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얽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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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계산물리 물리 마지막 수정: 2026-08-27 04:31:08

1. 개요[편집]

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
정의(순수상태)곱상태로 분해되지 않음 = 슈미트 랭크 > 1
정의(혼합상태)곱상태의 볼록결합으로 쓸 수 없음
이름슈뢰딩거 (1935, Verschränkung)
실험적 판정벨/CHSH 부등식 위반
고전 한계CHSH S ≤ 2 / 양자 한계 2√2 (치렐손)
계산과학적 의미얽힘이 크면 고전 시뮬레이션이 지수적으로 비싸진다

“부분을 다 알아도 전체를 모르는” 것이 고전이라면, “전체를 다 알아도 부분을 모르는” 것이 양자다.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여러 부분계로 이루어진 양자계의 상태가 각 부분계 상태의 곱으로 분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두 부분계 A,BA,B 의 순수상태 ψAB|\psi\rangle_{AB} 에 대해

ψABϕAχB|\psi\rangle_{AB} \neq |\phi\rangle_A \otimes |\chi\rangle_B

인 모든 상태가 얽힌 상태다. 1935년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EPR)의 논문에 대한 답장에서 슈뢰딩거가 Verschränkung 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양자역학의 특징적 성질 하나가 아니라 바로 그 성질”이라고 못박았다.

핵심은 크로네커 곱의 산수다. 부분계 차원이 dA,dBd_A, d_B 면 전체 힐베르트 공간의 차원은 dA+dBd_A+d_B 가 아니라 dAdBd_A d_B 다. 곱상태가 차지하는 부분은 자유도가 dA+dBd_A+d_B 남짓뿐이라, 전체 공간에서 곱상태는 측도 0인 얇은 껍질이다. 즉 얽힘이 예외가 아니라 곱상태가 예외다.

심위키가 이 문서를 두는 이유는 철학보다 비용 쪽이다. 얽힘이 있으면 상태를 부분별로 쪼개 저장할 수 없고, 그래서 텐서 네트워크·DMRG 같은 압축 기법의 성패가 “얽힘이 얼마나 있는가”에 직결된다. 그 정량화는 얽힘 엔트로피가 전담하므로 여기서는 얽힘이 무엇이고 어떻게 판정하는가에 집중한다.

2. 슈미트 분해 — 순수상태의 완결된 답[편집]

두 부분계로 나뉜 순수상태에 대해서는 얽힘 여부가 완전히 풀려 있다. ψ=ijCijiAjB|\psi\rangle=\sum_{ij}C_{ij}|i\rangle_A|j\rangle_B 에서 계수 배열 CC특이값 분해를 먹이면

ψ=k=1rλkkAkB,λk>0,  kλk2=1|\psi\rangle = \sum_{k=1}^{r}\lambda_k\,|k\rangle_A\otimes|k\rangle_B, \qquad \lambda_k>0,\ \ \sum_k\lambda_k^2=1

가 나온다(슈미트 분해). 0이 아닌 항의 개수 rr슈미트 랭크이고,

r=1    곱상태    얽힘 없음r=1 \iff \text{곱상태} \iff \text{얽힘 없음}

이다. 판정이 저랭크 근사 문제로 환원된다는 뜻이라, 순수상태의 얽힘 판정은 SVD 한 번이다. 얽힘의 λk2\lambda_k^2 분포의 엔트로피로 재고, 그 논의 전체는 얽힘 엔트로피에 있다.

여기서 밀도행렬과 연결된다. ρA=TrBψψ=kλk2kk\rho_A=\operatorname{Tr}_B|\psi\rangle\langle\psi| = \sum_k \lambda_k^2|k\rangle\langle k| 이므로, 전체가 순수한데 부분이 혼합이면 그 계는 얽혀 있다. 벨 상태에서 ρA=I/2\rho_A=I/2 가 되는 것이 극단적 사례고, 이 “전체는 아는데 부분은 모른다”가 얽힘의 조작적 정의라고 봐도 된다.

