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모형실험 Model Testing | |
|---|---|
| 근거 | 상사법칙 — 무차원수 일치 |
| 주요 시설 | 예인수조 · 캐비테이션 터널 · 풍동 · 해양공학수조 |
| 표준 시험 | 저항 · 자항 · 프로펠러 단독 · 내항 · 조종 |
| 절차 표준 | ITTC 절차서 및 불확실성 해석 지침 |
| 산출물 | 속도-마력 곡선, 운동 응답, 하중, 검증용 데이터셋 |
| 한계 | 축척 효과 — 못 맞춘 무차원수가 남긴 편향 |
실물을 만들기 전에 실물을 알아야 하는데, 실물이 없다. 그래서 작게 만들어서 물에 담근다.
모형실험(model testing)은 실물과 상사 관계에 있는 축소 모형을 제어된 시설에서 계측하여, 그 결과를 실물의 성능·하중·거동 예측으로 환산하는 실험 방법론이다. 축소가 정당화되는 근거는 상사법칙이고, 축소가 배신하는 지점이 축척 효과다. 모형실험 기술의 대부분은 이 배신을 관리하는 절차로 이루어져 있다.
CFD 가 성숙한 지금 모형실험이 남아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계산이 못 푸는 물리가 아직 있다. 둘째, 계산의 신뢰도를 확인하려면 계산이 아닌 근거가 필요하다 — 검증 및 확인에서 확인(validation)은 실험값 없이는 정의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셋째, 계약과 규제가 실험을 요구한다. 그래서 모형실험은 물리 실험실이면서 동시에 인증 절차이고, 그 이중성이 이 분야의 문서를 유난히 두껍게 만든다.
2. 시설의 역할 분담[편집]
한 시설이 모든 무차원수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시설은 무엇을 맞추고 무엇을 포기하느냐로 나뉜다.
- 예인수조. 프루드 상사를 택하고 레이놀즈수를 포기한다. 저항·자항·내항 시험의 본거지. 하드웨어와 실선 확장 절차는 해당 문서 참조.
- 캐비테이션 터널. 프루드를 포기하고 캐비테이션 수와 레이놀즈수를 맞춘다. 기압을 낮춘 폐회로 수동(水洞) 안에서 프로펠러를 돌리며 공동 발생 양상, 침식 위험 부위, 변동 압력과 수중 방사 소음을 본다. 선체 반류를 흉내 내려고 와이어 그물(wake screen)이나 축소 선체 더미를 상류에 세우는데, 이 반류가 실선과 얼마나 닮았는지가 결과의 절반을 좌우한다. 감압 예인수조는 이 두 시설의 하이브리드다.
- 풍동. 공기 쪽 무차원수(마하·레이놀즈)를 다룬다. 항공 쪽 용도가 본업이지만 선박에서도 상부구조 풍하중, 공기저항, 헬리콥터 갑판 주변 유동, LNG 선 벤트 확산 같은 항목을 맡는다.
- 해양공학수조(ocean basin). 넓고 깊은 사각 수조에 다방향 조파기·송풍기·조류 발생 장치를 갖춘 시설. 부유식 플랫폼·부유식 풍력·계류 시스템처럼 한 방향 예인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룬다. 수심이 실물의 수백 m 를 못 담으므로 계류선을 중간에서 자르고 등가 강성으로 대체하는 절단 계류(truncated mooring), 나아가 잘린 부분을 실시간 수치해석으로 계산해 액추에이터로 재현하는 하이브리드 시험이 이 바닥의 최신 무기다. 실험 안에 시뮬레이션이 들어와 있는 구조.
- 구조 시험대. 유체 없이 구조만 보는 계열 — 진동 시험, 정하중 시험, 낙하 시험. 모드 해석 결과 검증과 감쇠비 실측이 주 목적이고, 유탄성 모형은 여기서 얻은 강성·감쇠를 수조 모형에 이식한다.
3. 표준 시험 계열[편집]
선박 성능 예측은 세 시험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이 조합 구조 자체가 상사법칙의 산물이라 눈여겨볼 만하다.
