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세장비(細長比, aspect ratio, AR)는 날개의 “길고 가느다란 정도”를 나타내는 무차원 형상 변수로, 날개폭 와 날개 기준면적 로
로 정의된다. 직사각형 날개라면 이므로 , 즉 문자 그대로 “가로 나누기 세로”가 된다. 테이퍼가 있거나 후퇴각이 있는 날개에서는 시위가 위치마다 달라지므로 쪽이 정의로 쓰인다.
세장비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로 요약된다. 3차원 날개가 2차원 익형과 달라지는 정도를 이 숫자 하나가 거의 다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도항력, 양력선기울기, 실속각, 날개끝 와류의 세기, 심지어 구조 중량과 플러터 속도까지 전부 을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개념설계 단계에서 날개 파라미터를 딱 세 개만 고르라고 하면 대개 세장비·후퇴각·테이퍼비가 뽑힌다.
주의 — 이 문서는 날개의 세장비를 다룬다. 격자 셀의 종횡비와 기둥의 세장비는 이름만 같은 다른 개념이며, 아래 마지막 절에서 구분해 정리했다.
2. 하강류가 만드는 유도항력[편집]
유한한 날개는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아랫면의 고압 공기가 윗면으로 말려 올라간다. 이 말림이 날개끝 와류(wingtip vortex)이고, 와류가 날개 위치에 유도하는 아래 방향 속도가 하강류(downwash)다. 하강류는 유효 받음각을 만큼 깎고, 그만큼 양력 벡터가 뒤로 기울어져 흐름 방향 성분이 남는다. 그것이 유도항력이다.
양력 분포가 타원형일 때 하강류는 스팬 방향으로 균일해지고, 유도받음각과 유도항력계수는
가 된다. 여기서 는 스팬 효율계수(오스왈드 효율계수)로, 타원 분포에서 1이고 실제 날개에서는 0.7~0.9 근처다.1 공력해석에서 극곡선을 다룰 때 나오는 그 항이며, 프란틀의 양력선 이론에서 유도된다.
이 식이 말하는 바는 잔인할 만큼 단순하다. 양력을 유지한 채 유도항력을 반으로 줄이려면 세장비를 두 배로 하면 된다. 글라이더의 날개가 낚싯대처럼 생긴 이유, 알바트로스가 그렇게 생긴 이유,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가 전부 비슷하게 생긴 이유가 여기 있다. 순항 중 여객기 항력의 대략 3분의 1이 유도항력이므로 이건 소소한 이득이 아니다.
윙렛·엔드플레이트는 물리적 날개폭을 늘리지 않고 하강류 분포를 바꿔 유효 세장비를 키우는 장치로 해석된다. 공항 게이트 폭 제한( 상한)이 실질적으로 세장비 상한이 되는 여객기 세계에서 윙렛이 대유행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3. 양력선기울기와 실속각[편집]
하강류는 항력만 만드는 게 아니라 양력 기울기 자체를 깎는다. 2차원 익형의 양력선기울기를 (라디안당, 얇은 익형 이론에서 )라 하면, 유한날개의 기울기는
로 줄어든다.2 이면 로 2차원 결과를 회복하고, 반대로 이 아주 작으면 존스(R. T. Jones)의 세장날개 이론에서 얻는 로 수렴한다. 로 몇 개만 계산해 보면 감이 온다.
| (rad, 가정) | 대비 | |
|---|---|---|
| 2 | 3.14 | 50% |
| 4 | 4.19 | 67% |
| 8 | 5.03 | 80% |
| 20 | 5.70 | 91% |
| 6.28 | 100% |
기울기가 완만해진다는 것은 같은 을 내는 데 더 큰 기하학적 받음각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익형 자체의 실속 받음각은 그대로이므로 저세장비 날개는 더 큰 받음각까지 버틴다. 델타익 전투기가 기수를 하늘로 쳐들고도 날아가는 그림의 절반은 이 효과이고, 나머지 절반은 앞전 박리 와류가 만드는 와류양력(vortex lift)이다. 착륙 접근 자세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기수를 든 모양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
4. 세장비를 마음대로 못 올리는 이유[편집]
유도항력만 보면 세장비는 무한대가 정답이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은 이유는 전부 공력 바깥에 있다.
- 구조 중량. 날개 뿌리 굽힘 모멘트는 대략 스팬에 비례해 커지는데, 그 모멘트를 받는 스파 캡 단면적은 다시 모멘트에 비례한다. 통계 기반 중량 추정식(예: 레이머의 수송기 날개 중량식)에서 날개 중량은 대체로 언저리에 비례하는 항을 갖는다. 유도항력 이득이 로 줄어드는 사이 중량 페널티가 따라붙으므로, 최적 세장비는 반드시 유한한 값에서 잡힌다.
- 항공탄성학. 길고 얇은 날개는 굽힘·비틀림 고유진동수가 낮아지고, 그 결과 플러터 속도가 내려간다. 정적 발산과 조종면 반전도 같은 방향으로 나빠진다. 초고세장비 날개가 항공서보탄성학 문제를 달고 사는 이유다.3
- 롤 관성과 롤 성능. 롤 관성모멘트는 에 비례해 커지는 반면, 정상 롤률의 무차원 값 는 세장비를 올려도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즉 같은 조작에 대해 롤이 굼떠진다. 전투기가 세장비 3 근처에 머무는 첫째 이유가 기동성이고, 에일러론 설계가 여기에 직결된다.
- 초음속 파항력. 초음속에서는 후퇴각을 크게 줘 앞전을 마하콘 안에 넣는 것이 유리한데, 큰 후퇴각과 큰 세장비는 기하학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오지 델타의 세장비가 2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순항 마하수가 그렇게 시킨 것이다.
