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보 이론(beam theory)은 한 방향으로 길게 뻗은 구조 부재, 즉 보(beam)가 횡하중을 받아 휘어질 때의 처짐·응력·내력을 3차원 탄성 문제를 풀지 않고 1차원 미분방정식으로 근사해 예측하는 고체역학의 고전 이론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길이 방향에 비해 단면이 얇으니, 단면 전체를 한 점으로 뭉개서 축 좌표 하나의 함수로 처리하자”는 차원 축소다. 건물의 보와 기둥, 교량 거더, 항공기 날개, 심지어 미소 캔틸레버 센서까지 — 가늘고 긴 것이 하중을 받는 곳이면 어디든 이 이론이 첫 손에 꼽힌다.1
보 이론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응력과 변형률의 완전한 3차원 텐서장을 풀 필요 없이, 단면 2차 모멘트라는 스칼라 하나만 알면 손으로도 답이 나오기 때문. 물론 그 대가로 “단면은 안 찌그러진다”는 다소 뻔뻔한 가정을 깔고 간다.
2. 오일러-베르누이 보[편집]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은 오일러-베르누이 보(Euler–Bernoulli beam)다. 두 개의 가정이 전부다.
- 변형 전 단면에 수직이던 평면 단면은 변형 후에도 평면을 유지한다(plane sections remain plane).
- 그 평면 단면은 변형 후에도 보의 중립축에 수직을 유지한다. 즉 전단 변형을 무시한다.
두 번째 가정 덕분에 단면의 회전각은 처짐 곡선의 기울기 와 그대로 같아진다. 여기서 처짐 에 대한 그 유명한 4계 미분방정식이 나온다.
는 영률(탄성계수), 는 단면 2차 모멘트, 는 단위 길이당 분포 하중이다. 를 묶어 굽힘 강성(flexural rigidity)이라 부르는데, 이게 클수록 보가 뻣뻣하다. 두께가 얇은 자가 잘 휘고 각목이 안 휘는 이유가 전부 에 들어 있다.
처짐만 알면 나머지는 미분 몇 방으로 줄줄이 딸려 나온다. 기울기(회전각) , 굽힘 모멘트, 전단력이 각각 이렇게 정의된다.
그래서 이 이론은 “한 번 미분하면 기울기, 두 번이면 모멘트, 세 번이면 전단력”이라는 리듬으로 외운다.2
3. 굽힘 응력과 단면 2차 모멘트[편집]
보가 휘면 중립축 위쪽은 압축, 아래쪽은 인장이 된다. 이때 축 방향 굽힘 응력은 중립축에서의 거리 에 선형 비례한다.
같은 모멘트라도 재료를 중립축에서 멀리 배치할수록(가 커질수록) 응력이 낮아진다. I형강(H빔)이 살을 위아래 플랜지에 몰아넣은 이유이자, 속 빈 파이프가 꽉 찬 봉보다 무게 대비 잘 안 휘는 이유가 바로 이 최적 배치에 있다. 단면 2차 모멘트는 단면적을 중립축에 대해 제곱 가중 적분한 값이다.
직사각형 단면이면 로, 높이 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각목을 세워 쓰느냐 눕혀 쓰느냐로 강성이 몇 배씩 갈리는 게 이 세제곱 때문이다. 응력이 국소적으로 튀는 응력집중 부위나 재료가 항복하는 소성 영역에서는 이 선형 분포 가정이 깨지므로, 그럴 땐 얌전히 비선형 구조해석으로 넘어가야 한다.
4. 티모셴코 보[편집]
오일러-베르누이 보는 짧고 굵은 보(깊은 보)나 복합재 해석처럼 전단 변형이 무시 못 할 경우 처짐을 과소평가한다. 이 한계를 푼 것이 티모셴코 보(Timoshenko beam, 정확히는 티모셴코-에렌페스트 보)다. 여기서는 두 번째 가정을 완화해, 단면이 중립축에 더 이상 수직이 아니어도 되게 허용한다. 즉 처짐 기울기 와 단면 회전각 를 독립 변수로 분리하고, 그 차이를 전단 변형률로 본다.
이렇게 하면 미지수가 와 둘로 늘어 연립 2계 방정식이 되지만, 전단에 무른 단면이나 고주파 모드 해석에서 훨씬 정확하다. 전단 강성에는 단면 형상에 따른 보정 계수(전단 계수 )가 곱해진다.3 세장비(길이/두께)가 대략 10을 넘으면 두 이론의 차이가 미미해지므로, 얇고 긴 보엔 그냥 오일러-베르누이를 쓰는 게 국룰이다.
5. 유한요소법에서의 보 요소[편집]
손 계산은 등단면·단순하중까지가 한계다. 형상이 복잡해지면 유한요소법의 보 요소(beam element)로 넘어간다. 가장 표준적인 2절점 오일러-베르누이 보 요소는 각 절점에 처짐 와 회전각 두 자유도를 두어 요소당 4개 자유도를 갖는다.
지배 방정식이 4계 미분이라 처짐과 그 1계 도함수(기울기)가 절점에서 모두 연속이어야 하는데, 이를 만족시키는 보간이 바로 3차 헤르미트 보간(Hermite interpolation)이다. 이 3차 형상함수가 만들어내는 요소 강성행렬은 구조해석 교과서에 박제된 그 유명한 행렬이며, 등단면 보에 대해서는 헤르미트 요소가 절점에서 이론적으로 정확한 처짐을 준다는 아름다운 성질이 있다.4 반면 티모셴코 보 요소는 처짐과 회전각을 독립 보간하는데, 순진하게 짜면 얇은 보에서 강성이 과도하게 잡히는 전단 잠김(shear locking)이 발생하므로 축소 적분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이 잠김 문제는 판과 셸 이론에서 더 악명 높게 재등장한다.
6. 좌굴과 진동에서의 보[편집]
보 이론은 정적 처짐만 다루는 게 아니다. 축 압축을 받는 가는 기둥이 옆으로 튕겨 나가는 좌굴은 보 방정식에 축력 항을 더한 고유값 문제로 귀결되며, 오일러가 유도한 임계 좌굴 하중 이 그 결과다. 동적으로 가면 보의 자유 진동은 시간 항을 붙인 편미분방정식이 되고, 이를 풀면 보의 고유진동수와 모드 형상이 나온다. 이 부분이 모드 해석의 교과서적 출발점이다. 감쇠까지 넣어 시간 응답을 보려면 감쇠와 시간 적분법이 추가로 동원된다.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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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오일러-베르누이”라는 이름의 두 주인공은 18세기 사람이다. 다니엘 베르누이가 미분방정식을 세우고 오일러가 처짐 곡선(엘라스티카)을 풀었으니, 인류는 컴퓨터도 없이 300년 전에 보의 처짐을 손으로 적분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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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 규약은 교과서마다 지옥처럼 다르다. 의 마이너스 부호를 두고 몇 세대의 학부생이 시험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결론은 “네가 정한 좌표계에 일관되기만 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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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계수 는 직사각형 단면에서 대략 5/6, 원형 단면에서 약 0.9 정도로, 단면 위 전단응력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한 스칼라로 뭉갠 보정값이다. 값 자체를 두고 논문이 여럿 나온, 은근히 골치 아픈 상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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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 “절점에서 정확” 성질은 등단면·구간별 상수 하중 같은 얌전한 조건에서만 성립한다. 분포하중이 복잡하면 요소 내부 처짐은 근사일 뿐이라, 요소를 잘게 쪼개는 수렴성 확인은 여전히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