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흐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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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물리 계산물리 마지막 수정: 2026-08-29 04:39:52

1. 개요[편집]

블로흐 구
Bloch Sphere
유래펠릭스 블로흐의 핵자기공명 이론 (1946)
대상2준위계(큐비트)의 상태 전체
순수상태구 표면 (반지름 1)
혼합상태공 내부, 중심 = 최대혼합
유니터리 게이트구의 회전 (SO(3))
광학 판본편광의 푸앵카레 구

힐베르트 공간은 그릴 수 없다. 딱 한 경우만 빼고.

블로흐 구(Bloch sphere)는 2준위 양자계의 모든 상태를 3차원 공 안의 벡터 하나로 나타내는 사상이다. 순수상태는 반지름 1인 구면 위에, 혼합상태는 공 내부에, 최대혼합상태 ρ=1/2\rho=\mathbb{1}/2 는 정확히 중심에 놓인다. 양자역학에서 상태 공간 전체를 손해 없이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경우이고, 그래서 큐비트를 다루는 모든 분야가 이 그림을 공용어로 쓴다.

기초는 밀도행렬에서 곧바로 나온다. 2×22\times2 에르미트 행렬은 항등행렬과 파울리 행렬 넷으로 완전한 기저를 이루고, 대각합이 1이라는 조건이 항등 성분을 고정하므로

ρ=12(1+rσ),r=(σx,σy,σz)\rho=\frac12\left(\mathbb{1}+\mathbf{r}\cdot\boldsymbol{\sigma}\right), \qquad \mathbf{r}=\big(\langle\sigma_x\rangle,\langle\sigma_y\rangle,\langle\sigma_z\rangle\big)

이고, 남은 자유도는 실수 세 개뿐이다. 고유값이 12(1±r)\tfrac12(1\pm|\mathbf{r}|) 이므로 양의 반정부호 조건이 정확히 r1|\mathbf{r}|\le1 이 된다. 상태의 물리적 허용 조건이 “공 안에 있을 것”이라는 기하 조건으로 번역되는 것, 이것이 블로흐 구가 단순한 시각화 도구가 아닌 이유다.

순수도도 반지름으로 읽힌다. Trρ2=12(1+r2)\operatorname{Tr}\rho^2=\tfrac12(1+|\mathbf{r}|^2) 이므로 표면은 순수상태(γ=1\gamma=1), 중심은 최대혼합(γ=1/2\gamma=1/2)이다. 반지름이 곧 “얼마나 양자적인가”의 눈금이다.

2. 순수상태와 절반 각도[편집]

순수상태는 전역 위상을 빼면 두 개의 실수 매개변수로 적힌다.

ψ=cosθ20+eiφsinθ21    r=(sinθcosφ, sinθsinφ, cosθ)|\psi\rangle=\cos\frac{\theta}{2}\,|0\rangle+e^{i\varphi}\sin\frac{\theta}{2}\,|1\rangle \;\longmapsto\; \mathbf{r}=(\sin\theta\cos\varphi,\ \sin\theta\sin\varphi,\ \cos\theta)

여기서 초심자가 반드시 걸려 넘어지는 지점이 θ/2\theta/2 다. 힐베르트 공간에서 0|0\rangle1|1\rangle 은 직교인데 블로흐 구에서는 북극과 남극, 즉 180°180° 로 마주 본다. 직교가 반대편으로 펴진다. 일반적으로 두 순수상태의 겹침은

ψ1ψ22=1+r1r22|\langle\psi_1|\psi_2\rangle|^2=\frac{1+\mathbf{r}_1\cdot\mathbf{r}_2}{2}

이므로, 구 위 각도 90°90°(수직)가 힐베르트 공간에서는 겹침 1/21/2 이다. “블로흐 구에서 수직이면 직교”라고 착각하는 것이 이 그림 최대의 함정이다.

배후의 수학은 SU(2)\mathrm{SU}(2)SO(3)\mathrm{SO}(3) 의 이중 피복이라는 사실이다. 큐비트를 zz 축 둘레로 2π2\pi 돌리면 상태벡터는 ψ-|\psi\rangle 가 되지만 블로흐 벡터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 전역 위상은 구가 보지 못한다. 각도가 절반으로 나오는 것도, 스피너가 4π4\pi 를 돌아야 원상복귀하는 것도 같은 사실의 다른 표현이다. 상태 공간이 정확히 복소사영직선 CP1\mathbb{CP}^1 이고 그것이 2-구와 동형이라는 것이 정식 진술이며, 이 대응은 리 군 문서의 SU(2)SO(3)\mathrm{SU}(2)\to\mathrm{SO}(3) 준동형과 같은 물건이다.

