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큰 소용돌이는 작은 소용돌이를 낳고, 작은 소용돌이는 더 작은 소용돌이를 낳는다. 그리고 점성에 이르러 끝난다.” —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1922)
난류(turbulence)는 유체의 속도·압력 등 물리량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 불규칙하게 요동치면서, 서로 다른 크기의 와(eddy)들이 3차원적으로 얽혀 운동량과 열·물질을 격렬하게 섞는 유동 상태를 말한다. 층류의 반대말이자, 공학적으로 의미 있는 유동의 절대다수가 속하는 쪽이다.
날개 위 공기, 파이프 속 물, 굴뚝 연기, 강물, 대기 경계층, 은하 사이의 성간 가스까지 — 자연에서 마주치는 흐름은 거의 다 난류다. 그런데도 난류는 고전물리학에서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마지막 대형 문제로 꼽힌다.1 이 문서는 난류라는 현상 자체(정의·특징·천이·스펙트럼·벽 구조·계산 비용)를 다루는 허브이며, 이걸 실제로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모델 방정식 이야기는 난류 모델링에 통째로 위임한다.
2. 난류를 난류이게 하는 것[편집]
텐네케스와 럼리의 고전적 정리를 따르면 난류의 특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불규칙성(irregularity): 결정론적 방정식(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따르는데도 결과는 무작위처럼 보인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통계적으로 기술한다.
- 확산성(diffusivity): 난류 혼합은 분자 확산보다 몇 자릿수 빠르다. 커피에 우유 넣고 젓는 순간 승부가 끝나는 이유. 열교환기·연소기·화학반응기가 죄다 난류를 일부러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 높은 레이놀즈수: 난류는 관성이 점성을 압도할 때 생긴다. 난류는 항상 고Re 현상이다.
- 3차원 와도 요동: 난류의 심장은 와도의 **늘림(vortex stretching)**이다. 와관이 늘어나면 각운동량 보존으로 회전이 빨라지고 반경은 줄어든다 — 에너지가 작은 스케일로 넘어가는 물리적 메커니즘. 이 항은 2차원에서 항등적으로 0이라, 2D 난류는 물리가 아예 다르다.
- 소산성(dissipation): 난류는 공짜가 아니다. 계속 에너지를 넣어주지 않으면 점성이 다 갉아먹고 사그라든다.
- 연속체 현상: 가장 작은 난류 스케일조차 평균자유행정보다 훨씬 크다. 즉 난류는 분자 운동이 아니라 연속체역학의 현상이며, 유체의 성질이 아니라 유동의 성질이다.
3. 층류에서 난류로 — 천이[편집]
층류가 난류로 넘어가는 과정을 난류 천이라고 한다. 지배 인자는 관성력과 점성력의 비인 레이놀즈수다.
원형관 유동에서는 부근에서 천이가 시작되고, 평판 경계층에서는 가 국룰로 쓰인다.2 다만 이 숫자들은 “이 값을 넘으면 자동으로 난류”가 아니라, 교란의 크기·표면 거칠기·자유류 난류강도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경험값이다.
선형 관점에서 천이는 오어-조머펠트 방정식이 기술하는 불안정 모드의 증폭으로 시작한다. 평판에서는 톨미엔-슐리히팅 파가 자라고, 자유 전단층에서는 켈빈-헬름홀츠 불안정이 와를 말아 올린다. 그러나 선형 증폭만으로는 관 유동의 천이를 설명하지 못한다(원형관의 층류 해는 모든 Re에서 선형 안정이다). 실제로는 비법선 연산자에 의한 일시적 성장(transient growth) 과 유한진폭 교란의 비선형 상호작용, 그리고 국소적인 난류 반점(turbulent spot)이 번지는 방식으로 천이가 일어난다. 후향 계단이나 실린더처럼 형상이 유동을 강제로 떼어내는 경우(유동박리, 카르만 와열)에는 천이가 훨씬 이른 Re에서 벌어진다.
4. 에너지 캐스케이드와 -5/3 스펙트럼[편집]
콜모고로프(1941)의 그림은 이렇다. 에너지는 유동 스케일 (적분 스케일)에서 주입되고, 관성 영역(inertial subrange)을 통과하며 점점 작은 와로 넘어가다가, 콜모고로프 스케일 에서 점성에 의해 열로 소산된다.
관성 영역에서는 에너지 전달률 과 파수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가정(국소 등방성 + 상사성)에서, 차원해석만으로 그 유명한 -5/3 법칙이 나온다.
