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변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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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물리 계산물리 마지막 수정: 2026-08-30 04:47:26

1. 개요[편집]

숨은 변수 이론
Hidden Variable Theory
주장양자 확률은 미지의 결정론적 변수 λ 탓
출발점EPR 논변 (1935)
국소판의 운명벨 부등식 위반으로 배제 (실험 확정)
비맥락판의 운명콘–슈페커 정리로 배제 (차원 ≥ 3)
살아남은 예드브로이–봄 역학 (비국소적·맥락적)
2022 노벨상아스페 · 클라우저 · 차일링거

주사위는 신이 던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눈을 못 뜬 것뿐이라는 믿음. 실험이 그 믿음의 절반을 잘라 냈다.

숨은 변수 이론(hidden variable theory)은 양자역학이 확률로만 말하는 측정 결과가 사실은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추가 변수 λ\lambda 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 있고, 양자역학의 확률은 그 λ\lambda 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통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형식적으로는, 준비 절차마다 확률분포 ρ(λ)\rho(\lambda) 가 있고 측정 결과가 A(설정,λ)A(\text{설정},\lambda) 라는 함수로 정해지며, λ\lambda 에 대해 평균하면 양자역학의 예측이 재현된다는 요구다.

동기는 소박하고 강력하다. 통계역학에서 온도와 압력이 확률적으로 보이는 것은 분자 하나하나의 위치와 속도를 모르기 때문이지 자연이 진짜로 주사위를 던져서가 아니다. 양자역학도 그런 것 아니냐 — 아인슈타인이 평생 견지한 입장이 이것이고, 그의 표현으로는 양자역학이 틀렸다기보다 불완전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문서는 그 입장이 어떻게 정의되고, 어떤 부분이 실험으로 배제되었으며, 무엇이 남았는지를 다룬다. CHSH 부등식의 유도·허점 분류·유한 표본 통계는 벨 부등식이 담당하므로 여기서는 필요한 만큼만 인용한다.

2. EPR 논변 — 실재성과 국소성[편집]

1935년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논문은 “양자역학적 실재 기술은 완전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고실험이다. 논증에 쓰인 두 개념을 정확히 적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 실재성 기준. 계를 교란하지 않고 어떤 물리량의 값을 확실하게(확률 1로)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물리량에 대응하는 실재의 요소가 존재한다.
  • 국소성. 공간적으로 떨어진 두 계에 대해, 한쪽에 가한 조작이 다른 쪽의 실재 요소를 즉시 바꿀 수는 없다.

봄이 다듬은 스핀 판본으로 보면 명료하다. 스핀 싱글릿 쌍에서 앨리스가 zz 를 재면 밥의 zz 결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고, xx 를 재면 밥의 xx 결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 앨리스는 밥을 건드리지 않았으므로(국소성) 밥 쪽에는 zz 값과 xx 값이 둘 다 실재 요소로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두 값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역학은 불완전하다 — 이것이 EPR의 결론이고, 숨은 변수 프로그램의 출발 신호였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정리하자. EPR은 양자역학이 틀렸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1 예측은 전부 맞다고 인정하면서, 그 밑에 더 완전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EPR은 반증 가능한 물리적 주장이 아니라 철학적 요구로 남았고, 30년 동안 아무도 이것을 실험으로 옮길 방법을 몰랐다.

3. 폰 노이만의 “불가능성 증명”과 그 결함[편집]

한편 1932년에 폰 노이만은 숨은 변수 이론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증명을 발표했고, 이 권위 덕분에 해당 방향의 연구가 수십 년간 사장됐다. 문제는 그 증명이 부당하게 강한 가정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숨은 변수 상태(분산 없는 상태)에 대해서도 기댓값의 가법성 A+B=A+B\langle A+B\rangle = \langle A\rangle+\langle B\rangle교환하지 않는 관측량에 대해서까지 성립할 것을 요구했다. 양자 상태에서는 이것이 참이지만, 그것은 양자역학의 정리일 뿐 가상의 숨은 변수 이론이 만족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σx\sigma_xσy\sigma_y 는 각각 ±1\pm1 을 값으로 갖지만 σx+σy\sigma_x+\sigma_y 의 고윳값은 ±2\pm\sqrt2 다 — 개별 시행에서 값이 더해질 리가 없다.

이 결함은 1935년에 그레테 헤르만이 지적했으나 거의 읽히지 않았고, 1966년에 벨이 다시 지적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2 교훈은 씁쓸하다. 불가능성 정리는 가정을 읽어야 한다. 무엇이 배제됐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가정하고 배제했는지가 내용이다.

