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얼 정리

편집 역사 토론
물리 계산물리 분자동역학 마지막 수정: 2026-08-04 04:44:05

1. 개요[편집]

비리얼 정리
Virial Theorem
제안루돌프 클라우지우스 (1870)
어원라틴어 vis(힘)에서 온 virial
일반형2⟨T⟩ = −Σ⟨r·F⟩
역제곱 힘2⟨T⟩ + ⟨V⟩ = 0
주 용도MD 압력 측정, 은하단 질량, 전자구조 수렴 진단

비리얼 정리(virial theorem)는 유계 운동을 하는 역학계에서 평균 운동에너지입자에 작용하는 힘이 위치와 이루는 내적의 평균을 묶어 주는 항등식으로, 다음 형태로 쓴다.

2T=iriFi2\langle T \rangle = -\sum_i \left\langle \mathbf{r}_i \cdot \mathbf{F}_i \right\rangle

우변을 클라우지우스가 비리얼이라 이름 붙였다(라틴어 vis = 힘). 방정식을 풀지 않고도 평균값들 사이의 관계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싸게 먹히는 정리이며, 그래서 분자 상자에서 은하단까지 스케일을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2. 클라우지우스의 유도[편집]

증명은 한 페이지도 안 된다. 보조량 G=ipiriG = \sum_i \mathbf{p}_i \cdot \mathbf{r}_i 를 정의하고 시간으로 미분한다.

dGdt=ipir˙i+ip˙iri=2T+iFiri\frac{dG}{dt} = \sum_i \mathbf{p}_i\cdot\dot{\mathbf{r}}_i + \sum_i \dot{\mathbf{p}}_i\cdot\mathbf{r}_i = 2T + \sum_i \mathbf{F}_i\cdot\mathbf{r}_i

이제 시간 평균을 낸다. 좌변은 1τ[G(τ)G(0)]\frac{1}{\tau}[G(\tau) - G(0)] 인데, 운동이 유계이면 GG 도 유계이므로 τ\tau\to\infty 에서 0으로 간다. 남는 것이 위 정리다. 주기 운동이라면 한 주기 평균만으로 정확히 성립한다.

전제를 정확히 새겨 둘 값어치가 있다. 필요한 것은 (a) 위치와 운동량이 발산하지 않는 유계 운동, (b) 충분히 긴 평균 시간뿐이다. 산란처럼 입자가 무한대로 달아나는 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퍼텐셜이 nn 차 동차함수, 즉 V(λr)=λnV(r)V(\lambda\mathbf{r}) = \lambda^n V(\mathbf{r}) 이면 오일러의 동차함수 정리에서 iriiV=nV\sum_i \mathbf{r}_i\cdot\nabla_i V = nV 이므로 관계가 놀랄 만큼 단순해진다.

2T=nV2\langle T\rangle = n\,\langle V\rangle
  • 중력·쿨롱 (n=1n=-1): 2T=V2\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곧 2T+V=02\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 0. 총에너지는 E=T+V=T=12VE = \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 -\langle T\rangle = \tfrac{1}{2}\langle V\rangle 로, 묶인 계의 총에너지는 항상 음수이고 그 크기가 평균 운동에너지와 같다.
  • 조화진동자 (n=2n=2): T=V\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스프링의 에너지가 운동과 위치에 반씩 나뉜다는 익숙한 결과.

중력계의 E=TE = -\langle T\rangle 는 기묘한 따름정리를 낳는다. 에너지를 잃으면 T\langle T\rangle커진다 — 즉 뜨거워진다. 별이 복사로 에너지를 잃으며 오히려 중심이 달아오르는 이유이자, 자기중력계가 음의 열용량을 갖는 이유다(미시정준 앙상블 참고).1

3. MD에서 압력을 재는 법[편집]

시뮬레이션 실무에서 비리얼 정리의 최대 용도는 압력 추정량이다. 상자 벽을 통한 운동량 전달을 통계역학으로 번역하면 다음이 나온다.

P=NkBTV+13Vi<jrijfijP = \frac{Nk_BT}{V} + \frac{1}{3V}\left\langle \sum_{i<j} \mathbf{r}_{ij}\cdot\mathbf{f}_{ij} \right\rangle

첫 항이 이상기체, 둘째 항이 비리얼 보정이다. 텐서로 확장하면 응력 텐서가 되고, 성분별로

Pαβ=1V(imiviαviβ+i<jrijαfijβ)P_{\alpha\beta} = \frac{1}{V}\left( \sum_i m_i v_{i\alpha}v_{i\beta} + \sum_{i<j} r_{ij\alpha} f_{ij\beta} \right)

이 된다. 대각 성분의 평균이 압력, 비대각 성분이 전단응력이며 후자의 시간상관에서 그린-쿠보 관계로 점성 계수까지 뽑아낸다. MD 코드가 힘 계산 루프 안에서 rijfij\mathbf{r}_{ij}\cdot\mathbf{f}_{ij} 를 함께 누적해 두는 이유가 이것이다.

3.1. 주기경계조건이라는 지뢰[편집]

여기서 초보자가 반드시 한 번은 밟는 함정이 있다. 위 식을 보고 “그럼 절대좌표로 iriFi\sum_i \mathbf{r}_i\cdot\mathbf{F}_i 를 쌓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장이다. 주기경계조건 아래에서 절대좌표 형태는 두 번 죽는다.

