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요소 잠김(element locking)은 유한요소법에서 요소가 실제 물리보다 훨씬 뻣뻣하게 거동하여 변위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수치적 병리 현상이다. 이론적으로는 잘 세운 정식화인데도, 특정 형상(얇은 보·셸)이나 특정 물성(비압축성·소성)에서 요소가 갑자기 “돌덩이”가 되어버린다. 하중을 두 배 걸어도 변위는 찔끔 나오고, 격자를 촘촘히 해도 정답으로 수렴하질 않는다. 처음 겪는 사람은 대개 재료 물성이나 경계 조건을 의심하며 몇 시간을 태우는데, 범인은 요소 그 자체다.1
핵심 원인은 요소의 기저함수가 표현할 수 있는 변형 모드가 제한된 탓에, 물리적으로는 에너지를 거의 안 쓰는 변형을 하려는데도 요소가 억지로 큰 변형 에너지(가짜 변형 에너지, spurious strain energy)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 가짜 에너지가 요소를 붙잡아 못 움직이게 하므로 “잠김”이라 부른다.
2. 전단 잠김[편집]
전단 잠김(shear locking)은 얇은 보나 셸을 저차 요소로 모델링할 때 나타난다. 순수 굽힘(pure bending) 상태의 얇은 보는 단면이 중립축에 수직을 유지하며 휘어야 하고, 이때 횡전단 변형은 0이어야 한다. 그런데 선형(1차) 요소의 변위장은 직선밖에 표현하지 못하므로, 실제로는 곡선으로 휘어야 할 변형을 직선 조각들로 근사하면서 존재하지 않아야 할 가짜 전단 변형률이 생겨난다.
문제는 얇을수록 심해진다는 것. 굽힘 강성은 두께 의 세제곱()에, 전단 강성은 두께 에 비례한다. 두께가 얇아지면 굽힘 강성이 전단 강성보다 훨씬 빠르게 작아지므로, 상대적으로 거대해진 가짜 전단 에너지가 요소 전체 에너지를 지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얇은 보일수록 변위가 정답 대비 수백 배 작게 나오는 “돌덩이화”가 벌어진다.2 다음 지표로 잠김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여기서 은 요소 길이, 는 두께다. 세장비 가 클수록 잠김이 폭발한다.
3. 체적 잠김[편집]
체적 잠김(volumetric locking)은 재료가 비압축성에 가까워질 때, 즉 포아송비가 0.5에 근접할 때 나타난다. 고무 같은 초탄성 재료나 소성 유동 중인 금속(소성·탄소성 해석)이 대표적이다. 비압축성 조건은 체적 변형률이 0이라는 제약, 즉 을 요소마다 강제한다.
저차 요소는 표현할 수 있는 변형 모드 수가 적은데, 요소마다 이 체적 불변 제약을 걸면 남는 자유도가 거의 없어진다. 마치 손발을 다 묶어놓고 춤을 추라는 격이라, 요소는 움직일 수 없어 뻣뻣해진다. 3차원 사면체 선형 요소(TET4)에서 특히 악명 높으며, 비압축성 문제에서는 사실상 사용 금지 수준이다. 이 “제약 대비 자유도” 균형을 정량화한 것이 이른바 constraint count 논의이며, 요소당 제약 수가 자유도 수를 넘어서면 잠김이 확정된다.
체적 잠김은 응력에도 특유의 병리를 남긴다. 잠긴 요소에서는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이 인접 요소마다 크게 진동하는 체스판 형태의 압력 오실레이션이 나타나, 변위뿐 아니라 응력장까지 못 쓰게 된다. 소성 해석에서 이게 특히 골치인 이유는, 금속의 소성 유동이 본질적으로 체적을 보존하는( 유동) 비압축성 거동이라 소성역이 커질수록 잠김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탄성 단계에서는 멀쩡하던 해석이 항복이 진행되면서 갑자기 뻣뻣해지는 사례가 여기서 나온다.
