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힐베르트 공간 Hilbert Space | |
|---|---|
| 정의 | 내적이 있고 그 노름에 대해 완비인 벡터공간 |
| 명명 | 다비트 힐베르트 (폰 노이만이 1929년 공리화) |
| 대표 예 | ℝn · ℓ2 · L2(Ω) · Hk(Ω) |
| 핵심 정리 | 사영 정리 · 리스 표현 정리 · 스펙트럼 정리 |
| 수치해석에서 | 오차를 직교분해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 |
직각이 정의되는 무한차원. 수치해석자가 이 공간을 사랑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 무한차원에서도 피타고라스가 성립하기 때문에 오차를 직교분해할 수 있어서.
힐베르트 공간(Hilbert space)은 내적 이 정의되어 있고, 그 내적이 유도하는 노름 에 대해 완비인 벡터공간이다. 조건이 딱 두 개다. 하나는 “각도를 잴 수 있다”(내적), 다른 하나는 “코시 수열이 도망가지 않는다”(완비성).
이 두 조건이 왜 그렇게 대단한가. 노름만 있는 바나흐 공간에서는 “가장 가까운 점”이 유일하다는 보장조차 없다. 그런데 내적이 붙는 순간 평행사변형 법칙이 성립하고, 그러면 닫힌 볼록집합 위의 최근접점이 유일하게 존재하며, 그 최근접점은 오차가 부분공간에 수직이라는 조건으로 완전히 특징지어진다. 이것이 갤러킨 방법·최소자승법·적합직교분해가 전부 같은 그림인 이유이자, 유한요소법의 오차 추정이 성립하는 이유다. 무한차원에서 “근사”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소한의 구조가 힐베르트 공간이라고 봐도 된다.1
2. 정규직교기저와 파스발 등식[편집]
유한차원에서 정규직교기저가 하는 일 — 좌표를 내적 한 번으로 뽑아내는 것 — 이 무한차원에서도 그대로 된다. 가산 정규직교집합 가 완전(complete)하면, 즉 그 닫힌 생성공간이 전체면 임의의 에 대해
가 성립한다. 오른쪽이 파스발 등식(Parseval’s identity)이다. 유한 개만 쓰면 등호가 부등호로 바뀌어 가 되는데(베셀 부등식), 그 차이가 정확히 절단 오차의 제곱이다.
계수의 감쇠 속도가 곧 오차의 감쇠 속도다. 푸리에 변환의 에너지 보존, 스펙트럴 방법이 매끄러운 해에서 지수 수렴하는 것, 적합직교분해에서 잘라낸 모드의 에너지 비율로 축소 차수를 정하는 관행 — 전부 이 한 줄의 응용이다. 분리가능(separable)한 무한차원 힐베르트 공간은 전부 와 등거리 동형이므로, 사실상 “제곱합이 수렴하는 수열 공간” 하나를 여러 옷을 입혀 쓰고 있는 셈이다.
3. 사영 정리 — 갤러킨·최소제곱·POD가 한 그림인 이유[편집]
힐베르트 공간의 심장은 사영 정리(projection theorem)다. 가 닫힌 부분공간이면 임의의 에 대해
즉 최근접점이 유일하게 존재하고, 그 최근접점은 “오차가 에 수직”이라는 조건으로 완전히 특징지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피타고라스가 나온다.
이 한 장면이 서로 달라 보이던 수치해석의 세 문제를 하나로 묶는다.
- 최소제곱. 의 해는 잔차가 의 열공간에 수직인 점, 즉 정규방정식 다. “정규방정식”의 “정규”가 직교의 정규다. → 최소자승법
- 갤러킨. 잔차를 시험함수 공간에 직교시키면 이 되고, 가 대칭 양정부호면 이건 에너지 내적에 대한 사영이다. 그래서 갤러킨 해는 그 공간이 낼 수 있는 최선의 근사가 된다. 비대칭이면 직교가 아니라 기울어진 사영이 되어 최적성이 상수배만큼 무너지고, 그 상수가 Céa 보조정리에 나오는 연속상수 대 강제상수의 비다. → 갤러킨 방법
- POD·DMD. 스냅숏 집합을 에서 가장 잘 담는 차원 부분공간을 찾는 문제 역시 사영이며, 답은 특이값 분해의 앞쪽 개 좌특이벡터다(에카르트-영). → 적합직교분해 · 동적 모드 분해
셋 다 “닫힌 부분공간으로의 사영”이라는 똑같은 문제이고, 셋 다 답이 직교 조건으로 나온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재발명된 것뿐이다.2
4. 리스 표현 정리 — 약형식이 사는 이유[편집]
두 번째 기둥은 리스 표현 정리(Riesz representation theorem)다. 위의 모든 유계 선형범함수 에 대해
를 만족하는 가 유일하게 존재한다. 쌍대공간이 자기 자신과 (반선형) 등거리 동형이라는 뜻이다. 힐베르트 공간이 “자기 자신을 거울로 갖는” 공간인 셈.