  • 원점 의존성. 주기계에서는 원점을 옮기면 iriFi\sum_i \mathbf{r}_i\cdot\mathbf{F}_i 가 통째로 달라진다. 총 힘이 0이라 상쇄될 것 같지만, 이미지 입자들에 걸린 힘까지 세지 않으면 그 상쇄가 성립하지 않는다.
  • 좌표 되감기(wrapping). 입자가 벽을 넘어 반대편으로 순간이동할 때마다 ri\mathbf{r}_iLL 만큼 점프하고, 비리얼이 그 순간 스파이크를 찍는다.

정답은 쌍합 형태를 최소 이미지 상대좌표로 계산하는 것이다. rij\mathbf{r}_{ij} 를 최소 이미지 규약으로 접어 쓰면 원점에 무관하고 되감기에도 연속이며, 병진 불변성이 자동으로 보장된다. 실제로 압력만 이상하고 온도·에너지는 멀쩡하다면 십중팔구 이 지점이다.2

두 가지 추가 항도 잊으면 안 된다. 구속 동역학의 구속력은 원자에 실제로 작용하는 힘이므로 비리얼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에발트 합산의 상반격자 항은 애초에 쌍합으로 쓸 수 없어 변형(strain)에 대한 미분으로 따로 유도한 표현을 쓴다. 이 둘 중 하나만 빠져도 등온등압 앙상블 계산의 밀도가 몇 퍼센트 어긋난다.3

4. 천체물리의 비리얼 질량[편집]

중력계에서 2T+V=02\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 0 을 크기 RR, 속도분산 σ\sigma 인 별·은하 무리에 대입하면 질량이 튀어나온다.

Mσ2RGM \sim \frac{\sigma^2 R}{G}

빛을 얼마나 내는지와 무관하게, 속도만 재면 질량이 나온다는 것이 이 추정의 위력이다. 1933년 츠비키가 머리털자리 은하단에 이 식을 적용했더니 밝기에서 추정한 질량보다 훨씬 큰 값이 나왔고, 그 차이가 오늘날 암흑물질 문제의 출발점이 됐다.

물론 전제가 있다. 계가 비리얼 평형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병합 중인 은하단, 아직 이완되지 않은 젊은 성단에서는 2T+U02T + U \neq 0 이라 질량이 과대평가된다. 표면항(외부 압력)이 있는 계에서는 정리 자체에 보정항이 붙는다.

5. 양자역학판과 수렴 진단[편집]

양자역학에서도 정리는 그대로 살아 있다. 정상상태에서 2T=rV2\langle T\rangle = \langle \mathbf{r}\cdot\nabla V\rangle 이고, 순수 쿨롱 상호작용만 있는 원자에서는

2T=V,VT=2,E=T2\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qquad -\frac{\langle V\rangle}{\langle T\rangle} = 2, \qquad E = -\langle T\rangle

가 정확히 성립한다. 이게 전자구조 계산에서 공짜 품질 검사로 쓰인다. 하트리-폭 방법이나 밀도범함수이론 계산 결과의 V/T-V/T 비가 2.000에서 눈에 띄게 벗어나 있으면, 기저집합이 불완전하거나 SCF가 제대로 안 풀렸다는 신호다.4 기저함수의 지수를 스케일링해 이 비를 강제로 2로 맞추는 “비리얼 스케일링” 기법도 있으며, 기저집합 품질을 논하는 완전기저 극한 논의와 맞닿아 있다.

분자에서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핵이 고정된 본-오펜하이머 근사 아래에서는 정리가

2T+V=ARAAE2\langle T\rangle + \langle V\rangle = -\sum_A \mathbf{R}_A\cdot\nabla_A E

로 확장되며, 우변은 핵에 걸린 힘이 0인 평형 기하에서만 사라진다. 즉 분자에서 V/T=2-V/T = 2 를 기대하려면 먼저 구조 최적화가 수렴해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모르고 아무 기하에서나 비를 재고 “계산이 틀렸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흔한 오진이다.

6. 관련 문서[편집]

7. Footnotes[편집]

  1. 그래서 “별은 식으면서 뜨거워진다”는 말이 성립한다. 처음 들으면 헛소리 같지만 E=TE = -\langle T\rangle 한 줄이면 끝나는 얘기다. 중력이 걸린 통계역학이 유독 골치 아픈 이유의 절반이 이 음의 열용량에서 나온다.

  2. “온도는 300 K로 잘 맞는데 압력만 -2000 bar에서 안 올라온다”는 질문이 포럼에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답은 거의 항상 비리얼을 절대좌표로 쌓았거나, 장거리 보정을 빠뜨렸거나 둘 중 하나다.

  3. 여기에 강체 분자를 쓸 때는 원자 비리얼과 분자 비리얼 중 무엇을 쓰느냐는 선택지가 더 붙는다. 평균 압력은 같게 나오지만 순간값의 요동 크기가 달라서, 바로스탯의 반응 특성이 바뀐다. 같은 계를 두 코드로 돌렸을 때 밀도 수렴 속도가 다른 이유 중 하나.

  4. 소프트웨어 출력의 “Virial ratio” 줄을 아무도 안 본다는 게 함정. 그 한 줄이 몇 시간짜리 계산이 헛돌았는지를 공짜로 알려주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에너지 값만 복사해 표에 붙여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