4. 벨이 바꾼 것 — 국소 숨은 변수의 사망[편집]

벨(1964)의 기여는 EPR의 두 가정(실재성 + 국소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측정 가능한 상관관계에 정량적 한계가 생긴다는 것을 보인 데 있다. CHSH 형태로

S=E(a,b)+E(a,b)+E(a,b)E(a,b)2S=\big|E(a,b)+E(a,b')+E(a',b)-E(a',b')\big|\le 2

이고, 양자역학은 치렐손 한계 222.8282\sqrt2\approx2.828 까지 올린다. 유도와 최적 각도, 왜 하필 222\sqrt2 인지는 벨 부등식에 있다.

여기서 정확히 무엇이 죽었는지를 짚는 것이 이 문서의 핵심이다. 죽은 것은 “국소 숨은 변수 이론”이라는 결합 가정이다. 부등식의 유도에 들어간 것은 다음 셋이고, 실험이 S>2S>2 를 보인 이상 이 중 최소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 국소성(파라미터 독립성 + 결과 독립성): 앨리스의 결과 분포가 밥의 설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 실재성: 실제로 고르지 않은 설정에 대해서도 결과값이 정의된다(반사실적 확정성).
  • 측정 독립성(자유선택): 설정을 고르는 난수가 λ\lambda 와 상관되어 있지 않다.

“벨이 실재론을 죽였다”거나 “벨이 국소성을 죽였다”는 단정은 둘 다 부정확하다. 벨은 이 셋을 동시에 유지할 수 없음을 보였을 뿐이고, 어느 것을 버릴지는 각 해석의 선택이다. 이 선택지 목록이 사실상 양자역학 해석 지형도의 뼈대다.

실험사는 짧게만 적는다. 프리드먼–클라우저(1972)가 최초의 유의미한 위반을 보고했고, 아스페 등(1981~82)이 광원과 검출 효율을 크게 개선하며 빠른 스위칭을 도입했다. 바이스 등(1998)이 무작위 설정 선택과 공간꼴 분리를 함께 달성했고, 2015년에 델프트·NIST·빈의 세 그룹이 검출 허점과 국소성 허점을 동시에 닫은 실험을 각각 발표하며 논쟁이 사실상 종결됐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이 알랭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에게 “얽힌 광자를 이용한 실험, 벨 부등식 위반의 확립, 양자정보과학의 개척”으로 수여된 것이 이 흐름의 공식적 마침표다. 허점 각각의 논리와 통계 처리는 벨 부등식 참고.

5. 콘–슈페커 정리 — 비국소성과 다른 축[편집]

벨 정리만 알면 “그럼 비국소적인 숨은 변수를 쓰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국소성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 별도의 불가능성 정리가 있다. 콘–슈페커 정리(1967)는 힐베르트 공간 차원이 3 이상일 때, 다음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값 부여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인다.

  • 모든 관측량에 미리 값이 정해져 있다(실재성).
  • 그 값이 어떤 다른 관측량들과 함께 측정되는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비맥락성).

두 번째 조건이 맥락성(contextuality)이라는 개념의 정의다. 관측량 AABB 와도 교환하고 CC 와도 교환하지만 BBCC 는 서로 교환하지 않을 때, AA 를 ”BB 와 함께 재는 맥락”과 ”CC 와 함께 재는 맥락”에서 같은 값을 갖는다고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짧은 증명은 페레스–머민의 3×3 사각형이다. 두 큐비트 관측량 아홉 개를 이렇게 배치한다.

1열2열3열
σxI\sigma_x\otimes IIσxI\otimes\sigma_xσxσx\sigma_x\otimes\sigma_x
IσyI\otimes\sigma_yσyI\sigma_y\otimes Iσyσy\sigma_y\otimes\sigma_y
σxσy\sigma_x\otimes\sigma_yσyσx\sigma_y\otimes\sigma_xσzσz\sigma_z\otimes\sigma_z

각 행과 각 열 안의 세 관측량은 서로 교환하므로 함께 측정할 수 있고, 각각이 하나의 맥락이다. 계산해 보면 세 행의 곱은 모두 +1+\mathbb{1}, 앞 두 열의 곱도 +1+\mathbb{1} 인데 마지막 열의 곱만 1-\mathbb{1} 이다(마지막 열에서 σxσyσz=i1\sigma_x\sigma_y\sigma_z=i\mathbb{1} 가 양쪽에 하나씩 생겨 i2=1i^2=-1 이 나온다). 이제 아홉 칸에 맥락과 무관한 ±1\pm1 값을 적어 넣었다고 하자. 같은 아홉 개 값의 곱을 두 가지 방법으로 센다. 행별 곱을 세 개 곱하면 (+1)(+1)(+1)=+1(+1)(+1)(+1)=+1 이고, 열별 곱을 세 개 곱하면 (+1)(+1)(1)=1(+1)(+1)(-1)=-1 이다. 모순. 상태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것 — 이건 확률 논증이 아니라 대수적 모순이다.