3.1. 저항 시험[편집]
모형을 프로펠러 없이 끌면서 예인력과 트림·침하를 잰다. 산출물은 전저항계수 이고, 여기서 마찰을 빼고 실선 레이놀즈수의 마찰을 다시 얹는 확장 절차로 실선 저항을 얻는다.
3.2. 프로펠러 단독 시험[편집]
프로펠러만 균일류 안에서 돌려 추력과 토크를 잰다. 무차원 특성은
이고, 단독 효율은 다. 이 세 곡선(단독 특성 곡선)이 다음 시험의 해독 열쇠가 된다.
3.3. 자항 시험 — 추력 동일법[편집]
모형에 프로펠러를 달고 돌리면서 동시에 예인한다. 왜 여전히 끄는가? 모형은 레이놀즈수가 낮아 상대적으로 마찰이 과하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을 외력으로 대신 밀어 줘야 실선과 같은 부하 상태가 된다. 이 마찰 수정력(friction deduction force)은
로 계산해 미리 정해 둔다. 모형실험의 정직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 못 맞춘 무차원수의 대가를 실험 중에 실시간으로 지불한다.
이 상태에서 잰 추력·토크·회전수를 프로펠러 단독 곡선에 되먹여 선체 뒤 유동을 역산하는 것이 추력 동일법(thrust identity)이다. 절차는 단순하다.
- 자항 상태의 추력계수 를 계산한다.
- 같은 값을 주는 전진비 를 단독 곡선에서 읽는다.
- 그 로부터 유효 전진속도 를, 따라서 반류계수 를 얻는다.
- 같은 의 단독 토크 와 실측 토크 의 비가 상대회전효율 다.
- 저항 시험의 와 비교해 추력감소계수 를 얻는다.
토크를 기준으로 읽는 토크 동일법도 있고 값이 조금 다르게 나온다 — 어느 쪽을 쓰느냐가 시설의 관행이며, 확장 절차와 짝을 맞춰야 한다. 이 계수들과 단독 효율을 곱해 준추진효율을 만들고, 저항 곡선과 합쳐 최종 산출물인 속도-마력 곡선이 나온다.
3.4. 내항 시험[편집]
규칙파에서 조우 주파수를 바꿔 가며 운동 진폭과 위상을 재면 응답진폭연산자를 얻고, 불규칙파에서는 실해역 스펙트럼을 재현해 운동·가속도·슬래밍 발생 빈도·갑판 침수를 통계로 본다. 선형 범위에서는 규칙파 결과와 파 스펙트럼의 곱적분으로 불규칙 응답을 예측할 수 있지만, 슬래밍처럼 본질적으로 비선형인 항목은 그 지름길이 통하지 않아 긴 불규칙 시험을 직접 돌려야 한다. 내항성 판정 기준(가속도 한계, 침수 빈도)이 여기서 나온다.
3.5. 조종 시험[편집]
구속 모형 시험과 자유항주 시험으로 갈린다. 구속 쪽은 PMM(평면운동장치)으로 모형에 정해진 사인 운동을 강제하며 힘을 재서 운동방정식의 유체력 미계수를 뽑고, 자유항주 쪽은 모형이 스스로 항주하며 선회권·지그재그 시험을 수행해 IMO 조종성능 기준과 직접 비교한다. 미계수를 뽑아 시뮬레이터에 넣는 쪽이 범용적이고, 자유항주 쪽이 직관적이다. 선박 조종성 예측은 둘을 교차 검증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다.
4. 계측과 불확실성[편집]
4.1. 무엇으로 재는가[편집]
- 동력계(dynamometer). 저항 계측의 로드셀, 프로펠러 축의 추력·토크 동력계, 6분력 밸런스. 요구되는 것은 절대 정확도보다 선형성·반복성·온도 안정성이고, 매 시험 전후로 사하중 교정을 돌린다.
- 자세·운동. 퍼텐쇼미터·LVDT 같은 접촉식에서 광학 마커 추적·관성센서 융합으로 넘어왔다. 자유항주 모형에서는 칼만 필터 계열의 상태 추정이 표준이다.
