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평형

편집 역사 토론
계산화학 물리 시뮬레이션 마지막 수정: 2026-08-30 04:24:18

1. 개요[편집]

화학평형
Chemical Equilibrium
판정 조건정온·정압에서 G 최소
제약원소 몰수 보존, 몰수 비음수
두 정식화비화학양론(G 최소화) · 화학양론(Kp)
열역학 데이터NASA 7·9계수 다항식
대표 코드NASA CEA, STANJAN, Cantera
대표 산출물단열 화염 온도, 로켓 성능

시간이 무한히 흐르면 화학은 어디에 정착하는가. 그 답을 화학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구하는 방법.

화학평형주어진 구속 조건(보통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계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조성이며, 그 조성을 찾는 계산 문제이기도 하다. 놀라운 점은 이 계산에 반응속도론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경로로 가는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묻지 않고 오직 종착지만 묻기 때문에, 각 화학종의 표준 생성 엔탈피와 엔트로피만 있으면 답이 나온다. 속도상수 수백 개를 맞추느라 고생하는 화학반응 메커니즘 쪽 사정과 비교하면 거의 사기에 가까운 거래다.

대가는 명확하다. “무한한 시간이 흐르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이 전제가 성립하는 곳(로켓 연소실, 화학양론 화염의 주요 생성물)에서는 평형 계산이 실험과 놀랄 만큼 잘 맞고, 성립하지 않는 곳(NOx, CO, 급팽창하는 노즐)에서는 완전히 헛짚는다. 어디까지가 평형의 영토인지를 아는 것이 이 도구를 쓰는 실력의 대부분이다.

2. 최소화 문제로서의 정의[편집]

정온·정압에서 자발적 변화는 dG0dG \le 0 이고 dG=0dG = 0 이 평형이다. 그러니 평형 조성을 구하는 일은 다음 제약 있는 최소화 문제를 푸는 일이다. 화학종 j=1,,Nj = 1,\dots,N 의 몰수를 njn_j 라 하면

minn  G(n)=j=1Nnjμjsubject toj=1Naijnj=bi,nj0\min_{\mathbf{n}} \; G(\mathbf{n}) = \sum_{j=1}^{N} n_j \mu_j \quad \text{subject to} \quad \sum_{j=1}^{N} a_{ij} n_j = b_i, \quad n_j \ge 0

aija_{ij} 는 화학종 jj 한 분자에 들어 있는 원소 ii 의 개수(원소 행렬), bib_i 는 처음에 넣은 원소 ii 의 총 몰수다. 반응식이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반응은 원소를 보존하는 조성 변화일 뿐이므로, 원소 보존 등식만 걸어 두면 가능한 모든 반응이 자동으로 허용된다. 이런 정식화를 비화학양론적(non-stoichiometric) 접근이라 부른다.1

이상기체 혼합물이면 화학 퍼텐셜

μjRuT=μj(T)RuT+lnnjn+lnpp\frac{\mu_j}{R_u T} = \frac{\mu_j^\circ(T)}{R_u T} + \ln \frac{n_j}{n} + \ln \frac{p}{p^\circ}

로 쓰이고, 여기서 n=jnjn = \sum_j n_j 다. njlnnjn_j \ln n_j 항 덕분에 GG 는 실현 가능 영역에서 볼록하다 — 즉 국소 최소가 곧 전역 최소다. 최적화 문제로서는 성질이 아주 좋은 편에 속한다. 다만 lnnj\ln n_jnj0n_j \to 0 에서 발산하므로, 미량 화학종이 섞이는 순간 수치적으로는 얌전하지 않다.

3. 라그랑주 승수와 원소 퍼텐셜[편집]

등식 제약이 붙은 최소화이니 라그랑주 승수법이 정석이다. 승수 πi\pi_i 를 원소마다 하나씩 붙여

L=jnjμjRuTiπi(jaijnjbi)L = \sum_j n_j \mu_j - R_u T \sum_i \pi_i \Big( \sum_j a_{ij} n_j - b_i \Big)

를 만들고 L/nj=0\partial L / \partial n_j = 0 을 걸면 정지 조건이 나온다.

