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전기 되먹임

편집 역사 토론
전자공학 수치해석 시뮬레이션 마지막 수정: 2026-08-13 04:44:19

1. 개요[편집]

임계 이득을 알고 싶으면 이득을 올려 보면 된다. 문제는 그러다 진짜로 터진다는 것.

계전기 되먹임(relay feedback)은 제어기를 잠시 온-오프 계전기로 갈아 끼워 공정이 스스로 극한 순환에 빠지게 만든 뒤, 그 진동의 진폭과 주기에서 임계 이득 KuK_u와 임계 주기 TuT_u를 읽어내는 자동 튜닝 실험이다. 1984년 오스트룀(K. J. Åström)과 헤글룬드(T. Hägglund)가 제안했고, 오늘날 상용 제어기의 “AUTOTUNE” 버튼 상당수가 내부적으로 이 절차를 돌린다.1

지글러-니콜스 방법의 한계감도법이 하는 일과 목표가 같지만, 위험을 제거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한계감도법은 이득을 야금야금 올리며 폐루프를 실제로 안정 경계까지 밀어야 하는데, 한 칸 더 올리는 순간 발산해도 아무도 막아주지 않는다. 계전기는 출력이 ±d\pm d로 물리적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진동 진폭이 저절로 유계다. 공정을 돌리면서, 제품을 만들면서 튜닝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것이 이 방법이 현장을 먹은 이유다.

2. 실험 절차[편집]

  1. 공정을 목표 운전점 근처에서 안정시킨다. 계전기 실험은 그 운전점 주변의 국소 동특성을 재는 것이므로 시작점이 곧 측정 대상이다.
  2. PID를 끊고 계전기를 넣는다. 오차 e=rye = r - y의 부호에 따라 조작량을 u0+du_0 + d 또는 u0du_0 - d로 스위칭한다. u0u_0는 실험 직전의 정상상태 조작량.
  3. 몇 주기 기다린다. 대개 2~4 주기 안에 안정된 극한 순환이 자리 잡는다. 초기 과도 구간은 버린다.
  4. 정상 진동에서 출력 진폭 aa(피크-투-피크의 절반)와 **주기 TuT_u**를 읽는다.
  5. Ku4d/(πa)K_u \approx 4d/(\pi a)로 환산하고, 튜닝 표에 대입한 뒤 PID로 복귀한다.

dd의 선택이 실무에서 유일하게 신경 쓰이는 노브다. 작으면 진동이 잡음에 묻히고, 크면 제품 규격을 벗어난다. 조작량 전 범위의 2~10% 정도가 통상 출발점이다.

3. 기술함수 — 왜 4d/(πa) 인가[편집]

계전기는 명백한 비선형 요소라 전달함수가 없다. 대신 기술함수(describing function)로 근사한다. 발상은 이렇다. 계전기 입력이 진폭 aa의 정현파 e(t)=asinωte(t) = a\sin\omega t라고 가정하면, 출력은 진폭 dd의 구형파다. 이 구형파를 푸리에 변환으로 전개하면

u(t)=4dπ(sinωt+13sin3ωt+15sin5ωt+)u(t) = \frac{4d}{\pi}\left(\sin\omega t + \frac{1}{3}\sin 3\omega t + \frac{1}{5}\sin 5\omega t + \cdots\right)

이고, 기본파만 남기고 고조파를 전부 버린다. 그러면 “입력 정현파 대비 출력 기본파의 복소 이득”이라는 유사 전달함수가 정의된다.

N(a)=4dπaN(a) = \frac{4d}{\pi a}

실수이고 양수라는 점, 그리고 주파수와 무관하고 진폭에만 의존한다는 점이 이상 계전기의 특징이다. 진폭이 커질수록 실효 이득이 줄어드는 포화형 비선형성이며, 이 성질이 극한 순환을 자기 안정화시킨다 — 진폭이 커지면 이득이 떨어져 진동이 억제되고, 작아지면 이득이 올라가 다시 커진다.

4. −1/N(a) 궤적과 교차점[편집]

기술함수를 쓰면 조화 평형 조건은 선형 되먹임의 특성방정식과 똑같은 꼴이 된다.

1+N(a)G(jω)=0G(jω)=1N(a)=πa4d1 + N(a)\,G(j\omega) = 0 \quad \Longleftrightarrow \quad G(j\omega) = -\frac{1}{N(a)} = -\frac{\pi a}{4d}

나이퀴스트 선도 위의 G(jω)G(j\omega) 궤적과 복소평면 위의 1/N(a)-1/N(a) 궤적이 만나는 점이 극한 순환이다. 이상 계전기의 1/N(a)-1/N(a)aa00 \to \infty로 커질 때 원점에서 출발해 음의 실축을 따라 왼쪽으로 뻗어 가는 반직선이다.

