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최소작용 원리 Principle of Least Action | |
|---|---|
| 정확한 이름 | 정류작용 원리 (stationary action) |
| 계보 | 페르마(1662) → 모페르튀이·오일러(1744) → 라그랑주·야코비 → 해밀턴(1834) |
| 작용의 종류 | 광로 $\int n\,ds$ · 축약작용 $\int p\,dq$ · 해밀턴 작용 $\int L\,dt$ |
| 조건 | $\delta S = 0$ — 필요조건이지 최소조건이 아니다 |
| 양자적 뿌리 | 경로적분의 정류위상 ($\hbar \to 0$) |
| 수치적 후손 | 변분 적분기, 유한요소법의 약형식 |
자연은 게으르다 —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확히는 자연이 게으른 게 아니라 무심하다. 최소도 최대도 아니고 그냥 안 흔들릴 뿐이다.
최소작용 원리(principle of least action)는 물리계가 실제로 밟는 경로가, 상상 가능한 모든 이웃 경로들 중에서 「작용」(action)이라 불리는 범함수를 정류(stationary)로 만드는 경로라는 원리다. 운동방정식을 “이 힘이 이만큼 작용하니 이렇게 움직인다”는 국소적 인과의 언어 대신, “출발점과 도착점을 정해 놓고 그 사이를 잇는 경로 전체를 한꺼번에 평가한다”는 전역적(global) 언어로 다시 쓴 것이다.
이 문서는 원리의 계보와 사상을 다룬다. 을 실제로 손에 쥐고 운동방정식을 뽑아내는 실전 절차는 해밀턴 원리가, 변분에서 미분방정식으로 넘어가는 기계적 유도는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이, 「최단」이라는 개념이 휜 공간에서 어떻게 되는지는 측지선이 맡는다. 여기서 답하려는 질문은 세 개다. 왜 하필 작용인가, 왜 「최소」가 거짓말인가, 그리고 이 300년 묵은 형이상학이 왜 오늘날 수치해석 코드의 구조를 결정하는가.
2. 계보 — 최단시간에서 작용으로[편집]
빛에서 시작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헤론이 이미 “거울에 반사되는 빛은 가장 짧은 경로를 간다”는 것으로 반사 법칙을 설명했고, 1662년 페르마는 이를 최단시간으로 바꿔 굴절 법칙(스넬 법칙)까지 한꺼번에 유도했다. 매질의 굴절률 에 대해 광로 를 정류로 만드는 경로가 실제 광선이라는 것 — 이것이 페르마 원리다. 당대에는 “빛이 어떻게 미리 알고 최단 경로를 고르느냐”는 목적론적 반발이 거셌다. 데카르트파는 이걸 신학이라고 불렀다.
역학으로 옮긴 것이 모페르튀이다. 1744년 그는 빛과 물체의 운동을 같은 원리로 묶겠다며 작용(action)이라는 양을 도입했다. 그가 말한 작용은 오늘날의 표기로 , 즉 축약 작용(abbreviated action)이다. 같은 해 오일러는 『극대·극소의 성질을 갖는 곡선을 찾는 방법』의 부록에서 중심력장 속 입자에 대해 가 실제로 극값을 갖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였다. 모페르튀이가 형이상학을 팔았다면 오일러는 계산서를 첨부한 셈이다.1
라그랑주와 야코비가 다듬었다. 라그랑주는 1788년 『해석 역학』에서 대수를 앞세워 일반화 좌표 위에서 이 원리를 체계화했고(라그랑주 역학), 야코비는 축약 작용의 정류 조건이
라는 순수한 기하 문제임을 지적했다. 에너지가 로 고정된 계의 궤적은 위치공간에 라는 계량을 얹었을 때의 측지선이라는 것. 역학이 기하학이 되는 첫 번째 순간이고, 100년 뒤 일반상대성이론이 “중력은 힘이 아니라 측지선”이라고 말할 때 쓰게 될 바로 그 논법이다.