이 정리 없이는 변분법과 약형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미분방정식을 꼴로 바꿔 놓았을 때, 우변 은 “함수에 수를 대응시키는 규칙”일 뿐인데 리스 정리가 그것을 공간 안의 벡터로 되돌려 준다. 좌변이 대칭 강제적이면 리스 정리가 바로 유일해를 주고, 비대칭이면 그 확장판인 Lax-Milgram 정리가 받는다(자세한 것은 소볼레프 공간 참고). 수반연산자 의 존재 자체도 리스 정리의 따름정리이며, 형상 최적화의 수반법이 “왜 수반 문제가 존재하는가”를 따지지 않고 그냥 쓰는 것도 이 덕분이다.
5. L²와 H¹ — 유한요소법이 사는 자리[편집]
가장 많이 쓰이는 힐베르트 공간은 제곱적분가능 함수들의 공간이다.
리스-피셔 정리가 이것의 완비성을 보장하는데, 여기서 르베그 적분이 필수다 — 리만 적분으로는 가 완비가 되지 않는다. “측도론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사실상 이 한 줄이다.
하지만 미분방정식에는 만으로 부족하다. 약형식이 1계 도함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함수와 그 약도함수가 함께 에 있는 공간 이 필요하다. 이 이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사실이 위의 사영 정리·리스 정리를 전부 불러오고, 그 위에서 유한요소법의 존재·유일성·오차 추정이 통째로 세워진다. 자세한 것은 소볼레프 공간에 있고, 여기서는 결론만 적는다 — FEM이 에서 세워지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사영 정리를 쓰려면 힐베르트여야 하기 때문이다. ()에는 내적이 없어서 이 논법이 통째로 죽는다.
6. 재생핵 힐베르트 공간 — 커널법이 유한차원으로 내려오는 트릭[편집]
에서는 “한 점에서의 값”이라는 개념이 없다(측도 0인 집합 위의 값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 어떤 함수공간에서는 점 평가 범함수 가 유계다. 그러면 리스 정리에 의해
를 만족하는 함수 가 존재한다. 이 를 재생핵(reproducing kernel)이라 하고, 그런 공간을 재생핵 힐베르트 공간(RKHS)이라 부른다. 무어-아론샤인 정리에 의해 양정부호 커널과 RKHS는 1:1로 대응한다 — 커널 하나를 고르는 것이 함수공간 하나를 고르는 것과 같다.
실용적 파괴력은 표현자 정리(representer theorem)에서 나온다. 데이터 에 대해 정규화된 손실
를 푸는 최소화자는 반드시 꼴이다. 증명은 사영 정리 한 줄이다 — 에 직교하는 성분은 데이터 항에 아무 영향을 못 주면서 노름만 키우므로, 최적해에서는 0이어야 한다. 무한차원 최적화가 차원 최적화로 정확히 내려앉는다. 이것이 서포트 벡터 머신·커널 릿지 회귀·가우스 과정 회귀가 굴러가는 이론적 근거이며, 커널 트릭이 “왜 특징공간을 명시적으로 안 만들어도 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7. 양자역학의 상태공간[편집]
양자역학의 공리는 아예 힐베르트 공간 위에 쓰여 있다. 계의 상태는 분리가능한 복소 힐베르트 공간의 단위벡터(위상 제외), 관측가능량은 자기수반 연산자, 측정 확률은 , 시간 발전은 유니터리 군이다. 이것들은 증명되는 정리가 아니라 이론의 출발점으로 놓인 공리이며, 이 정식화를 세운 사람이 폰 노이만이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같은 이론”임을 증명한 것도 라는 등거리 동형이었다.3
자기수반 연산자에 대해서는 **스펙트럼 정리**가 성립해 로 분해된다. 유한차원의 대칭행렬 대각화가 무한차원으로 확장된 것인데, 결정적인 차이는 스펙트럼이 고유값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 이산 스펙트럼은 속박 상태, 연속 스펙트럼은 산란 상태에 대응하고, 후자에는 제곱적분가능한 고유함수가 아예 없다. 수소원자의 이산 준위와 이온화 연속체가 같은 연산자의 스펙트럼 두 조각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나온다.
