬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