4. 원인: 가짜 변형 에너지[편집]
두 잠김을 관통하는 원인은 하나다. 요소 기저함수의 표현력 부족으로 인해, 실제 변형과 요소가 표현 가능한 변형 사이에 불일치가 생기고, 그 불일치가 물리에 없는 가짜 변형 에너지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이 에너지가 요소 강성행렬의 대각 성분을 부풀려 계를 과잉 구속(over-constrained)한다.
수학적으로는 수치적분 점의 위치에서 굽힘·비압축 제약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완전적분(full integration)을 쓰면 요소 내부의 모든 적분점에서 이 가짜 제약이 촘촘히 걸려 잠김이 극대화된다. 바로 여기서 해법의 실마리가 나온다 — 적분점을 덜 쓰면 된다.
5. 해법[편집]
실무에서 잠김을 푸는 처방은 여러 갈래이며, 상용 코드(Abaqus·NASTRAN·ANSYS Mechanical)는 대부분 아래를 조합해 기본 요소로 제공한다.
- 감소 적분(reduced integration): 적분점 수를 정규 차수보다 하나 줄여, 가짜 제약이 평가되는 지점을 없앤다. 가장 널리 쓰이지만, 대가로 모래시계 모드(hourglass mode)라는 제로 에너지 모드가 생겨 별도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 선택적 감소 적분(selective reduced integration, SRI): 강성을 굽힘/전단 항과 체적/전단 항으로 분리해, 잠김을 유발하는 항만 감소적분하고 나머지는 완전적분한다. 체적 잠김에 특히 효과적이다.
- B-bar 방법: 변형률-변위 행렬 에서 체적 성분만 요소 평균값으로 치환()하여 제약을 완화한다. SRI와 수학적으로 등가인 경우가 많다.
- 비적합 모드(incompatible modes): 요소 내부에 굽힘을 표현할 수 있는 추가 변형 모드를 얹어 표현력을 보강한다. Wilson의 비적합 요소가 원조이며, 저차 요소로도 굽힘을 꽤 잘 잡는다.
- 혼합 정식화(mixed/u-p formulation): 변위와 압력을 독립 변수로 두고 함께 푸는 방식. 비압축성 문제의 정공법이지만 안정성 조건(inf-sup, LBB 조건)을 만족하는 요소 조합을 골라야 한다.
- 고차 요소: 2차 이상의 요소는 변위장이 곡선을 표현할 수 있어 전단 잠김에 강하다. 다만 계산 비용이 오르고, 체적 잠김은 고차라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3
정리하면, 잠김은 “요소가 표현 못 하는 변형을 억지로 시켜서 생기는 에너지 부작용”이고, 해법은 “제약을 살짝 풀어주되(감소적분·B-bar) 너무 풀어서 헐거워지지 않게(안정화·혼합정식화) 균형을 잡는 것”이다. 잠김과 모래시계 모드는 동전의 양면이라,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줄다리기다.4
6. 관련 문서[편집]
- 유한요소법 · 강성행렬
- 감소 적분과 모래시계 제어
- 등매개변수 요소 · 수치적분
- 판과 셸 이론 · 보 이론
- 소성 · 탄소성 해석 · 초탄성 재료 모델
- 비선형 구조해석 · 구조해석
- Abaqus · NASTRAN · ANSYS Mechanical
7.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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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 “재료 물성을 잘못 넣은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 시니어가 “요소 타입 뭐 썼어?”라고 되묻는 게 국룰이다. 십중팔구 1차 완전적분 요소를 얇은 판에 발라놓았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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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서에는 얇은 보를 1차 완전적분 솔리드로 두께 방향 요소 한 겹만 깔면 안 된다고 못 박혀 있다. 그럼에도 마감에 쫓기면 다들 한 번씩 저지르고, 변위가 이상하게 작게 나온 뒤에야 깨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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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오해가 “2차 요소 쓰면 만사형통”이다. 전단 잠김은 크게 완화되지만 비압축성 체적 잠김은 2차 요소에서도 남으므로, 고무·소성 해석에서는 여전히 혼합 정식화나 하이브리드 요소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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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요소 요소 설계는 이 줄다리기의 최적점을 찾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기지도 않고 흐물대지도 않는” 요소를 만드는 것이 지난 반세기 요소 공학의 핵심 과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