수치적으로는 이 구조가 곧바로 돈이 된다. 기저를 유한 개 잡아 를 그 부분공간으로 사영하고 대각화하는 것이 레일리-리츠 방법이고, 이는 갤러킨 방법의 고유값 문제 판이다. 사영 정리 덕에 근사 바닥상태 에너지는 항상 참값보다 위에 있고, 기저 공간을 포개어 키우면(작은 것이 큰 것의 부분공간) 단조롭게 내려온다.
양자화학에서 기저집합을 키우며 에너지가 위에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하는 관행이 이 부등식 하나에 기대고 있다. 밀도범함수이론이나 슈뢰딩거 방정식 수치해에서 “변분적”이라는 형용사가 붙으면 이 보장이 있다는 뜻이다.4
8. 무한차원이 유한차원과 다른 지점[편집]
편하다고만 하면 거짓말이다. 무한차원에서 새로 생기는 함정도 있다.
- 닫힌 부분공간이어야 한다. 사영 정리는 이 닫혀 있을 것을 요구한다. 다항식 전체처럼 닫히지 않은 부분공간에는 최근접점이 없을 수 있다.
- 유계집합이 콤팩트하지 않다. 정규직교기저 는 유계지만 라 수렴 부분수열이 없다. 그래서 “유계 수열에서 수렴 부분수열 뽑기”라는 유한차원의 무기가 통하지 않고, 대신 약수렴과 콤팩트 매입(렐리히-콘드라쇼프)에 기대야 한다. 변분문제의 존재 증명이 까다로워지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 비유계 연산자. 미분 연산자는 전체에서 정의되지 않는다. 정의역을 함께 명시해야 자기수반성이 의미를 갖고, 정의역을 잘못 잡으면 대칭이지만 자기수반은 아닌 물건이 나온다. 물리적으로는 경계 조건을 어떻게 거느냐가 곧 연산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9. 관련 문서[편집]
- 소볼레프 공간 · 바나흐 공간 · 바나흐 고정점 정리
- 갤러킨 방법 · 유한요소법 · 변분법
- 최소자승법 · 특이값 분해 · QR 분해
- 적합직교분해 · 동적 모드 분해
- 직교다항식 · 르장드르 다항식 · 스펙트럴 방법
- 슈뢰딩거 방정식 · 양자역학 · 밀도범함수이론
- 리스 표현 정리 · 스펙트럼 정리 · 재생핵 힐베르트 공간
10.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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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힐베르트 본인은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 적분방정식 연구에서 를 다룬 것이 시초이고, 공리적 정의를 세워 이름을 붙인 것은 1929년 폰 노이만이다. 힐베르트가 그 강연을 듣고 “그런데 힐베르트 공간이 대체 뭔가?”라고 물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학계 전설에 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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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분야의 방법 A와 저쪽 분야의 방법 B가 사실 같은 것이더라”는 논문이 주기적으로 나온다. 대개 둘 다 힐베르트 공간에서의 사영이다. 논문을 쓰기 전에 내적이 뭔지부터 적어 보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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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스톤-폰 노이만 정리가 정준교환관계의 기약 표현이 유니터리 동치임을 말해 준다. 무한차원 힐베르트 공간이 전부 서로 동형이라는 사실이, 서로 완전히 달라 보이던 두 이론이 같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수학이 물리 논쟁을 종결시킨 드문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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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말하면 “변분적이지 않은” 방법 — 예컨대 결합 클러스터(CC)나 다체 섭동론(MP2) — 은 참값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고, 그걸 버그로 신고하면 곤란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