원래 논문은 3차원에서 117개의 방향을 쓰는 복잡한 구성이었고, 이후 페레스의 33개(3차원), 카베요 등의 18개(4차원)처럼 훨씬 작은 집합이 발견됐다. 배경 정리로는 글리슨의 정리(1957)가 있는데, 차원 3 이상에서 사영자 위의 확률측도가 반드시 밀도연산자 꼴이어야 함을 보이므로 분산 없는 상태의 부재가 따름정리로 나온다.

맥락성은 비국소성과 다른 축이다. 벨 비국소성은 공간적으로 분리된 당사자들 사이의 맥락성이라는 특수한 경우로 볼 수 있고, 콘–슈페커 맥락성은 한 계 안에서도 성립한다. 계산과학 쪽에서 이 개념이 갑자기 중요해진 것은, 맥락성이 양자 계산 우위의 자원이라는 결과들이 나오면서다. 특히 안정자 형식론과 마법 상태 증류의 맥락에서, 증류가 가능한 상태와 맥락성을 보이는 상태의 경계가 일치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고트스만–크닐 정리로 고전 시뮬레이션이 되는 영역(양자 게이트 참고)과 맥락성이 없는 영역이 겹친다는 그림이다. 철학 논쟁에서 출발한 개념이 컴파일러 자원 계산에 등장하는 흔치 않은 사례.

6. 드브로이–봄 역학 — 실재성을 지키고 국소성을 버리기[편집]

벨의 결론이 강제한 선택지 중 하나는 국소성을 포기하는 것이고, 그 길을 끝까지 간 완성된 이론이 있다. 드브로이(1927)가 제안하고 봄(1952)이 완성한 파일럿 파동 이론이다.

구성은 이중적이다. 파동함수 ψ\psi슈뢰딩거 방정식을 그대로 따르고, 그와 별도로 입자들이 언제나 확정된 위치 Qk(t)Q_k(t) 를 갖는다. 숨은 변수가 바로 이 위치다. 위치의 시간 발전은 유도 방정식으로 주어진다.

dQkdt=mkImkψψq=Q\frac{dQ_k}{dt}=\frac{\hbar}{m_k}\,\mathrm{Im}\frac{\nabla_k\psi}{\psi}\bigg|_{\mathbf{q}=\mathbf{Q}}

ψ=ReiS/\psi=Re^{iS/\hbar} 로 극분해하면 S/m\nabla S/m 이 속도장이고, 실수부 방정식이 고전 해밀턴–야코비 방정식에 양자 퍼텐셜

Qqp=22m2RRQ_{\rm qp}=-\frac{\hbar^2}{2m}\frac{\nabla^2R}{R}

이 더해진 꼴이 된다. 이 이론의 성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경험적으로 표준 양자역학과 등가. 초기 입자 분포가 ψ2|\psi|^2 이면 유도 방정식이 그 분포를 보존한다(등변성). 이 “양자 평형” 가정 아래에서 모든 예측이 표준 이론과 일치한다. 즉 실험으로 구별할 수 없다.
  • 명시적으로 비국소적. 얽힌 다체 파동함수는 인수분해되지 않으므로, 입자 kk 의 속도가 같은 순간 다른 입자들의 위치에 의존한다. 벨 정리를 정면으로 받아들인 결과이고, 벨 본인이 이 이론을 “국소성이 왜 포기될 수밖에 없는지 보여 주는 존재 증명”으로 애용했다.
  • 맥락적. 스핀 측정은 미리 있던 스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장치와 상호작용한 뒤 입자가 어느 갈래로 갔는지를 보는 것이다. 결과가 장치 배치에 의존하므로 콘–슈페커에도 걸리지 않는다. “측정”이라는 말이 “발견”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이론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 약점. 상대론적 확장과 장 이론으로의 일반화가 자연스럽지 않고(선호 기준틀이 필요해 보인다), 입자 수가 늘면 배위공간 3N3N 차원 위의 파동함수를 그대로 짊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이 같은데 존재론만 늘어난다는 점이 다수 물리학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수치해석 쪽에서는 봄 궤적이 해석 논쟁과 무관하게 계산 도구로 쓰인다. 양자 유체동역학·양자 궤적법은 파동함수를 격자에 풀지 않고 궤적 다발을 따라가며 ψ\psi 를 재구성하는데, 배위공간 격자를 피할 수 있어 고차원에서 유리하다. 대신 악명 높은 노드 문제가 있다 — R0R\to0 인 곳에서 양자 퍼텐셜이 발산해 궤적이 수치적으로 폭주한다. 간섭 무늬처럼 노드가 많은 문제에서 이 방법이 잘 안 먹히는 이유이고, 평활화나 근사 양자 퍼텐셜로 우회하는 것이 실무다.3