- 지상 제약. 게이트 폭, 격납고, 유도로 간격. 접이식 날개끝이 등장한 배경이며, 실제로 세장비 상한을 정하는 것이 공력이 아니라 공항 규정인 경우가 흔하다.
결국 세장비는 임무가 정하는 숫자다. 실제 기체의 값을 늘어놓으면 그 설계 논리가 한눈에 보인다(모두 근삿값).4
| 기체 | 대략적 | 무엇을 산 설계인가 |
|---|---|---|
| 경기용 글라이더 | 25~35 | 활공비. 나머지는 전부 희생 |
| 고고도 정찰·장기체공기 | 10~25 | 희박대기에서의 항속·체공 |
| 현대 쌍발 여객기 | 9~10 | 순항 연비 대 게이트·중량 타협 |
| 초기 광동체 여객기 | 7~8 | 당시 재료·공탄성 기술의 한계 |
| 소형 프로펠러기 | 7 내외 | 무난함 |
| 4세대 전투기 | 3 내외 | 롤 응답·기동·초음속 |
| 오지 델타 초음속기 | 2 아래 | 초음속 순항 파항력 |
5. 해석에서의 세장비[편집]
전산유체역학 이전 시대의 세장비 계산은 양력선 이론과 와류격자법의 영역이었고, 지금도 개념설계 단계에서는 그렇다. 유도항력은 본질적으로 후류의 운동에너지이므로 RANS로 뽑을 때 후류 격자가 조금만 성기면 수치 소산이 와류를 뭉개 유도항력이 과소평가된다. 그래서 항력 분해(트레프츠 평면 적분)를 별도로 하고 격자 수렴을 따로 확인하는 것이 국룰이다.
세장비가 형상 최적화의 설계변수로 들어가면 문제는 즉시 다분야가 된다. 공력만 목적함수에 넣으면 최적화기가 세장비를 무한대로 밀어붙이므로, 복합재 해석 기반 중량 모형과 플러터 구속조건을 함께 걸어야 답이 유한한 곳에서 잡힌다. 트러스 지지 초고세장비 날개(TBW) 같은 최신 개념은 정확히 이 상충을 구조 쪽에서 깨보려는 시도다.
6. 이름이 같은 다른 세장비[편집]
한국어에서 “세장비”와 “종횡비”가 뒤섞여 쓰이는 바람에 검색이 자주 엉킨다. 최소한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 격자 셀의 종횡비(cell aspect ratio) — 셀의 가장 긴 변과 짧은 변의 비. 경계층 격자에서는 수백 대 일도 정상이지만, 유동 방향이 불명확한 영역에서 크면 수렴을 망친다. 이 이야기는 격자 문서 소관이며, 날개 세장비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 기둥·보의 세장비(slenderness ratio) — 유효길이를 회전반경으로 나눈 값. 좌굴 판정에 쓰이며, 보 이론에서 오일러-베르누이와 티모셴코를 가르는 기준(길이/두께 대략 10)도 이 계열이다. 얇은 요소에서 요소 잠김이 폭발하는 것도 같은 비율의 문제.
- 날개의 세장비(aspect ratio) — 이 문서. 정의가 라 “두 길이의 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 둘과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셋 다 “가늘고 긴 정도”를 재는 것은 맞지만, 지배하는 물리가 각각 유도항력·수치 조건수·좌굴 하중으로 완전히 다르다. 보고서에 그냥 “세장비”라고만 적어 놓으면 리뷰어가 반드시 되묻는다.
7. 관련 문서[편집]
- 공력해석 · 양력선 이론
- 에일러론 · 조종면 반전
- 항공탄성학 · 플러터 · 정적 발산 · 항공서보탄성학
- 층류 유동 제어 · 경계층
- 형상 최적화 · 복합재 해석
- 격자 · 좌굴 · 보 이론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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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오스왈드 효율계수”로 부를 때는 보통 유해항력의 양력 의존분까지 함께 흡수시킨 실무용 값이고, 순수하게 양력 분포의 비타원성만 재는 값은 스팬 효율 로 구분해 쓴다. 논문마다 정의가 미묘하게 달라서, 남의 를 가져다 쓸 때는 그 값이 어느 쪽인지 확인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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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양력선기울기 보정에 들어가는 효율계수와 유도항력 식의 는 같은 값이 아니다. 원래는 형태로 별도의 보정항 를 쓰는데, 실무에서는 둘 다 로 뭉개 놓고 “어차피 0.8쯤”으로 넘어간다. 개념설계 정확도에서는 문제가 안 되지만, 풍동 데이터를 맞출 때 두 가 다른 값으로 나오면 코드 버그가 아니라 정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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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장비를 극단으로 민 항공기는 결국 구조가 유연해져 날개가 눈에 띄게 휜다. 초고세장비 무인기에서 날개끝이 스팬의 10%씩 들리는 것은 정상 작동이며, 지상에서 처져 있던 날개가 이륙 후 활처럼 휘어 올라가는 광경이 승객에게는 공포지만 설계자에게는 계산대로다. 문제는 그 변형이 크면 선형 공탄성 가정이 깨져 기하 비선형 해석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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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적 세장비가 몇인데요”라는 질문에 정직한 답은 “임무를 먼저 말해 달라”이다. 항속거리가 지배하면 올리고, 기동성이 지배하면 내리고, 게이트가 지배하면 윙렛을 단다. 세장비 하나로 항공기 성격을 절반쯤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이 이 숫자의 매력이자 함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