셋 이상으로 갈라지면 이 깔끔함이 무너진다. 3자 이상에서는 일반적인 슈미트 분해가 존재하지 않고, 얽힘의 종류 자체가 갈라진다. 3큐비트에서 GHZ 상태 (000+111)/2(|000\rangle+|111\rangle)/\sqrt2 와 W 상태 (001+010+100)/3(|001\rangle+|010\rangle+|100\rangle)/\sqrt3 은 국소 연산과 고전 통신(LOCC)으로 서로 변환할 수 없는 다른 부류다(뒤르-비달-치락, 2000). 큐비트가 4개만 돼도 부류가 무한히 많아진다.

3. 벨 상태와 CHSH — 얽힘을 실험으로 잡는 법[편집]

2큐비트의 최대 얽힘 상태 네 벌을 벨 상태라 부른다.

Φ±=00±112,Ψ±=01±102|\Phi^{\pm}\rangle=\frac{|00\rangle\pm|11\rangle}{\sqrt2},\qquad |\Psi^{\pm}\rangle=\frac{|01\rangle\pm|10\rangle}{\sqrt2}

이 넷은 2큐비트 공간의 정규직교 기저를 이루고, 어느 것이든 한쪽을 지우면 I/2I/2 가 된다.

EPR이 제기한 문제는 “이 상관이 사실은 미리 정해진 숨은 변수 때문 아니냐”였고, 1964년 벨이 그 질문을 실험으로 판정 가능한 부등식으로 바꿔 놓았다. 실험에서 실제로 쓰이는 형태는 클라우저-혼-시모니-홀트(1969)의 CHSH 부등식이다. 앨리스가 설정 a,aa,a' 중 하나, 밥이 b,bb,b' 중 하나를 골라 ±1\pm1 을 얻는다고 할 때

S=E(a,b)+E(a,b)+E(a,b)E(a,b)S=\left|E(a,b)+E(a,b')+E(a',b)-E(a',b')\right|

국소 실재론이면 S2S\le2, 양자역학이면 S222.828S\le2\sqrt2\approx2.828(치렐손 한계, 1980)이다. 벨 상태에 각을 45°씩 어긋나게 배치하면 정확히 222\sqrt2 가 나온다. 자세한 유도와 다른 부등식들은 벨 부등식 참고.

실험사는 프리드먼-클라우저(1972) → 아스페(1982) → 검출 효율과 국소성 허점을 동시에 막은 허점 없는 벨 실험(델프트·NIST·빈, 2015)으로 이어졌고,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이 아스페·클라우저·차일링거에게 갔다. 결론은 명확하다 — 자연은 국소 숨은 변수 이론이 아니다.

주의할 점 하나. 얽힘과 벨 부등식 위반은 같은 말이 아니다. 베르너 상태

ρW=pΨΨ+(1p)I4\rho_W = p\,|\Psi^{-}\rangle\langle\Psi^{-}| + (1-p)\frac{I}{4}

p>1/3p>1/3 에서 얽혀 있지만 CHSH 위반은 p>1/20.707p>1/\sqrt2\approx0.707 에서야 시작된다. 그 사이 구간의 상태들은 얽혀 있으면서도 국소 숨은 변수 모형으로 사영측정 통계를 재현할 수 있다(베르너, 1989). 그래서 “CHSH를 안 깼으니 얽힘이 없다”는 추론은 틀린다.

4. 무통신 정리 — 빛보다 빠르지 않다[편집]

얽힘 이야기에 반드시 따라붙는 오해가 “한쪽을 측정하면 다른 쪽이 즉시 바뀌니 초광속 통신 아니냐”다. 아니다. 증명은 한 줄이면 된다.

앨리스가 자기 쪽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AA 에만 작용하는 대각합 보존 연산 EA\mathcal{E}_A 다. 밥이 볼 수 있는 것은 축소밀도행렬뿐인데

ρB=TrA[(EAIB)ρAB]=TrAρAB=ρB\rho_B' = \operatorname{Tr}_A\big[(\mathcal{E}_A\otimes\mathcal{I}_B)\,\rho_{AB}\big] = \operatorname{Tr}_A\,\rho_{AB} = \rho_B

이다. 대각합 보존이 곧 ”AA 를 대각합으로 지우고 나면 EA\mathcal{E}_A 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를 뜻하기 때문이다. 밥의 통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통신 정리(no-communication theorem)다.