3. 게이트는 회전이다[편집]

유니터리 연산이 블로흐 구에서 무엇인지가 이 그림의 최대 실용 가치다. 임의의 단일 큐비트 유니터리는 전역 위상을 빼면

U=exp ⁣(iα2n^σ)=cosα21isinα2(n^σ)U=\exp\!\left(-i\frac{\alpha}{2}\,\hat{\mathbf{n}}\cdot\boldsymbol{\sigma}\right) =\cos\frac{\alpha}{2}\,\mathbb{1}-i\sin\frac{\alpha}{2}\,(\hat{\mathbf{n}}\cdot\boldsymbol{\sigma})

로 적히고, 이때 블로흐 벡터는 n^\hat{\mathbf{n}} 둘레로 각 α\alpha 만큼 회전한다. 유니터리 군의 작용이 그냥 회전행렬이 되는 것이다.

게이트회전축회전각블로흐 구에서
XX (비트반전)xxπ\pi북극과 남극이 뒤바뀜
ZZ (위상반전)zzπ\pi적도에서 반대편으로
SS, TTzzπ/2\pi/2, π/4\pi/4적도 위 회전
아다마르(x+z)/2(x+z)/\sqrt2π\pi북극을 적도 +x+x

그래서 단일 큐비트 회로 최적화가 회전의 합성 문제로 떨어진다. 연속한 회전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곧 게이트 개수 줄이기이고, 임의의 UUZZ-YY-ZZ 오일러 각 세 개로 분해하는 것이 컴파일러의 표준 수법이다(오일러각). 구현할 때는 SU(2)\mathrm{SU}(2) 원소와 단위 사원수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그대로 쓰인다 — 게임 엔진의 회전 합성 코드와 큐비트 컴파일러의 내부 루프가 문자 그대로 같은 대수 위에서 돈다.1

4. 광학 블로흐 방정식과 라비 진동[편집]

정적인 그림에서 동역학으로 넘어가자. 주파수 ω0\omega_0 의 2준위계를 주파수 ω\omega 의 장으로 구동하면, 회전좌표계에서 회전파 근사를 쓴 유효 해밀토니안은

H=2(ΔσzΩσx),Δ=ωω0H=-\frac{\hbar}{2}\left(\Delta\,\sigma_z-\Omega\,\sigma_x\right), \qquad \Delta=\omega-\omega_0

이고, 폰 노이만 방정식을 블로흐 벡터로 옮기면 놀랍도록 고전적인 꼴이 된다.

r˙=Ωeff×r,Ωeff=(Ω,0,Δ)\dot{\mathbf{r}}=\boldsymbol{\Omega}_{\rm eff}\times\mathbf{r}, \qquad \boldsymbol{\Omega}_{\rm eff}=(\Omega,\,0,\,-\Delta)

세차운동 방정식이다. 자이로스코프나 팽이의 운동방정식과 같은 구조이며, 그래서 이 표현을 처음 정리한 파인만-버넌-헬워스는 이것을 “슈뢰딩거 방정식의 기하학적 표현”이라 불렀다. 양자 2준위계 하나는 결국 회전하는 벡터 하나다.

여기서 라비 진동이 즉시 읽힌다. 벡터는 Ωeff\boldsymbol{\Omega}_{\rm eff} 축 둘레를 각속도

ΩR=Ω2+Δ2\Omega_R=\sqrt{\Omega^2+\Delta^2}

로 돈다. 공명(Δ=0\Delta=0)이면 축이 xx 축이라 북극에서 출발한 벡터가 자오선을 따라 남극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 점유수가 0과 1 사이를 완전히 오간다. 이탈(Δ0\Delta\neq0)이 있으면 축이 기울어 원뿔을 그리므로 남극에 못 닿고, 점유수 진동의 최대 진폭이 Ω2/(Ω2+Δ2)\Omega^2/(\Omega^2+\Delta^2) 로 줄어든다. 이 로렌츠형 감소가 공명 곡선의 정체다.

π\pi 펄스(Ωt=π\Omega t=\pi)와 π/2\pi/2 펄스라는 실험의 기본 단위도 여기서 나온다. 전자는 북극→남극(비트반전), 후자는 북극→적도(중첩 생성)다. 게이트 시간이 곧 회전각이라는 관계가 펄스 캘리브레이션의 전부다.