- 파고계. 저항식·정전용량식·초음파식. 수조 조파 품질 검증과 파형 절단(wave cut) 계측에 쓰인다. 파형 절단 데이터는 조파저항을 유동장에서 직접 뽑는 파 해석법의 입력이 되는데, 저항 동력계가 주지 못하는 성분별 분해를 준다는 점에서 CFD 검증에 특히 값지다.
- 유동장. PIV(입자영상유속계)로 프로펠러면 반류 분포나 와류 구조를 면·체적으로 잡는다. 국부 유속 한 점을 정밀하게 보려면 LDV, 표면 유선은 페인트·털실(tuft), 층류-난류 난류 천이 위치는 열선막이나 적외선 열화상으로 본다.
- 압력. 소형 압전·압저항 센서. 슬래밍·슬로싱 계측에서는 센서 크기와 샘플링 주파수가 곧 결과값을 바꾸므로, 이 두 숫자를 안 적은 데이터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4.2. 불확실성 해석[편집]
계측값에 오차 막대가 없으면 CFD 검증에 못 쓴다. ITTC 는 시험 종류별로 절차서와 함께 불확실성 해석 지침을 발행하며, GUM 체계를 따라 다음을 조립한다.
- A형(무작위) 성분 — 반복 런의 표준편차에서 직접 추정. 반복성이 곧 신뢰도라 같은 조건을 여러 번 돌리는 비용이 실험 계획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 B형(계통) 성분 — 교정 성적서, 센서 사양, 온도·밀도 물성, 축척비 측정, 모형 가공 공차. 감도계수를 통해 최종량으로 전파한다.
- 데이터 리덕션 식을 통한 전파 — 저항계수처럼 여러 계측량의 조합이면 편미분 감도로 합성한다.
잘 관리된 시설의 모형 저항계수 불확실성은 1% 안팎까지 내려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실선 확장에 들어가는 마찰선 선택, 형상계수, 조도 여유, 상관 허용치는 대부분 계통적 모형화 선택이라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모형 스케일의 정밀도와 실선 예측의 정확도는 별개라는 사실이 이 분야의 오래된 겸손함이다.1
4.3. 검증 및 확인과의 접점[편집]
확인(validation)의 표준 문법에서 비교 오차 (계산값 − 실험값)는 세 종류의 불확실성과 함께 읽힌다.
이면 모형화 오차가 잡음에 묻혀 보이지 않는 것이고, 이면 모형화 오차가 검출된 것이다. 여기서 가 곧 실험 불확실성이라, 실험 오차 막대가 크면 확인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실험이 정밀할수록 계산의 결함이 드러난다”는 관계가 성립하고, 이것이 CFD 시대에 오히려 실험 불확실성 해석이 정교해진 이유다. 불확실성 정량화의 입력 불확실성 전파와 몬테카를로 방법 기반 샘플링이 쪽을 맡는다.
5. 축척 효과와 그 관리[편집]
모형실험의 모든 보정은 결국 “못 맞춘 무차원수”에서 나온다.
- 레이놀즈수. 모형 선수 부근이 층류로 남으면 마찰이 과소평가되고 잔여저항이 오염된다. 그래서 스터드 열·트립 와이어·모래띠 같은 난류 촉진장치로 강제 천이시키고, 그 장치가 만드는 항력을 다시 빼 준다. 상세 절차는 예인수조 참조.
- 반류. 모형의 두꺼운 경계층 때문에 프로펠러면 반류가 실선보다 강하다. 반류 상사(wake scaling)를 위한 보정식이 별도로 존재하고, 캐비테이션 터널에서는 반류 그물을 실선 추정 반류에 맞춰 짠다.
- 표면장력·공기. 물보라·기포·공기 포켓이 관여하는 현상은 축척이 안 맞는다. 모형을 키우는 것 외에 근본 대책이 없다.
- 탄성. 유탄성이 중요하면 코시 수까지 맞춰야 하고, 그러려면 분절 모형과 탄성 백본이 필요하다.