μjRuT=iπiaij\frac{\mu_j}{R_u T} = \sum_i \pi_i a_{ij}

이 식이 이 분야의 알맹이다. 화학종의 화학 퍼텐셜은 그것을 이루는 원소들의 퍼텐셜의 선형 결합이다. 그래서 πi\pi_i원소 퍼텐셜(element potential)이라 부른다. 위 두 식을 합치면 각 화학종의 몰수를 원소 퍼텐셜만의 함수로 명시적으로 쓸 수 있다.

nj=nppexp ⁣(μjRuT+iπiaij)n_j = n \frac{p^\circ}{p} \exp\!\left( -\frac{\mu_j^\circ}{R_u T} + \sum_i \pi_i a_{ij} \right)

여기서 얻는 이득이 크다. 미지수가 화학종 수 NN 개에서 원소 수 EE 개(+ 총 몰수 1개)로 줄어든다. 메탄-공기 평형이면 화학종은 수십 개인데 원소는 C, H, O, N 넷뿐이다. 스탠퍼드의 레이놀즈가 만든 STANJAN 이 이 정식화를 정면으로 채택했고, Cantera 의 기본 평형 솔버(ChemEquil)도 같은 계열이다. 남은 것은 원소 보존 EE 개 식에 위 표현을 대입해 πi\pi_i 에 대한 비선형 연립방정식을 뉴턴-랩슨법으로 푸는 일이다.

4. 평형상수 접근과의 등가성[편집]

학부 화학에서 배우는 방식은 다르다. 반응 하나하나에 대해

Kp=exp ⁣(ΔGRuT)=j(pjp)νjK_p = \exp\!\left( -\frac{\Delta G^\circ}{R_u T} \right) = \prod_j \left( \frac{p_j}{p^\circ} \right)^{\nu_j}

를 세우고 연립해 푼다. 이것이 화학양론적(stoichiometric) 접근이다. 두 방식은 같은 문제의 두 표기다. 화학종 NN 개, 원소 EE 개면 독립 반응의 개수는 R=NER = N - E (원소 행렬의 계수가 완전할 때)이고, 독립 반응의 화학양론 벡터 ν\boldsymbol{\nu} 들은 정확히 원소 행렬의 영공간을 이룬다. 정지 조건 μj=RuTiπiaij\mu_j = R_u T \sum_i \pi_i a_{ij} 에 영공간 벡터를 내적하면 aija_{ij} 항이 통째로 사라지고

jνjμj=0\sum_j \nu_j \mu_j = 0

이 남는데, 이것을 이상기체 화학 퍼텐셜로 풀어 쓰면 바로 KpK_p 식이다. 즉 KpK_p 연립방정식은 라그랑주 정지 조건을 영공간 좌표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형 코드가 전부 최소화 쪽을 택하는 이유가 있다. 화학양론 접근은 독립 반응 집합을 사람이 골라야 하고, 잘못 고르면 조건수가 나빠지거나 어떤 화학종이 나타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응축상이 등장하거나 화학종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반응 집합을 다시 짜야 한다. 원소 보존만 걸면 그런 선택이 아예 필요 없다.

5. 열역학 데이터 — NASA 다항식[편집]

μj(T)\mu_j^\circ(T) 를 알아야 계산이 시작된다. 표준은 NASA 다항식으로, 정압 비열을 온도의 다항식으로 적합하고 나머지는 적분해서 얻는 형식이다. 고전적인 7계수 형식은 이렇게 생겼다.

cpRu=a1+a2T+a3T2+a4T3+a5T4\frac{c_p}{R_u} = a_1 + a_2 T + a_3 T^2 + a_4 T^3 + a_5 T^4 hRuT=a1+a22T+a33T2+a44T3+a55T4+a6T\frac{h}{R_u T} = a_1 + \frac{a_2}{2}T + \frac{a_3}{3}T^2 + \frac{a_4}{4}T^3 + \frac{a_5}{5}T^4 + \frac{a_6}{T} sRu=a1lnT+a2T+a32T2+a43T3+a54T4+a7\frac{s}{R_u} = a_1 \ln T + a_2 T + \frac{a_3}{2}T^2 + \frac{a_4}{3}T^3 + \frac{a_5}{4}T^4 + a_7

a6a_6 이 생성 엔탈피, a7a_7 이 절대 엔트로피 기준을 담는다. 온도 구간은 보통 둘(대략 2001000 K 와 10006000 K)로 나뉘고 화학종마다 계수 세트가 두 벌 있다. NASA-9 형식은 여기에 T2T^{-2}, T1T^{-1} 항을 더해 저온·고온 양쪽 정확도를 올린 것이다.