여기서 결론이 곧바로 나온다. 음의 실축과 GG의 교점은 정확히 위상이 180-180^\circ가 되는 지점, 즉 **임계 주파수 ωu\omega_u**다. 그러니 계전기 실험이 만들어내는 진동은 자동으로 임계 주파수 근처에서 일어나고, 측정된 주기가 Tu=2π/ωuT_u = 2\pi/\omega_u다. 그리고 그 교점에서 G(jωu)=πa/(4d)|G(j\omega_u)| = \pi a/(4d)이므로

Ku=1G(jωu)=4dπaK_u = \frac{1}{|G(j\omega_u)|} = \frac{4d}{\pi a}

이득을 올려 가며 안정 경계를 찾는 대신, 계가 알아서 그 경계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 것이 이 방법의 핵심 아이디어다. 나이퀴스트 안정성 판별법의 언어로 말하면, 궤적이 1-1점을 지나는 조건을 이득이 아니라 진폭으로 만족시킨 셈이다.

한편 이 실험이 알려주는 것은 나이퀴스트 궤적의 점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한 점으로 PID 파라미터 셋을 정하는 이상, 나머지 주파수 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 한계는 한계감도법에서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5. 근사임을 잊지 말 것[편집]

기술함수는 저역통과 가정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고조파를 버려도 되는 이유는 플랜트가 3ωu,5ωu3\omega_u, 5\omega_u 성분을 충분히 감쇠시켜 계전기로 되돌아오는 신호가 거의 정현파일 것이라는 기대뿐이다. 이 가정이 깨지면 추정값이 눈에 띄게 틀어진다.

가장 깔끔한 반례가 순수 시간지연 G(s)=KeLsG(s) = K e^{-Ls}다. 지연은 크기를 전혀 깎지 않으므로 고조파가 하나도 걸러지지 않는다. 이 계에 진폭 dd 계전기를 물리면 출력은 진폭 KdKd의 구형파가 되고 주기는 정확히 2L2L이다. 여기서

  • 주기 추정은 완벽하다. 참값도 ωu=π/L\omega_u = \pi/L, 즉 Tu=2LT_u = 2L이다.
  • 이득 추정은 틀린다. 측정 진폭은 a=Kda = Kd이므로 Ku4d/(πKd)=4/(πK)K_u \approx 4d/(\pi K d) = 4/(\pi K)인데, 참값은 Ku=1/KK_u = 1/K다. 정확히 4/π1.274/\pi \approx 1.27배, 27% 과대평가다.

계수 4/π4/\pi가 어디서 왔는지 보면 이유가 명확하다 — 구형파를 정현파로 착각한 대가 그 자체다. 실무적으로는 이 오차 방향이 나쁜 쪽이다. KuK_u를 크게 잡으면 튜닝 이득도 크게 나와 실제 여유가 설계 의도보다 줄어든다. 무반응 시간이 지배적인 온도·조성 루프에서 계전기 오토튜닝 결과가 종종 공격적으로 나오는 배경이다.

반대로 저역통과 특성이 좋은 계(고차 지연, 상대차수가 큰 플랜트)에서는 오차가 수 %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실무 지침은 늘 같다. 계전기 튜닝값도 최종값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근사를 피하는 길도 있다. 계전기와 선형 플랜트로 이루어진 계의 주기해는 사실 해석적으로 정확히 풀 수 있으며(치프킨 방법, 그리고 이를 주파수 영역 궤적으로 정리한 LPRS 계열), 기술함수 없이 진동 주파수와 진폭을 정확히 계산한다. 계산이 조금 더 무겁지만 지연 지배 공정에서 오차를 지운다.

6. 히스테리시스 계전기[편집]

현장 신호에는 잡음이 있고, 이상 계전기는 오차가 0을 지날 때마다 스위칭하므로 잡음이 0 근처에서 채터링을 일으킨다. 밸브가 초당 수십 번 딱딱거리다 수명을 갉아먹는 사고가 실제로 난다. 처방은 폭 2ε2\varepsilon의 히스테리시스를 넣어 오차가 +ε+\varepsilon을 넘어야 위로, ε-\varepsilon 아래로 내려가야 아래로 스위칭하게 만드는 것이다. ε\varepsilon을 잡음 진폭의 2배 정도로 잡는 것이 통상 지침.

공짜는 아니다. 히스테리시스가 붙은 계전기의 기술함수는 복소수가 된다.

N(a)=4dπa(1(εa)2jεa),a>εN(a) = \frac{4d}{\pi a}\left(\sqrt{1 - \left(\frac{\varepsilon}{a}\right)^{2}} - j\,\frac{\varepsilon}{a}\right), \qquad a > \varepsilon

1/N(a)-1/N(a)를 계산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1N(a)=πa4d1(εa)2    jπε4d-\frac{1}{N(a)} = -\frac{\pi a}{4d}\sqrt{1 - \left(\frac{\varepsilon}{a}\right)^{2}} \;-\; j\,\frac{\pi \varepsilon}{4d}

허수부가 aa와 무관한 상수 πε/(4d)-\pi\varepsilon/(4d)다. 즉 1/N(a)-1/N(a) 궤적이 음의 실축에서 아래로 평행이동한 수평 반직선이 된다. 교점은 더 이상 위상 180-180^\circ 지점이 아니라

G(jωo)=180+arcsin ⁣(εa)\angle G(j\omega_o) = -180^\circ + \arcsin\!\left(\frac{\varepsilon}{a}\right)

를 만족하는 점이며, 위상 지연이 덜한 쪽 — 저역통과 플랜트에서는 ωu\omega_u보다 낮은 주파수 — 로 옮겨 간다. 잡음 내성을 얻는 대신 임계점을 정확히 못 맞히는 거래인 셈이다. ε/a\varepsilon/a가 작으면 편차도 작으므로, 실무에서는 잡음을 막을 만큼만 최소한으로 넣는다.