여기서 콜모고로프 상수 는 실험적으로 대략 1.5 근처. 대기·해양·풍동에서 측정한 스펙트럼이 몇 자릿수에 걸쳐 이 기울기를 따른다는 사실은 20세기 유체역학의 가장 인상적인 성공 중 하나다. 물론 실제 소산은 공간적으로 균일하지 않고 얇은 구조에 몰려 있어서(간헐성, intermittency), 고차 구조함수의 지수는 K41의 예측에서 체계적으로 벗어난다.
5. 레이놀즈 분해와 벽 난류의 구조[편집]
난류를 통계적으로 다루는 표준 도구는 레이놀즈 분해다. 순간값을 평균과 요동으로 쪼갠다.
이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넣고 평균하면 평균 유동 방정식에 라는 새 항이 튀어나온다. 이것이 레이놀즈 응력이며, 미지수가 방정식보다 많아지는 클로저 문제의 원흉이다. 이 항을 어떻게 때울지가 k-엡실론 모델·스팔라트-알마라스 모델·레이놀즈 응력 모델이 갈리는 지점이고, 상세는 난류 모델링 소관이다.
벽 근처의 난류(경계층)는 마찰속도 로 무차원화하면 놀랍도록 보편적인 층 구조를 보인다.
| 영역 | 범위 | 특징 |
|---|---|---|
| 점성 저층 | , 점성 응력이 지배 | |
| 완충층 | 난류 생성이 최대 | |
| 대수층 | 대수법칙 성립 |
대수층에서의 벽법칙은 다음과 같다.
이 구조를 격자로 직접 풀 것인지, 아니면 벽함수로 건너뛸 것인지가 실무에서 첫 격자를 뽑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결정이다.3
6. 왜 그냥 다 계산하면 안 되는가[편집]
원리적으로는 난류도 그냥 나비에-스토크스를 충분히 잘게 풀면 된다(직접수치모사). 문제는 “충분히 잘게”의 대가다. 가장 작은 와 까지 해상하려면 방향당 격자 수가 이므로,
여기에 시간 스텝까지 함께 조이면 총 연산량은 대략 로 폭발한다. Re를 10배 올리면 계산량이 1000배가 된다는 뜻. 그래서 DNS는 채널·균질등방성난류 같은 표준 문제의 “수치 실험실”로 쓰이고, 실제 기체·차량 해석은 계층적 타협으로 간다.
- 직접수치모사 — 전부 푼다. 물리 연구용.
- 대와류 모사 — 큰 와는 풀고 작은 와만 모델링.
- 분리 와류 모사 — 벽 근처는 RANS, 박리 후류는 LES.
- RANS(난류 모델링) — 통계만 푼다. 산업 CFD의 90% 이상.
난류는 수치기상예보의 경계층 파라미터화, 항공탄성학의 버피팅 하중, 연소기 혼합, 심지어 등방성 난류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기계학습 클로저까지 — 시뮬레이션 세계 전역에 비용 청구서를 보내는 존재다.4
7. 관련 문서[편집]
- 난류 모델링 · 직접수치모사 · 대와류 모사 · 분리 와류 모사
- 콜모고로프 스케일 · 와도
- 층류 · 레이놀즈수 · 무차원수
- 경계층 · 벽함수 · 유동박리
- 오어-조머펠트 방정식 · 켈빈-헬름홀츠 불안정
-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 전산유체역학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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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레이스 램은 1932년 영국과학진흥협회 강연에서 “죽어서 천국에 가면 두 가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 하나는 양자전기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유체의 난류 운동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그래도 좀 낙관적이다”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양자전기역학은 인류가 가진 가장 정밀한 이론이 되었고 난류는 여전히 저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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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숫자를 외우고 있으면 학부 유체역학 시험의 30%는 먹고 들어간다. 문제는 실무에서 저 숫자를 그대로 믿었다가 “왜 실험이랑 안 맞죠?”를 겪는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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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함수를 쓰기로 했으면 첫 격자를 에, 벽까지 풀기로 했으면 에 놓는 게 관행이다. 어중간하게 쯤에 놓는 것이 최악인데, 하필 초심자가 가장 자주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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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류는 언제 해결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이 바닥의 표준 답변은 “당신이 은퇴한 뒤에”다. 다만 그 덕분에 난류 모델링은 반세기 넘게 마르지 않는 논문 광맥이자 밥벌이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