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블릿 변환

편집 역사 토론
수치해석 계산물리 마지막 수정: 2026-07-31 04:11:07

1. 개요[편집]

언제 울렸는지도 알고 싶고 몇 헤르츠인지도 알고 싶다. 둘 다는 안 된다. 그래서 타협한다.

웨이블릿 변환(wavelet transform)은 신호를 진동수가 아니라 스케일(scale)과 위치(position) 로 분해하는 적분 변환이다. 하나의 모함수 웨이블릿(mother wavelet) ψ(t)\psi(t) 를 늘리고(팽창 aa) 옮기며(bb) 만든 함수족과의 내적으로 신호를 재본다.

Wf(a,b)=1af(t)ψ ⁣(tba)dtW_f(a, b) = \frac{1}{\sqrt{a}} \int_{-\infty}^{\infty} f(t)\, \psi^{*}\!\left( \frac{t-b}{a} \right) dt

푸리에 변환이 무한히 뻗은 eiωte^{i\omega t} 로 신호 전체를 한꺼번에 재는 것과 달리, ψ\psi 는 짧게 진동하다 죽는 국소적인 잔물결이다. 그래서 “어느 시각에 어떤 스케일의 사건이 있었나”를 동시에 잡는다. 충격, 균열 신호, 난류의 간헐적 돌풍처럼 비정상(non-stationary) 신호에서 푸리에가 무력해지는 지점이 정확히 웨이블릿의 출발점이다.

임의의 ψ\psi 가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역변환이 존재하려면 허용 조건(admissibility)

Cψ=0ψ^(ω)2ωdω<C_\psi = \int_0^{\infty} \frac{|\hat{\psi}(\omega)|^2}{\omega}\, d\omega < \infty

을 만족해야 한다. 이 적분이 유한하려면 ψ^(0)=0\hat{\psi}(0) = 0, 즉 ψ(t)dt=0\int \psi(t)\,dt = 0 이어야 한다 — 웨이블릿은 평균이 0이어야 한다는 뜻. 직류 성분을 못 보는 대신 변화만 본다는 성격이 여기서 나온다.

2. 창 폭의 맞교환 — 왜 스케일인가[편집]

시간-주파수 국소화에는 빠져나갈 수 없는 하한이 있다. 신호의 시간 폭 Δt\Delta t 와 주파수 폭 Δω\Delta \omega

ΔtΔω12\Delta t \cdot \Delta \omega \ge \frac{1}{2}

를 만족한다(가보 한계). 등호는 가우시안에서만 성립한다.1 즉 “짧고 날카로운 시간 분해능”과 “촘촘한 주파수 분해능”은 원리적으로 동시에 못 얻는다.

단시간 푸리에 변환(STFT)은 창 폭을 하나로 고정해서 이 예산을 쓴다. 창을 좁히면 20 Hz와 21 Hz를 구분 못 하고, 넓히면 0.1 ms짜리 충격이 뭉개진다. 저주파와 고주파에 같은 자를 들이대는 것이 문제다.

웨이블릿은 예산을 주파수에 비례해서 배분한다. 스케일 aa 에서 시간 폭은 Δta\Delta t \propto a, 주파수 폭은 Δω1/a\Delta \omega \propto 1/a 이므로 곱은 그대로지만 비율 ω/Δω\omega / \Delta\omega 가 스케일과 무관하게 일정하다 — 이것이 상수 Q(constant-Q) 성질이다. 결과적으로 고주파는 시간적으로 날카롭게, 저주파는 주파수적으로 촘촘하게 본다. 자연 신호 대부분이 “저주파는 길게 지속되고 고주파는 짧게 터진다”는 구조라, 이 배분이 공짜로 맞아떨어진다.

3. CWT와 DWT[편집]

연속 웨이블릿 변환(CWT)a,ba, b 를 연속으로 훑는다. 결과는 (a,b)(a,b) 평면의 스칼로그램이고, 정보가 심하게 중복되어 있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데 유리하다. 모를레(Morlet), 멕시칸 햇(가우시안 2차 미분) 같은 복소·실수 웨이블릿이 표준이며, 특이점 검출과 스케일링 지수 측정처럼 “그림을 봐야 하는” 작업에 쓴다.

이산 웨이블릿 변환(DWT)a=2ja = 2^{j}, b=k2jb = k\,2^{j}이진(dyadic) 격자만 뽑는다. 표본 NN 개짜리 신호에서 계수도 정확히 NN 개가 나오는 임계 표본추출이라 중복이 없고, 압축·잡음 제거처럼 “계수를 건드려 되돌려야 하는” 작업에 쓴다. CWT는 진단, DWT는 처리 — 실무에서 이 둘을 헷갈리면 압축률이 1보다 커지는 참사가 난다.