이 성질을 뒤집어 쓰는 방법도 있다. 히스테리시스나 인위적 지연을 조절하면 나이퀴스트 궤적의 원하는 위상 지점(예: 135-135^\circ)을 골라 측정할 수 있고, 그러면 위상 여유를 직접 사양으로 걸고 설계할 수 있다. 오스트룀-헤글룬드가 원 논문에서 “진폭·위상 여유 사양을 갖는 자동 튜닝”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정확히 이 확장이다.

7. 튜닝값으로 옮기기[편집]

읽어낸 (Ku,Tu)(K_u, T_u)는 그대로 지글러-니콜스 방법의 한계감도 표에 들어간다.

제어기KpK_pTiT_iTdT_d
P0.5Ku0.5K_u
PI0.45Ku0.45K_uTu/1.2T_u/1.2
PID0.6Ku0.6K_u0.5Tu0.5T_u0.125Tu0.125T_u

다만 지글러-니콜스 표 자체가 감도 최대값 MsM_s가 2를 훌쩍 넘는 공격적인 값을 내놓는다는 것이 정설이라, 계전기로 정확한 KuK_u를 얻어도 결과가 여유 부족일 수 있다. 요즘 상용 오토튜너는 같은 (Ku,Tu)(K_u, T_u)를 타이러스-루이벤이나 AMIGO 같은 강건성 지향 규칙에 넣거나, 아예 여러 개의 계전기 실험으로 궤적 위 두세 점을 찍은 뒤 그것으로 저차 모델을 동정해 모델 예측 제어나 내부모델 기반 튜닝으로 넘어간다.

비대칭 계전기를 쓰면 정보가 하나 더 나온다. 양의 출력 d+d_+와 음의 출력 dd_-를 다르게 두면 극한 순환이 비대칭이 되고, 한 주기에 걸친 입력 평균과 출력 평균의 비에서 **공정 정상이득 KK**를 추가로 추정할 수 있다. (K,Ku,Tu)(K, K_u, T_u) 세 숫자면 FOPDT 모델이 결정되므로, 사실상 짧은 시스템 식별 실험이 된다.

8. 함정과 이상 거동[편집]

  • 부하 외란이 결과를 오염시킨다. 실험 도중 다른 루프가 움직이거나 원료 조성이 변하면 극한 순환이 비대칭이 되고, 진폭 aa가 편향되어 KuK_u가 통째로 틀린다. 대책은 반 주기별 면적을 따로 재서 편향을 보정하거나, 그냥 조용한 시간대에 실험하는 것이다.
  • 극한 순환이 안 생길 수도 있다. 계전기 되먹임이 언제나 주기해를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적분 특성이 강한 공정에서는 출력이 한쪽으로 표류하고, 상대차수가 낮은 플랜트에서는 슬라이딩 모드처럼 스위칭 주파수가 발산하는 거동이 나타난다. 계전기 되먹임계는 이론적으로 다중 극한 순환이나 카오스적 거동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겉보기와 달리 만만한 동역학이 아니다.2
  • 비선형 공정에서는 운전점마다 답이 다르다. 계전기 실험은 ±d\pm d 범위에서의 평균적 동특성을 재므로 dd를 바꾸면 KuK_u가 달라진다. 밸브 비선형성이나 이력이 있으면 특히 심하다. 이게 버그가 아니라 계가 실제로 비선형이라는 증거다.
  • 오토튜닝 중인 루프는 건드리지 않는다. “밸브가 몇 분간 딱딱 왕복하다 멈춘다”는 현상은 고장이 아니라 실험이 진행 중인 것이다.3

9. 관련 문서[편집]

10. Footnotes[편집]

  1. 원 논문은 Åström, K. J. & Hägglund, T. (1984). “Automatic tuning of simple regulators with specifications on phase and amplitude margins”, Automatica, 20(5), 645–651. 제목이 이미 “KuK_u를 재겠다”가 아니라 “여유를 사양으로 걸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 이 논문의 진짜 기여를 말해 준다.

  2. “온-오프 제어인데 뭐가 어렵겠어”라는 인상은 계전기 되먹임계를 처음 시뮬레이션해 보면 바로 깨진다. 스위칭 면 위에서 궤적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수치 적분기가 이벤트 검출 없이는 스텝을 무한히 줄이며 멈춰 버린다. 불연속 우변을 가진 미분방정식이 원래 그런 물건이다.

  3. 반대로 오토튜닝 결과가 늘 이상하게 나오는 루프가 있다면, 그 옆 루프의 오퍼레이터가 같은 시간에 뭘 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볼 일이다. 계전기 실험은 공정에 일부러 진동을 넣는 행위라, 연결된 루프끼리 서로의 실험을 망치는 일이 드물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