실무에서 제일 많이 밟는 지뢰가 구간 경계의 불연속이다. 두 구간의 적합을 독립적으로 하면 접합 온도에서 cpc_phh 가 미세하게 튀는데, 이 계단이 뉴턴 반복의 자코비안을 오염시켜 수렴을 망친다. 서로 다른 출처의 메커니즘과 열역학 파일을 섞어 쓰다가 같은 화학종의 생성 엔탈피가 두 벌이 되는 사고도 흔하다.2 평형 계산이 이상한 답을 줄 때는 알고리즘보다 데이터를 먼저 의심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이득이다.

6. 알고리즘 — RAND에서 CEA까지[편집]

현대적 계보의 출발점은 화이트·존슨·단치히가 1958년에 낸 RAND 알고리즘이다. GG 를 현재 조성 주위에서 2차까지 전개하고 선형 제약 아래 최소화해 뉴턴 방향을 얻은 뒤, nj>0n_j > 0 을 유지하도록 스텝 길이를 줄여 전진하는 구조 — 요즘 말로는 제약 있는 감쇠 뉴턴법이다.

NASA 루이스 연구센터의 고든과 맥브라이드가 만든 CEA(Chemical Equilibrium with Applications)가 이 계열의 사실상 표준이다. 로그 변수 lnnj\ln n_j 로 풀어 비음수 제약을 자동으로 만족시키고, 원소 퍼텐셜을 미지수로 삼아 계를 축소하며, 한 스텝의 Δlnnj\Delta \ln n_j 크기를 제한해 미량 화학종이 폭주하는 것을 막는다. 문제 유형을 지정하는 방식도 여기서 굳어졌다.

문제 유형고정하는 것전형적 용도
TP온도와 압력순수 평형 조성
HP엔탈피와 압력정압 단열 화염 온도
UV내부에너지와 부피정적 폭발 압력
SP엔트로피와 압력노즐 등엔트로피 팽창

TP 를 제외한 나머지는 평형 계산이 안쪽 반복, 온도(또는 압력)에 대한 뉴턴 반복이 바깥쪽인 이중 구조가 되거나, 아예 온도를 미지수에 포함시켜 한꺼번에 푼다. 응축상은 별도의 존재 판정이 필요하다 — 넣어 보고 몰수가 음수로 가면 빼는 식의 조합적 탐색이 들어가서, 여기가 알고리즘 구현의 실제 난소다.3

7. 단열 화염 온도와 해리[편집]

평형 계산의 대표 산출물이 단열 화염 온도 TadT_{ad} 다. 정압·단열이면 엔탈피가 보존되므로

반응물nihi(Tu)=생성물njhj(Tad)\sum_{\text{반응물}} n_i h_i(T_u) = \sum_{\text{생성물}} n_j h_j(T_{ad})

를 만족하는 TadT_{ad} 를 찾되, 생성물 조성은 그 온도에서의 평형 조성이어야 한다. 온도와 조성이 서로를 물고 있는 연립 비선형 문제다.

여기서 해리(dissociation)가 등장한다. 완전연소를 가정해 생성물을 CO₂ 와 H₂O 로만 두면 메탄-공기 화학양론에서 TadT_{ad} 가 대략 2300 K 대로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는 2000 K 를 넘어가면

CO2CO+12O2,H2OOH+12H2\mathrm{CO_2} \rightleftharpoons \mathrm{CO} + \tfrac{1}{2}\mathrm{O_2}, \qquad \mathrm{H_2O} \rightleftharpoons \mathrm{OH} + \tfrac{1}{2}\mathrm{H_2}