해밀턴이 시간을 되돌려 놓았다. 1834~35년 두 편의 논문 On a General Method in Dynamics 에서 해밀턴은 에너지를 고정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두는 모페르튀이식 대신, 시간 구간을 고정하고 에너지를 자유롭게 두는 작용
을 세웠다. 이 형태가 시간 의존 퍼텐셜과 비보존계, 나아가 장(field)에까지 그대로 확장되기 때문에 오늘날 “작용”이라 하면 대개 이쪽을 뜻한다. 자세한 사용법은 해밀턴 원리 문서.
3. 세 개의 작용은 서로 다른 것이다[편집]
교과서가 같은 단어로 뭉뚱그리는 바람에 헷갈리는 지점이라 표로 정리한다.
| 이름 | 범함수 | 고정하는 것 | 변분하는 경로 |
|---|---|---|---|
| 페르마 (광로) | 굴절률의 선적분 | 양 끝점 | 공간 곡선 |
| 모페르튀이 (축약작용) | 운동량의 선적분 | 양 끝점 + 에너지 | 위치공간의 궤적(시간 자유) |
| 해밀턴 (작용) | 라그랑지언의 시간적분 | 양 끝점 + 시각 | 시공간의 경로(에너지 자유) |
셋은 등가가 아니라 르장드르 변환으로 이어진 사촌이다. 관계가 성립하고,2 그래서 축약작용은 “에너지 껍질 위에 갇힌 해밀턴 작용”이 된다. 페르마 원리와 모페르튀이 원리가 형태적으로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이 드 브로이와 슈뢰딩거에게 결정적 힌트를 줬다 — 광선이 파동의 단파장 극한이라면, 입자 궤적도 뭔가의 단파장 극한이어야 하지 않나. 그 “뭔가”가 슈뢰딩거 방정식이었다.
4. 「최소」가 아니라 「정류」[편집]
이름값을 못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은 의 무한 차원 판본이고, 미적분에서 이 극소·극대·변곡을 구분하지 못하듯 작용의 정류점도 최소라는 보장이 없다.
켤레점을 지나면 최소성이 깨진다. 가장 손으로 확인하기 쉬운 예가 조화 진동자 다. 2차 변분의 부호를 결정하는 야코비 방정식이 이라 영점 간격이 반주기 이고, 따라서
- 이면 실제 경로는 작용의 참된 국소 최소,
- 이면 작용을 낮추는 이웃 경로가 존재해 안장점이 된다.
반주기를 넘길 때마다 음의 방향이 하나씩 늘어나며, 그 개수가 곧 켤레점의 개수라는 것이 모스 지표 정리다. 진자를 한 번만 왕복시켜도 이미 “최소작용”은 거짓이 된다.
그런데 최대도 아니다. 표준적인 역학 라그랑지언은 운동에너지가 의 양정치 이차형식이라, 2차 변분의 항이 항상 양수다. 경로에 아주 빠르게 진동하는 잔주름을 얹으면 작용은 얼마든지 커진다. 즉 역학의 작용은 최소이거나 안장점일 뿐, 결코 최대가 될 수 없다.3 반면 페르마 원리에서는 최대가 실제로 나온다 — 오목 거울 위에서의 반사처럼 경로가 곡면에 구속된 경우, 이웃 반사 경로들과 비교하면 실제 광로가 최대인 배치를 만들 수 있다. 타원 거울의 초점 쌍을 쓰는 고전적 예제가 그것이다. 구속 없는 자유 변분과 곡면 위로 제한된 변분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 요점이다.
이 구분은 순수 잡학이 아니다. 정류점이 최소가 아니라는 사실이 경로적분의 반고전 근사에서 위상에 씩 붙는 마슬로프 지표로, 광학에서는 초점을 지날 때의 구이 위상(Gouy phase)으로, 최적화에서는 “수렴했는데 왜 최소가 아닌가”로 각각 얼굴을 바꿔 나타난다. 안장점 문서와 측지선의 켤레점 절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무대에서 한다.
