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회전 좌표계 기법(rotating reference frame method)은 팬·펌프·터빈처럼 회전하는 기계 주위의 유동을 해석할 때, 정지한 관성 좌표계 대신 날개와 함께 도는 회전 참조계에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풀어 정상상태(steady-state)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날개가 도는 걸 쫓아다니지 말고, 관찰자가 같이 돌아버리면 날개는 멈춰 보인다는 것. 관찰자가 회전목마에 올라타면 목마는 정지해 보이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문제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 회전하는 (비관성) 좌표계로 넘어가는 순간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는 원래 없던 관성력, 즉 원심력과 코리올리 힘이 소스항으로 툭 튀어나온다. 이 가짜 힘(fictitious force)들을 제대로 넣어주는 것이 회전 좌표계 기법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
2. 지배 방정식과 소스항[편집]
각속도 로 도는 좌표계에서 운동량 방정식을 상대속도 에 대해 쓰면, 절대속도 정식화 대비 우변에 두 개의 가속도 항이 추가된다.
여기서 가 코리올리 힘, 가 원심력이다. 코리올리 항은 상대속도에 수직으로 작용해 유동을 휘게 만들고, 원심력 항은 회전축에서 바깥쪽으로 유체를 밀어낸다. 펌프 임펠러 유로에서 유체가 바깥쪽으로 던져지며 압력을 얻는 것이 바로 이 원심력의 작품이다.
정식화는 두 갈래로 나뉜다. 상대속도 를 미지수로 쓰는 상대속도 정식화와, 절대속도 를 미지수로 두되 대류항만 상대 프레임에서 계산하는 절대속도 정식화다. 상용 코드는 보통 후자를 기본값으로 두는데, 회전 영역과 정지 영역이 섞인 문제에서 경계 조건 처리가 깔끔하기 때문이다.
3. MRF와 동결 로터[편집]
가장 값싼 접근이 MRF(Multiple Reference Frame), 우리말로 다중 회전 좌표계 기법이다. 도메인을 회전 영역(임펠러 주위)과 정지 영역(케이싱)으로 나눠, 회전 영역에만 위의 원심력·코리올리 소스항을 넣어 정상상태로 한 방에 푼다. 격자는 실제로 돌지 않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어서, 동결 로터(frozen rotor) 기법이라고도 부른다.2
MRF의 치명적 약점은 회전자와 고정자의 상대 위치가 계산 내내 고정된다는 것. 즉 날개가 볼류트 혀(volute tongue)의 어느 한 순간 위치에 박제된 결과만 얻는다. 그래서 로터-스테이터 간격이 넓고 상호작용이 약한 경우(축류팬, 대형 풍력터빈 로터)에는 훌륭하게 맞지만, 간격이 좁아 통과 주파수(blade passing frequency) 효과가 중요한 원심압축기 같은 데서는 위치에 따라 결과가 출렁인다. 실무에서는 로터를 여러 각도로 돌려가며 MRF를 반복해 평균 내는 편법도 쓴다.
4. 슬라이딩 메시[편집]
MRF로 안 되는, 진짜 과도(transient) 로터-스테이터 상호작용을 봐야 할 때 꺼내는 무기가 슬라이딩 메시(sliding mesh)다. 회전 영역의 격자 블록이 매 시간 스텝마다 실제로 회전하고, 정지 블록과 맞닿은 인터페이스에서 플럭스를 보간해 주고받는다. MRF가 “사진”이라면 슬라이딩 메시는 “동영상”인 셈.
당연히 대가는 비싸다. 시간 정확 해석(time-accurate)이므로 CFL 조건을 만족하는 작은 시간 스텝으로 수 회전 이상 돌려야 통계적으로 수렴한 결과가 나온다. 계산량이 MRF의 수십~수백 배로 뛴다. 그래서 현업의 국룰은 “일단 MRF로 설계 스윕 돌리고, 최종 후보만 슬라이딩 메시로 검증”이다.
참고로 슬라이딩 메시와 개념이 비슷하지만 격자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겹쳐 깔아 보간하는 오버셋(overset, chimera) 격자도 있다. 로터가 병진까지 하거나 격자 변형이 심한 문제에서 대안으로 쓰이는데, 인터페이스 보간의 보존성을 잡기가 슬라이딩 메시보다 더 까다로워 회전기계 정상 해석에서는 여전히 MRF/슬라이딩 메시가 다수파다.
5. 정지-회전 인터페이스[편집]
MRF든 슬라이딩 메시든, 회전 영역과 정지 영역이 만나는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정확도를 좌우한다. 두 영역은 서로 다른 프레임에 있으므로 인터페이스를 넘을 때 속도를 프레임 변환()해 주어야 한다. 대표적인 인터페이스 모델은 세 가지다.
- 동결 로터: 위치 고정, 국소 유동을 그대로 통과시킴. 비대칭 유동(볼류트)에 필요하지만 위치 의존성 있음.
- 믹싱 플레인(mixing plane / stage): 인터페이스에서 원주 방향으로 평균 낸 값만 주고받음. 위치 의존성을 없애 축대칭 다단 터보기계 해석에 적합하나, 원주 방향 비균일 정보는 통째로 뭉개진다.
- 슬라이딩 인터페이스: 과도 해석에서 매 스텝 격자가 미끄러지며 실시간 보간.
인터페이스에서의 보존성이 깨지면 질량·운동량이 슬금슬금 새어나가므로, 비적합 격자(non-conformal mesh)에서의 보존적 보간이 코드 구현의 핵심이다.
6. 적용 분야[편집]
회전 좌표계 기법은 회전하는 기계라면 어디에나 등장한다.
- 축류·원심 팬/펌프: 임펠러 성능 곡선(양정-유량), 효율, 캐비테이션 초기 예측. 설계 반복이 잦아 MRF가 국룰.
- 풍력터빈: 대형 로터의 공력 하중과 후류(wake). 블레이드 하나만 주기 경계로 잘라 회전 좌표계로 푸는 것이 정석. 세류 상호작용은 공력해석과 겹친다.
- 터보차저·압축기·가스터빈: 다단 로터-스테이터 상호작용. 믹싱 플레인으로 단(stage) 성능을, 슬라이딩 메시로 통과 주파수 소음과 진동 하중을 본다. 회전체 동역학과 연계된다.
- 교반기·펌프 반응기: 화학공정의 임펠러 혼합.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회전에 의한 유동 곡률과 스월이 강해지면 등방성 난류 모델링이 잘 안 맞는다는 것이다. k-오메가 SST 모델에 곡률 보정(curvature correction)을 켜거나, 예산이 되면 레이놀즈 응력 모델로 넘어가는 것을 권한다. 회전이 난류를 재분배하는 효과는 스칼라 와점성으로는 원리적으로 담기 어렵기 때문.3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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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짜 힘들은 “가짜”라고 부르지만 회전 프레임 안에서는 지극히 실재한다. 세탁기 탈수조에 빨래가 벽에 착 달라붙는 것도, 지구 자전이 태풍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도 다 이 힘들이다. 프레임을 바꾸면 사라진다는 의미에서만 “가짜”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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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zen rotor를 한국어 보고서에 “얼어붙은 회전자”라고 직역해 놓으면 심사위원이 웃는다. 그냥 동결 로터나 MRF라고 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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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은 난류 에너지를 특정 성분으로 몰아주는 이방성(anisotropy)을 유발한다. 이걸 스칼라 하나()로 뭉뚱그리는 와점성 모델이 곡률·스월에서 약한 이유. “일단 SST로 돌리고 안 맞으면 RSM 각오한다”가 회전기계 CFD의 마음가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