바뀌는 것은 앨리스가 자기 결과를 알았을 때의 조건부 상태뿐이고, 그 조건을 밥에게 알리려면 고전 채널이 필요하며 그 채널은 광속 제한을 받는다. 양자 텔레포테이션이 2비트의 고전 통신을 반드시 요구하는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다 — 얽힘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보낸다.1 얽힘은 통신 채널이 아니라 자원이고, 고전 통신과 결합했을 때만 값을 한다(양자 텔레포테이션, 초고밀도 부호화).

5. 혼합상태의 얽힘 — 여기서 어려워진다[편집]

전체가 혼합상태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ρ\rho분리가능(separable)하다는 것은

ρ=ipiρA(i)ρB(i)\rho=\sum_i p_i\,\rho_A^{(i)}\otimes\rho_B^{(i)}

로 쓸 수 있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으면 얽혀 있다(베르너, 1989). 즉 곱상태들의 볼록결합이냐를 묻는 것이다. 순수상태처럼 SVD 한 방에 끝나지 않는 이유는, 위 분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려면 무한히 많은 앙상블 표현을 뒤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의 표준 판정법은 PPT 판정(양의 부분전치, Peres-Horodecki)이다. 부분전치 ρTB\rho^{T_B} 를 만든 뒤 고유값을 본다.

ρ 분리가능    ρTB 의 고유값이 전부 0\rho \text{ 분리가능} \;\Longrightarrow\; \rho^{T_B}\ \text{의 고유값이 전부 } \ge 0

증명은 쉽다 — 곱상태의 부분전치는 여전히 상태이고, 볼록결합이 이를 보존한다. 그러므로 음의 고유값이 하나라도 나오면 얽혀 있다. 페레스가 1996년 필요조건으로 제안했고, 같은 해 호로데츠키 3인이 2×22\times22×32\times3 에서는 이것이 필요충분임을 증명했다. 계산은 고유값 분해 한 번이라 싸다.

문제는 그 너머다.

  • 3×33\times3 이상에서는 PPT를 통과하면서도 얽힌 상태가 존재한다. 이들을 속박 얽힘(bound entanglement, 호로데츠키 1998)이라 부르며, 얽혀 있는데도 벨 상태를 증류해 낼 수 없다. 얽힘 자원이 “쓸 수 있는 것”과 “잠겨 있는 것”으로 갈린다는 뜻.
  • 일반 차원에서 분리가능성 판정은 NP-난해다(구르비츠, 2003). 그래서 실무는 판정 대신 계층적 완화를 쓴다 — 대칭 확장(DPS) 계층을 반정부호 계획법으로 풀어 위/아래에서 조여 오는 방식이고, 볼록 최적화가 양자정보에 깊게 들어와 있는 대표 사례다.
  • 정량화도 여러 갈래로 갈린다. 형성 얽힘(entanglement of formation), 2큐비트에서 닫힌 공식이 있는 콘커런스(우터스, 1998), PPT에서 파생되어 계산이 싼 음성도(negativity; 비달-베르너, 2002) 등. 순수상태에서는 이들이 모두 얽힘 엔트로피 하나로 수렴하지만, 혼합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양이다.

또 하나 얽힘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성질이 일부일처성(monogamy)이다. AABB 와 최대로 얽혀 있으면 AACC 와 전혀 얽힐 수 없다. 3큐비트에서 콜맨-쿤두-우터스 부등식(2000)이 이를 정량화한다. 고전 상관에는 없는 제약이고, 양자 키 분배의 보안 증명이 바로 이 성질에 기댄다 — 도청자가 가져갈 수 있는 상관에 상한이 걸린다.

6. 계산과학에서의 얽힘 — 축복이자 저주[편집]

얽힘은 두 얼굴이다.