5. 왜 하필 정류인가 — 경로적분[편집]
고전역학만 놓고 보면 최소작용 원리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맞는 규칙”이다. 이유를 제공한 것은 양자역학이다. 1948년 파인만은 디랙의 1933년 논평을 밀어붙여, 두 점 사이의 전이 진폭이 모든 경로에 대한 합
으로 주어진다고 제안했다(경로 적분). 여기서 각 경로는 크기가 같고 위상만 다른 복소수를 기여한다. 그런데 가 작용의 전형적 크기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으면, 이웃한 경로끼리 위상이 미친 듯이 흔들려 서로 상쇄된다. 상쇄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위상이 정류인 곳, 즉 인 경로 주변뿐이다.4
이것이 최소작용 원리에 대한 가장 만족스러운 대답이다. 자연은 최소 경로를 “고르지” 않는다. 모든 경로를 다 가 보고, 정류점 근처를 제외한 나머지가 간섭으로 지워질 뿐이다. 목적론처럼 보이던 것이 간섭 현상으로 환원된다. 덤으로 “왜 최소가 아니어도 되는가”까지 자동으로 설명된다 — 정류위상 근사에 필요한 것은 위상의 1차 변분이 0이라는 것뿐이고, 2차 변분의 부호는 앞서 말한 마슬로프 지표로 들어갈 뿐이다.
6. 대칭이 보존량을 준다[편집]
작용을 물리의 중심에 놓았을 때 가장 크게 돌아오는 배당금은 **뇌터 정리**다. 1918년 에미 뇌터는 작용을 불변으로 두는 연속 대칭 하나마다 보존량이 정확히 하나씩 대응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시간 평행이동 → 에너지, 공간 평행이동 → 운동량, 회전 → 각운동량, 위상 대칭 → 전하.
여기서 사상적으로 중요한 지점은, 보존 법칙이 더 이상 실험에서 발견된 별개의 사실이 아니라 작용의 구조에서 연역되는 따름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뉴턴 역학에서 운동량 보존은 작용·반작용에서 유도되는 정리였지만, 작용 원리에서는 “공간이 균질하다”는 진술과 같은 말이 된다. 표준모형을 게이지 대칭으로 쓰고, 그 라그랑지언 한 줄에서 상호작용을 전부 읽어내는 현대 물리의 서술 방식은 이 어법의 최종형이다. 자세한 내용과 이산 판본은 뇌터 정리 문서.
7. 입자에서 장으로[편집]
원리가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확장성이다. 유한 자유도 를 장 로 바꾸고 시간적분을 시공간 적분으로 바꾸면
이 되고, 정류 조건은 그대로 장 방정식이 된다. 이 틀 안에서
- 전자기장의 는 맥스웰 방정식을,
- 스칼라장의 는 클라인-고든 방정식을,
- 아인슈타인-힐베르트 작용 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각각 뱉는다. 계량 자체를 변분한다는 마지막 항목이 특히 인상적인데, 이 관점에서는 시공간의 기하가 곧 동역학 변수이고 물질의 자유낙하는 측지선이 된다. 야코비가 축약작용을 기하 문제로 바꿔 놓은 1830년대의 통찰이 100년 뒤 중력 이론의 골격이 된 셈이다.
시뮬레이션 하는 사람에게 이 확장성이 주는 실용적 함의는 이렇다. 작용 하나를 적으면 그 계의 지배방정식·경계조건·보존량이 전부 결정된다. 방정식을 여러 개 나열하고 각각의 정합성을 손으로 확인하는 대신, 스칼라 밀도 한 줄을 검토하면 된다. 다물리 연성 문제에서 서로 다른 물리를 한 작용 안에 더해 결합항까지 자동으로 얻는 방식(예: 압전 해석, 유체-구조 연성의 변분 정식화)이 이 어법의 공학적 활용이다.
8. 수치해석이 물려받은 것[편집]
여기가 이 위키에서 최소작용 원리를 다루는 진짜 이유다. 변분 원리에서 출발하면 알고리즘의 구조가 공짜로 따라온다.