4. 다중해상도 해석과 필터뱅크[편집]

말라(Mallat)와 메이어(Meyer)의 다중해상도 해석(MRA)이 DWT에 골격을 준다. 중첩된 근사 공간열 V1V0V1\cdots \subset V_{-1} \subset V_0 \subset V_1 \subset \cdots 을 두고, Vj+1=VjWjV_{j+1} = V_j \oplus W_j 로 쪼갠다. VjV_j 를 스케일 함수 φ\varphi, 여집합 WjW_j 를 웨이블릿 ψ\psi 가 각각 생성하며 둘은 세밀화 방정식으로 묶인다.

φ(t)=2nh[n]φ(2tn),ψ(t)=2ng[n]φ(2tn)\varphi(t) = \sqrt{2} \sum_n h[n]\, \varphi(2t - n), \qquad \psi(t) = \sqrt{2} \sum_n g[n]\, \varphi(2t - n)

여기서 g[n]=(1)nh[1n]g[n] = (-1)^n h[1-n] 이다. 놀라운 것은 φ\varphiψ\psi 의 함수 꼴을 전혀 몰라도 계수 h[n]h[n] 만 있으면 변환이 계산된다는 점이다. 저역통과 hh, 고역통과 gg 로 거른 뒤 2배 다운샘플링하고, 저역 출력에 같은 짓을 재귀적으로 반복하면 끝 — 이것이 말라 피라미드 알고리즘이며 연산량이 O(N)O(N) 이다. 고속 푸리에 변환O(NlogN)O(N \log N) 보다도 싸다.

완전 재구성(perfect reconstruction)은 필터에 조건을 건다. 직교 필터뱅크에서는

H(ω)2+H(ω+π)2=2|H(\omega)|^2 + |H(\omega + \pi)|^2 = 2

가 성립해야 한다(직교 거울 필터 조건). 하르(Haar) 웨이블릿은 h=(1/2,1/2)h = (1/\sqrt{2},\, 1/\sqrt{2}) 로 가장 짧은 해이고,2 도브시(Daubechies) 웨이블릿 dbN\mathrm{db}N 은 필터 길이 2N2N, 소실 모멘트 NN 개로 “주어진 소실 모멘트 수에 대해 지지 구간이 최소”인 직교해다.3

N=512 신호에 db4(또는 하르) 필터뱅크로 말라 피라미드를 실제로 돌린다. 주인공은 레벨×시간 스케일로그램 — 도약과 스파이크 주변에만 고운 스케일 계수가 살아남는 영향 원뿔이 보이고, 매끄러운 구간은 통째로 어둡다. 재생하면 가장 거친 근사 A_J 에서 시작해 세부를 한 레벨씩 되돌리는 다중해상도 재구성이 진행된다. 임계값 슬라이더를 올리면 작은 계수가 죽으면서 유지 계수 수·재구성 오차가 함께 움직인다. 순환(주기) 연장이라 경계 보정이 없고, 덕분에 완전 재구성 오차와 파세발 등식 잔차가 부동소수점 한계에 머무는 것을 상단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5. 소실 모멘트, 희소성, 잡음 제거[편집]

소실 모멘트(vanishing moment)는 tmψ(t)dt=0\int t^m \psi(t)\, dt = 0 (m=0,,N1m = 0, \dots, N-1)을 뜻한다. 이 성질 하나가 웨이블릿을 쓸모 있게 만든다 — 신호가 국소적으로 차수 N1N-1 이하의 다항식이면 그 구간의 상세 계수가 정확히 0이 된다. 매끄러운 곳은 계수가 죽고, 불연속·모서리·특이점 근처에만 큰 계수가 몇 개 살아남는다. 즉 웨이블릿 기저에서 자연 신호는 희소(sparse) 하다.

여기서 두 응용이 곧장 나온다.

  • 잡음 제거: 백색 잡음은 어떤 직교 기저에서도 골고루 퍼지지만 신호는 몇 개 계수에 몰린다. 작은 계수를 잘라내면 잡음만 지워진다. 도노호-존스톤의 보편 임계값 λ=σ2lnN\lambda = \sigma\sqrt{2 \ln N} 이 고전적 처방이고, 계수를 잘라내는 하드 임계와 λ\lambda 만큼 당기는 소프트 임계가 있다. 소프트 쪽이 편향은 생기지만 결과가 훨씬 매끄럽다.
  • 압축: 큰 계수 몇 %만 남긴다. JPEG2000이 대표 사례로, 손실 압축에는 CDF 9/7 쌍직교 웨이블릿을, 무손실에는 정수 계수인 르갈 5/3을 쓴다. 블록 DCT의 고질병인 블록 경계 아티팩트가 없어 고압축률에서 화질이 확연히 낫다.4