저주 쪽. 얽힘이 있으면 상태를 부분별로 나눠 저장할 수 없다. nn 큐비트 상태벡터는 2n2^n 개의 진폭을 요구하고, n=50n=50 이면 16 PB다. 이 지수 폭발이 파인만이 1982년 양자컴퓨터를 제안한 동기였다. 다행히 자연이 만드는 바닥상태는 전형적이지 않다 — 국소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의 바닥상태는 얽힘이 부피가 아니라 경계 넓이에 비례하는 면적법칙을 따르고, 그래서 지수적으로 큰 공간의 얇은 껍질에만 산다. 이 껍질을 매개화하는 것이 행렬곱 상태이고, DMRG가 30년째 1차원의 왕좌를 지키는 이유다. 반대로 얽힘이 부피법칙으로 자라는 순간(긴 시간 발전, 2차원 넓은 계) 결합차원이 지수적으로 터진다. 상세한 스케일링 표는 얽힘 엔트로피에 있다.

축복 쪽. 같은 얽힘이 양자 알고리즘의 원료다. 양자 텔레포테이션, 초고밀도 부호화, 얽힘 기반 키 분배(에케르트, 1991), 그리고 양자 오류 정정 부호는 전부 얽힘을 자원으로 소비하거나 만들어 낸다. 특히 오류 정정 부호는 논리 정보를 여러 물리 큐비트에 얽어 흩뿌려 국소 잡음이 정보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여기서 흔히 잘리는 오해를 하나 더 정리하자. 얽힘이 있다고 고전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고츠먼-닐 정리에 따르면, 클리퍼드 게이트만으로 만든 안정자 회로는 벨 상태·GHZ 상태 같은 최대 얽힘을 마음껏 생성하면서도 고전 컴퓨터로 다항식 시간에 시뮬레이션된다. 양자 우위에는 얽힘 말고도 비클리퍼드 자원(흔히 ‘마법’)이 함께 필요하다는 뜻이다. “얽힘 = 양자 속도향상”이라는 등식은 광고 문구일 뿐이다.2

7. 여담 — 그래서 이게 진짜 있는 건가[편집]

  • 얽힘의 존재 자체는 이제 논쟁 대상이 아니다. 상용 양자 키 분배 장비가 얽힘 광자쌍을 매일 뽑아 쓰고 있고, 중국의 묵자(墨子)호 위성은 2017년에 1200 km 떨어진 두 지상국 사이에 얽힘을 분배해 벨 부등식 위반을 확인했다.
  • “얽힘이 끊어진다”는 표현은 부정확하다. 정확히는 환경과의 얽힘이 계 내부의 얽힘을 갉아먹는 것이고, 유한 시간 안에 얽힘이 정확히 0이 되는 현상을 얽힘 급사(entanglement sudden death, 유-이벌리 2004)라 부른다. 결맞음이 지수적으로 서서히 죽는 것과 달리 얽힘은 딱 끊긴다.
  • 국내 학부 강의에서 “얽힘 = 원격작용”으로 배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위의 무통신 정리 한 줄만 알아 두면 평생 헛소리를 피할 수 있다.3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1. 이 사실을 매년 새로 발견하고 “초광속 통신 아이디어”를 들고 오는 사람이 물리학과 게시판에 반드시 한 명씩 나타난다. 제안 내용은 대체로 “앨리스가 측정 기저를 바꿔서 신호를 보낸다”인데, 밥이 보는 것은 기저와 무관하게 언제나 ρB\rho_B 하나뿐이라 그 순간 끝난다. 반박에 필요한 수식이 두 줄이라는 게 이 정리의 가장 아름다운 점.

  2. 그래서 “우리 알고리즘은 얽힘을 활용합니다”라는 문장은 정보량이 0이다. 클리퍼드 회로도 얽힘은 활용한다. 진짜 물어야 할 것은 T 게이트를 몇 개 쓰는지, 그리고 그 회로가 안정자 형식을 벗어나는 지점이 어디인지다.

  3. 심지어 대중서 중에는 얽힘을 “두 입자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직도 있다. 끈이 있다면 그 끈으로 뭘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못 보낸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리 찍어 둔 동전 두 개를 봉투에 나눠 담은 쪽에 가깝고, 다만 그 동전들의 상관이 어떤 고전 봉투로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이다. 그 ‘얼마나 강한가’를 잰 숫자가 222\sqr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