같은 흡열 반응이 유의미하게 진행되어 CO, H₂, OH, O, H, NO 가 수 % 씩 존재한다. 이 반응들이 엔탈피를 빨아먹으므로 온도가 내려간다. 평형까지 고려한 메탄-공기 화학양론 TadT_{ad} 는 대기압에서 대략 2220~2230 K 로, 완전연소 가정보다 100 K 가까이 낮다. 해리를 무시한 손계산이 항상 낙관적인 값을 주는 이유다.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 둘이 재미있다. 첫째, TadT_{ad}최댓값이 화학양론이 아니라 살짝 과농 쪽(ϕ1.05\phi \approx 1.05)에 있다. 과농 쪽에서는 해리로 잃을 산소 자체가 적어 손실이 줄기 때문이다. 둘째, 압력을 올리면 TadT_{ad} 가 올라간다. 해리 반응들이 전부 몰수를 늘리는 방향이라 르샤틀리에 원리로 눌리기 때문이며, 고압 로켓 연소실이 이론 성능에 더 가까이 가는 이유 중 하나다(비추력).

8. 평형 가정이 깨지는 곳[편집]

평형은 Da\mathrm{Da} \to \infty 극한의 답이다(담쾰러 수). 유동이 머무는 시간보다 화학이 훨씬 빠를 때만 성립한다는 뜻이고, 그 조건이 깨지는 대표적인 장면들이 있다.

  • NOx. 열적 NO 는 활성화 에너지가 워낙 커서 화염 체류 시간 안에 평형에 못 간다. 다행이다 — 평형 조성이 실제보다 훨씬 많은 NO 를 예측하므로, 평형으로 배출량을 산정하면 몇 배씩 과대평가한다. 반대로 급랭 후에는 평형이 요구하는 만큼 분해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는다. 배기가스 재순환의 효과를 평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 노즐 팽창. 로켓 노즐에서 가스는 밀리초 단위로 팽창한다. 조성이 계속 평형을 따라간다고 보는 shifting equilibrium 과 목에서 얼어붙는다고 보는 frozen flow 가 성능 예측에서 몇 % 차이를 내고, 실제 값은 그 사이 어딘가다.
  • 부분평형과 초과평형. 라디칼 사이의 빠른 2체 반응들만 평형에 도달하고 느린 3체 재결합은 뒤처지는 상태를 부분평형이라 한다. 이때 H, O, OH 농도가 완전평형값보다 높게 유지되는데(초과평형), 열적 NO 생성이 O 라디칼에 비례하므로 실제 NO 는 평형 O 농도로 계산한 것보다 오히려 커질 수 있다. 평형이 어느 쪽으로 틀리는지가 상황마다 뒤집힌다는 점이 이 도구의 함정이다.
  • 소염과 벽면 급랭. 벽 근처 저온 영역에서는 CO 산화가 멈춘다. 미연 탄화수소와 CO 배출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오며, 평형 계산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평형은 여전히 1순위 도구다. 계산이 초 단위로 끝나고, 상세 화학이 없는 연료에도 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떤 유한율 계산도 평형을 넘어설 수 없다는 상한선을 제공한다. 층류 화염 속도 계산의 하류 경계조건, 화염면 모델의 룩업 테이블 끝단, 사이클 해석의 기연가스 물성이 전부 평형에서 온다.

9. 관련 문서[편집]

10. Footnotes[편집]

  1. “왜 반응식을 안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이 주제 첫 강의의 단골이다. 답은 시시하다 — 반응식을 쓸 수 있는 모든 경로가 원소 보존 제약을 이미 만족하기 때문에, 제약만 걸어 두면 반응식은 결과에서 유도되는 것이지 입력이 아니다. 화학양론 계수를 손으로 맞추던 세월이 억울해지는 순간.

  2. 같은 이름의 화학종이 메커니즘 파일과 열역학 파일에서 다른 생성 엔탈피를 갖는 사고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특히 자주 일어난다. 두 파일의 출처가 다른데 화학종 이름만 우연히 같으면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는다.

  3. 응축상 판정이 조합적 탐색이라는 사실은 CEA 를 로켓 추진제에 돌려 보면 체감된다. 알루미늄이 들어간 고체 추진제에서 Al₂O₃ 가 액상으로 나오느냐 고상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고, 어떤 조건에서는 수렴이 두 상태 사이를 왕복한다. 이럴 때 “일단 돌려”는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