5. 감쇠 — 벡터가 안으로 말려든다[편집]

닫힌 계에서는 r|\mathbf{r}| 이 보존되므로 벡터가 구 표면을 벗어나지 못한다. 환경이 붙으면 사정이 달라진다(개방 양자계). 회전좌표계의 블로흐 방정식은

x˙=ΔyxT2,y˙=ΔxΩzyT2,z˙=ΩyzzT1\dot x=\Delta y-\frac{x}{T_2},\qquad \dot y=-\Delta x-\Omega z-\frac{y}{T_2},\qquad \dot z=\Omega y-\frac{z-z_\infty}{T_1}

가 되고, 회전에 두 가지 수축이 겹친다.

  • T2T_2 (가로 수축)x,yx,y 를 축 쪽으로 눌러 붙인다. 비대각 성분, 즉 결맞음이 죽는 것(결어긋남).
  • T1T_1 (세로 완화)zz 를 열평형 높이 zz_\infty 로 끌어당긴다. 에너지가 환경으로 빠지는 것.

결과는 구 표면에서 출발한 점이 나선을 그리며 내부로 파고들어 한 점으로 수렴하는 그림이다. 그 한 점이 정상상태이고, 반지름이 줄어드는 것이 곧 순수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진폭감쇠만 있을 때 가로가 1γ\sqrt{1-\gamma}, 세로가 (1γ)(1-\gamma) 로 줄어든다는 사실에서 T22T1T_2\le2T_1 이 기하학적으로 따라온다 — 공은 절대로 세로보다 가로가 느리게 찌그러질 수 없다.

광학 블로흐 방정식 ẋ=Δy−x/T2, ẏ=−Δx+Ωz−y/T2, ż=−Ωy−(z+1)/T1 을 Float64Array 상태로 RK4 적분해, 블로흐 벡터가 유효장 축 Ω_eff=(−Ω,0,−Δ) 둘레로 세차운동하며 구 안쪽으로 나선을 그려 정상상태에 앉는 것을 본다. 오른쪽 옅은 곡선은 같은 Ω·Δ 의 무감쇠 해석해 z=−1+(Ω²/Ω_R²)(1−cos Ω_R t) 이고, 기본값 Ω=6·Δ=2·Γ=0.5 에서 수치 정상상태 ρ_ee 는 해석식 (Ω²/4)/(Δ²+Γ²/4+Ω²/2)=0.407932011331 과 2.0e−12 안에서 일치한다. Γ 를 0 으로 내리면 궤적이 구 표면의 닫힌 원이 되고, 그 구간에서 |r| 가 1 에서 벗어나는 폭은 1.54e−10 뿐이다.

수치적으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블로흐 표현은 실수 세 개라 가볍지만 r1|\mathbf{r}|\le1자동으로 지켜 주지 않는다. 룽게-쿠타법으로 위 방정식을 풀면 강한 구동과 큰 시간간격에서 벡터가 공 밖으로 튀어나가고, 그것은 밀도행렬 고유값이 음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밀도행렬을 직접 적분하면 최소한 에르미트성과 대각합은 지켜지지만 양의 반정부호성은 여전히 공짜가 아니다. 매 스텝 r|\mathbf{r}| 을 감시하고, 새면 시간간격이 아니라 방정식을 의심하는 것이 순서다.

6. 구 위의 거리, 그리고 입체각[편집]

그림이 진짜 도구가 되려면 거리가 물리량과 이어져야 한다. 큐비트에서는 이어진다.

D(ρ,σ)=12Trρσ=12rρrσD(\rho,\sigma)=\frac12\operatorname{Tr}\big|\rho-\sigma\big| =\frac12\,\big|\mathbf{r}_\rho-\mathbf{r}_\sigma\big|

대각합 거리가 블로흐 벡터 사이의 유클리드 거리의 절반이다. 대각합 거리는 “한 번의 최적 측정으로 두 상태를 구별할 확률”의 척도이므로, 공 안에서 두 점이 얼마나 떨어져 보이는지가 그대로 구별 가능성이다. CPTP 사상이 이 거리를 절대 늘리지 못한다는 사실(개방 양자계)은 잡음은 공을 수축시킬 뿐 늘릴 수 없다는 기하 진술이 된다. 게이트 오류를 대각합 거리로 재는 관행이 그림 위에서 곧바로 납득되는 이유다.

더 예쁜 것은 위상 쪽이다. 상태를 구 위의 닫힌 곡선을 따라 단열적으로 끌고 돌아오면, 동역학적 위상 말고도 곡선이 감싼 입체각 Ω\Omega 의 절반만큼 위상이 남는다.