7. 남은 선택지들[편집]

벨과 콘–슈페커를 통과하려면 어딘가를 포기해야 하고, 현대 해석들은 각각 다른 데를 포기한다.

입장포기하는 것비고
표준(코펜하겐 계열)측정 전 값의 실재성측정 문제를 해석에 맡김
드브로이–봄국소성결정론과 실재성은 유지
다세계단일 결과확률의 의미가 숙제로 남음
자발적 붕괴(GRW 등)유니터리 발전의 보편성숨은 변수가 아니라 동역학 수정, 실험적으로 반증 가능
초결정론측정 독립성설정 난수가 λ\lambda 와 상관

마지막 항목은 따로 언급할 값어치가 있다. 초결정론은 실험자가 고르는 측정 설정이 애초에 λ\lambda 와 상관되어 있다고 가정해 벨 부등식의 유도 자체를 무력화한다. 논리적으로 반박 불가능하지만, 대가가 크다 — 이 가정을 허용하면 모든 통계적 실험의 무작위화가 무의미해지므로 과학적 추론 일반이 무너진다. 그래서 이것은 “배제됐다”기보다 “받아들이면 게임이 끝난다”에 가깝다. 실험은 대신 밀어내는 전략을 쓴다. 은하수 별빛(2017)이나 수십억 광년 밖 퀘이사의 빛(2018)으로 설정을 고르면, 음모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그만큼 오래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했음을 보이는 식이다.

자발적 붕괴 모형은 성격이 다르다. 숨은 변수를 추가하는 대신 슈뢰딩거 방정식에 확률적 항을 넣어 거시적 중첩을 스스로 무너뜨리는데, 이는 표준 양자역학과 다른 예측을 낳는다(질량이 클수록 붕괴가 빠르므로 간섭 실험과 미세 가열 측정으로 파라미터 공간이 계속 좁혀지고 있다). 해석이 아니라 경쟁 이론이라는 점에서, 이 목록에서 유일하게 실험이 계속 칼질을 하고 있는 항목이다. 거시 중첩을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어긋남과도 맞물린다 — 결어긋남은 중첩이 왜 보이지 않는지는 설명하지만 왜 하나의 결과만 일어나는지는 설명하지 않으므로, 측정 문제는 여전히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가 남긴 실용적 유산을 적어 두자. 숨은 변수 논쟁은 순수하게 형이상학적으로 시작했지만, 그 결과물인 벨 부등식은 오늘날 장치 독립 프로토콜의 기반이다. 상자 안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SS 값만으로 난수의 진짜 무작위성을 인증하고, 같은 논리로 양자 키 분배의 보안을 증명한다. “국소 실재론이 틀렸다”가 그 자체로 공학적 자원이 된 것이 이 논쟁의 가장 예상 밖의 결말이다. 관련해 국소 실재론의 정확한 정식화는 별도 문서에서 다룰 만한 주제다.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1. 아인슈타인 본인은 이 논문의 서술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포돌스키가 초고를 썼고, 아인슈타인이 보기엔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 — 국소성을 지키려면 기술이 불완전해야 한다는 딜레마 — 가 형식논리에 묻혔다는 것이다. 정작 후대가 “EPR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외운 것도 그 형식논리 쪽이다.

  2. 벨의 표현이 통렬하다 — 폰 노이만의 가정은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 어리석다(not merely false but foolish)“고 썼다. 물리학사에서 권위 하나가 한 분야를 30년 재운 대표 사례로 인용되지만, 공정하게 말하면 폰 노이만 본인은 그 가정을 명시적으로 적어 두었다. 아무도 안 읽었을 뿐이다.

  3. 봄 궤적을 계산 도구로 쓰는 사람 상당수는 봄 역학의 존재론을 전혀 믿지 않는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라그랑주 기술로 바꾼 것일 뿐이니 CFD의 오일러/라그랑주 선택과 다를 바 없다는 태도인데, 그 결과 학회에서 “당신은 봄주의자입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요, 저는 그냥 격자가 싫습니다”라고 답하는 광경이 종종 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