축척 효과를 직접 재는 방법도 있다. 같은 선형을 여러 축척비로 만들어 시험하는 계통 시험이다. 비용이 크지만 형상계수의 레이놀즈수 의존성 같은 근본 질문에 실험적으로 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고, 국제 공동 시험(비교 시험)이 주기적으로 조직되는 이유다.
6. 벤치마크 데이터셋 — 실험이 남기는 공공재[편집]
모형실험의 산출물 중 가장 오래 쓰이는 것은 특정 배의 성능 수치가 아니라 공개된 표준 시험 데이터다.
- KCS(KRISO 컨테이너선), KVLCC2(KRISO 유조선 2호) — 저항·자세·공칭 반류·국부 유동장·자항 데이터가 공개된 CFD 워크숍의 단골. KVLCC2 는 선미 후류의 후크 형상 등가속도선을 난류 모델링이 재현하지 못하는 사례로 유명해서, 이방성 모델과 하이브리드 RANS-LES 의 시험대가 되어 왔다.
- JBC(Japan Bulk Carrier) — 에너지 절감 장치가 붙은 형상까지 포함해 자항·반류 데이터를 제공한다.
- DTMB 5415 — 미 해군 함정 선형. 저항·내항·조종 데이터가 두루 갖춰져 있어 자유표면과 6자유도 운동을 함께 시험하기에 좋다.
- DTC(Duisburg Test Case) — 공개 선형과 데이터로 오픈소스 CFD 커뮤니티에서 널리 쓰인다.
이 데이터들이 예테보리·도쿄 계열의 CFD 워크숍과 조종성 워크숍의 문제지가 되어, 전 세계 코드가 같은 문제를 풀고 결과를 나란히 놓는다. CFD 의 발전 속도를 실질적으로 규정해 온 것은 알고리즘보다 이 데이터셋들의 존재였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2
7. 다른 분야의 모형실험[편집]
같은 논리가 분야를 바꿔 반복된다. 항공의 풍동 시험, 토목의 하천·항만 수리 모형과 교량 내풍 시험, 지반의 원심 모형, 건축의 경계층 풍동, 자동차의 이동 지면(무빙 벨트) 풍동, 수차·펌프의 모형 효율 시험과 그 효율 환산식. 어디서나 구조는 같다 — 지배 무차원수를 고르고, 못 맞춘 것의 대가를 보정식으로 지불하고, 그 보정식의 신뢰도가 곧 예측의 신뢰도가 된다. 시험 조건을 어떻게 배치할지 정하는 데 실험계획법이, 적은 시험점으로 응답면을 만드는 데 대리 모델이 붙는 것도 공통이다.3
8. 관련 문서[편집]
- 상사법칙 · 예인수조 · 활주정 · 슬래밍
- 프루드 수 · 레이놀즈수 · 무차원수 · 캐비테이션
- 검증 및 확인 · 불확실성 정량화 · 몬테카를로 방법
- 실험계획법 · 대리 모델 · 형상 최적화
- 난류 모델링 · 난류 천이 · 조파저항 · 구상선수
- 모드 해석 · 감쇠 · 칼만 필터 · 슬로싱
- 풍동 · 내항성 · 선박 조종성 · 응답진폭연산자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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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조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는 대체로 “본 예측은 당 시설의 상관 자료에 근거하며”라는 문장이 붙어 있다. 번역하면 “우리 수조에서 우리 방식으로 하면 이렇게 나오고, 그 방식은 과거 실선들이 맞아 준 방식이다”라는 뜻이다. 물리학보다 판례법에 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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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들이 새 코드나 새 난류 모델을 받으면 하는 첫 일은 대개 KCS 를 돌려 보는 것이다. 저항이 몇 % 틀리는지가 곧 자기소개다. 이 정도면 선형 하나가 국제 공통 시험지 노릇을 30년쯤 한 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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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예약이 몇 달 밀려 있고 하루 런 수가 정해져 있으니, 시험점을 몇 개 어디에 둘지가 곧 예산이다. “일단 다 해 보자”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이라 실험계획법이 취미가 아니라 생존 기술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