γgeo=Ω2\gamma_{\rm geo}=-\frac{\Omega}{2}

이것이 스핀-12\tfrac12 의 베리 위상이고, 여기서도 절반이라는 인자가 SU(2)\mathrm{SU}(2) 이중 피복에서 온다. 경로의 세부가 아니라 넓이만이 남는다는 것이 요점 — 위상이 기하학적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이다. 홀로노믹 양자 게이트는 이 사실을 그대로 자원으로 쓴다. 경로 모양이 조금 흔들려도 넓이는 잘 안 변하므로, 제어 잡음에 둔감한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다.

7. 확장과 한계[편집]

이 그림의 아름다움은 d=2d=2 의 특권이다. 넘어가는 순간 무너진다.

  • 큐트릿(d=3d=3). ρ=131+a=18raλa\rho=\frac13\mathbb{1}+\sum_{a=1}^{8}r_a\lambda_a 로 겔만 행렬 8개를 쓰면 8차원 벡터가 나오지만, 허용 영역은 공이 아니다. 8차원 공 안의 훨씬 복잡한 볼록체이고 표면 대부분이 순수상태가 아니다. “블로흐 구 직관”을 큐트릿에 옮기는 것이 이 바닥의 고전적인 사고 유형이다.
  • 두 큐비트. 각각의 축소밀도행렬을 두 개의 공으로 그릴 수는 있지만, 그러면 얽힘 정보가 통째로 사라진다. 벨 상태는 두 공의 중심 두 개로 보이고, 이는 최대혼합 두 개와 구별되지 않는다. 얽힘은 국소 그림에 원리적으로 안 담긴다(양자 얽힘).
  • 편광. 반대로 아래로는 잘 확장된다. 결맞음 행렬과 스토크스 파라미터로 기술되는 편광의 푸앵카레 구가 수학적으로 같은 물건이고, 편광도 PPr|\mathbf{r}| 에 대응한다. 편광 광학을 아는 사람은 큐비트 상태 기술을 이미 아는 셈이다.2

8. 여담[편집]

  • 이름은 핵자기공명의 블로흐 방정식(1946)에서 왔다. 원래는 거시적 자화 벡터의 현상론적 운동방정식이었고, 처음부터 양자 상태의 기하학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다. 스핀 앙상블의 자화가 곧 블로흐 벡터라는 대응이 나중에 정리된 것.
  • 그래서 NMR 사람들은 이 그림을 반세기 먼저 썼다. 양자컴퓨팅 초창기에 NMR 기반 구현이 앞서 나간 데는 펄스 시퀀스 설계 노하우가 통째로 이식 가능했다는 이유가 컸다.
  • 강의에서 블로흐 구를 그릴 때 축 이름을 0,1,+,,+i,i|0\rangle,|1\rangle,|+\rangle,|-\rangle,|{+}i\rangle,|{-}i\rangle 로 붙이는 관습이 있는데, 여섯 점이 정확히 세 쌍의 상보적 측정 기저다. 큐비트 상태 단층촬영이 σx,σy,σz\sigma_x,\sigma_y,\sigma_z 세 번 측정으로 끝나는 이유가 그림에 이미 그려져 있는 셈.3

9. 관련 문서[편집]

10. Footnotes[편집]

  1. 실제로 큐비트 컴파일러를 짜다 보면 게임 엔진에서 겪던 문제가 그대로 재발한다. 회전을 오일러 각으로 저장하면 축이 겹치는 곳에서 자유도가 하나 죽고(짐벌 락), 회전 합성을 반복하면 노름이 서서히 새서 주기적으로 정규화해야 한다. 다른 점은 하나뿐이다 —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이상하게 돌지만 여기서는 확률이 음수가 된다.

  2. 푸앵카레가 이 구를 도입한 것이 1892년으로, 양자역학보다 30년 이상 앞선다. 편광 상태 공간이 큐비트 상태 공간과 같은 이유는 심오해서가 아니라 둘 다 2차원 복소 벡터 공간의 사영화이기 때문이다. 광자 편광이 실제로 큐비트로 쓰이는 것을 보면 우연이 아니긴 하다.

  3. 정확히는 세 관측량의 기댓값 σx,σy,σz\langle\sigma_x\rangle,\langle\sigma_y\rangle,\langle\sigma_z\rangle 를 각각 유한 번 측정해서 추정하는 것이라, 통계 오차 때문에 추정된 r\mathbf{r} 이 공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그대로 두면 고유값이 음수인 “상태”가 보고되므로, 최대가능도나 반정부호 계획법으로 공 안으로 사영해 넣는 것이 표준 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