6. 시뮬레이션에서의 쓰임[편집]

  • 난류의 간헐성 진단: 스케일별 계수의 첨도(flatness)가 스케일이 작아질수록 커지는 것이 간헐성의 직접 증거다. 구조함수로 재는 스케일링 지수 ζp\zeta_p 와 같은 이야기를 다른 자로 재는 셈인데, 웨이블릿 쪽은 큰 pp 에서 수렴이 더 얌전하다. WTMM(웨이블릿 변환 모듈러스 극대선) 형식론은 다중프랙탈 스펙트럼 f(α)f(\alpha) 를 계수의 극대선 위에서 직접 뽑아낸다.
  • 결맞은 와류 추출(CVS): 난류장의 웨이블릿 계수를 임계값으로 자르면, 살아남은 소수의 계수가 결맞은 와류를, 버려진 대다수가 비결맞은 배경을 담는다. 이 분해가 대와류 모사의 필터와 다른 점은 필터가 유동에 맞춰 적응한다는 것.5
  • 특이점·충격파 검출: 계수의 스케일 간 감쇠율이 국소 횔더 지수를 준다. 매끄러운 곳은 aa 가 줄면 계수가 빠르게 죽고, 불연속에서는 죽지 않는다. 충격 포착 도식의 감지기나 적응 격자 세분화의 세분화 판정에 그대로 쓰인다.
  • 웨이블릿 적응 격자: 하르튼의 다중해상도 기법과 적응 웨이블릿 콜로케이션법은 해를 웨이블릿으로 전개해 계수 크기가 ϵ\epsilon 이상인 곳에만 격자점을 남긴다. 격자점 수가 해의 복잡도에 비례해 자동으로 정해지고, 절단 오차가 ϵ\epsilon 으로 정량적으로 통제된다는 점이 휴리스틱 세분화 지표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7. 한계[편집]

만능은 아니다. 정상 신호에서 주파수를 정밀하게 재는 일은 여전히 푸리에가 압도적이다. DWT는 평행이동 불변성이 없어서(입력을 한 표본 밀면 계수 분포가 확 바뀐다) 검출·특징 추출에는 다운샘플링을 뺀 비추출 웨이블릿(SWT)을 써야 하고, 그 순간 O(N)O(N)O(NlogN)O(N\log N) 이 되고 계수도 중복된다. 2차원에서는 텐서곱 웨이블릿이 수평·수직·대각 세 방향밖에 못 봐서 곡선 모서리를 비효율적으로 표현한다 — 커브렛·시어렛 같은 후속 변환이 나온 이유다. 마지막으로 모함수 선택에 정답이 없다. 소실 모멘트를 늘리면 매끄러운 영역은 더 희소해지지만 필터가 길어져 불연속 하나가 오염시키는 계수 수가 늘어난다. 결국 신호를 보고 고르는 수밖에 없다.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1. 물리 전공자는 여기서 반사적으로 “하이젠베르크”를 떠올리지만, 신호처리판은 양자역학과 무관한 순수 푸리에 해석의 정리다. 같은 부등식이 두 곳에서 나오는 이유는 그냥 둘 다 푸리에 쌍이기 때문. 유도한 사람 이름을 따 가보 한계라 부른다.

  2. 알프레드 하르가 이 기저를 만든 건 1909년, “웨이블릿”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70년 전이다. 당시엔 그냥 직교계 하나였는데, 80년 뒤에 원조로 소급 인정받은 케이스.

  3. dbN\mathrm{db}NNN 이 필터 길이인지 소실 모멘트 수인지가 라이브러리마다 달라서 매년 누군가는 이걸로 하루를 날린다. MATLAB·PyWavelets의 db4는 소실 모멘트 4개·필터 길이 8이고, 일부 문헌의 “D4”는 필터 길이 4(=db2)다. 계수 개수를 세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

  4. 기술적으로는 완승이었는데 시장에서는 졌다. 브라우저 지원이 끝내 안 붙어서, JPEG2000은 디지털 시네마(DCP)와 의료영상(DICOM)이라는 두 성채에서만 살아남았다. 좋은 기술이 이긴다는 명제의 반례 목록에 늘 오른다.

  5. Farge & Schneider의 CVS. 난류 자유도의 1% 미만인 계수가 에너지의 99% 이상과 와도 통계 대부분을 담는다는 결과가 반복 재현됐다. 나머지 99%는 통계적으로 가우시안에 가까워, 버려도 되는 게 아니라 모델링해도 되는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