보존 구조를 지키는 적분기. 연속 작용을 먼저 이산화해 로 만들고 그 이산 작용을 정류화하면 이산 오일러-라그랑주 식이 나온다. 이렇게 만든 적분기는 심플렉틱 구조를 정확히 만족하고, 이산 뇌터 정리에 의해 운동량도 정확히 보존한다. 게임 엔진과 분자동역학이 수십 년째 쓰는 베를레 적분이 사실은 사다리꼴 구적으로 만든 변분 적분기였다는 사실이 이 관점의 가장 예쁜 배당이다. 변분 적분기·심플렉틱 적분기 문서 참고.
약형식과 유한요소. 정적 문제에서 작용에 해당하는 것이 총 포텐셜에너지 이고, 이 곧 유한요소법의 약형식이다. 시행함수를 유한 차원으로 자르는 순간 가 되며, 강성행렬이 대칭 양정치로 나오는 이유도 가 볼록 이차형식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 약형식이냐”에 대한 답은 결국 “지배방정식이 원래 변분 원리에서 왔기 때문”이다.
최적제어와 수반법. 폰트랴긴 최대 원리는 제어 문제판 최소작용 원리이고, 그 공변량(costate)이 곧 수반 변수다. 해밀턴-야코비-벨만 방정식은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의 제어판이다. CFD 형상 최적화에서 감도를 뽑는 수반 해석기가 역학의 정준 형식과 같은 골격을 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함정. 변분 원리에서 왔다는 사실이 곧 “최소를 찾았다”는 보장은 아니라는 점만은 반복해서 강조할 만하다. 비볼록 범함수를 경사하강으로 내려보낸 결과는 국소 정류점이고, 위상 최적화가 초기값에 따라 다른 구조를 뱉는 것, 좌굴 해석에서 스냅스루가 나타나는 것이 전부 같은 이야기다. 정류는 수학이 보장하지만 최소는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9. 관련 문서[편집]
- 해밀턴 원리 · 라그랑주 역학 · 해밀턴 역학
-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 · 변분법
- 측지선 · 리만 다양체
- 뇌터 정리 · 안장점
- 변분 적분기 · 심플렉틱 적분기 · 베를레 적분
- 유한요소법 · 갤러킨 방법
- 폰트랴긴 최대 원리 · 해밀턴-야코비-벨만 방정식 · 최적 제어
- 페르마 원리 · 경로 적분 · 슈뢰딩거 방정식 · 맥스웰 방정식
10.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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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리는 물리학사에서 가장 지저분한 우선권 싸움 중 하나를 낳았다. 1751년 사무엘 쾨니히가 “라이프니츠가 이미 편지에 썼다”며 사본을 제시했는데 원본이 없었고, 베를린 아카데미 회장이던 모페르튀이와 오일러는 위조로 몰아붙였다. 볼테르가 여기 끼어들어 모페르튀이를 조롱하는 팸플릿을 쓰면서 사태는 학술 논쟁이 아니라 문학적 학살로 끝났다. 정작 원리 자체의 수학적 내용을 제대로 세운 사람은 논쟁에 별 관심 없던 오일러였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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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페르튀이 원리로 풀었더니 궤적은 맞는데 시간이 안 맞는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당연하다 — 축약작용은 궤적의 모양만 정해주고 그 위를 언제 지나가는지는 에너지 보존으로 따로 적분해서 얻어야 한다. 반대로 해밀턴 작용은 시간표까지 주지만 에너지가 얼마인지는 결과를 보고 나서야 안다. 공짜 점심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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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 & Taylor (2007), When action is not least, Am. J. Phys. 75, 434. 물리 교육 문헌에서 “최소작용”이라는 이름의 정확도를 정면으로 따져본 드문 논문이고, 결론이 “최소 아니면 안장점, 최대는 절대 아님”이다. 그럼에도 교과서 제목이 안 바뀌는 이유는 “정류작용 원리”가 어감상 하나도 안 멋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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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이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계기가 프린스턴 술집에서 만난 방문학자가 디랙의 1933년 논문을 언급한 것이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디랙은 진폭이 에 “대응한다(analogous to)“고만 썼는데, 파인만이 “대응이 아니라 같은 거 아니냐”고 밀어붙여 그 자리에서 칠판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학회 뒤풀이를 성실히 나가야 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