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맥스웰-볼츠만 분포(Maxwell-Boltzmann distribution)는 열평형에 있는 고전 이상기체에서 분자 속도가 따르는 확률분포다. 1860년 맥스웰이 대칭성 논증만으로 유도했고, 볼츠만이 이후 충돌 동역학에서 이 분포가 필연적으로 도달되는 유일한 평형해임을 보였다.
핵심은 두 층으로 나뉜다. 먼저 속도의 각 성분은 서로 독립인 평균 0의 가우시안이다.
분산이 인, 그냥 정규분포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그래프로 보는 종 모양이 아닌 비대칭 곡선은 속력의 분포이고, 이건 가우시안에 위상공간 부피가 곱해져서 나온다.1
2. 속력 분포와 차원[편집]
3차원에서 속력이 인 상태는 반지름 인 구껍질 전체에 퍼져 있으므로 라는 부피 인자가 붙는다.
에서 때문에 0으로 눌리고, 큰 에서는 지수가 이겨서 꼬리가 잘린다. 이 비대칭이 지수함수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기하 인자 때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차원을 바꾸면 인자가 바뀌므로 곡선 모양 자체가 달라진다.
- 2차원: 부피 인자가 라서 — 레일리 분포.
- 1차원: 인자가 없어 반쪽 가우시안(맥스웰 분포라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2D 유동 코드에서 3D 공식으로 온도를 재면 조용히 틀린다. 자유도 개수는 늘 명시적으로 세야 한다. 참고로 최빈속력이 차원마다 다른 것도 같은 이유인데, 3D는 , 2D는 로 정확히 배 차이가 난다.
3. 세 가지 대표 속력[편집]
같은 곡선에서 뽑히는 대표값이 셋이고, 셋 다 다르며, 순서가 항상 고정돼 있다.
| 이름 | 정의 | 값 |
|---|---|---|
| 최빈속력 | 최댓값 | |
| 평균속력 | ||
| 제곱평균제곱근 |
비율은 로, 항상 이 순서다. 꼬리가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진 분포라 평균이 최빈보다 크고, 제곱 평균은 큰 값에 가중을 더 주니 제일 크다. 300 K 질소()면 각각 약 422 / 476 / 517 m/s — 음속(약 353 m/s)과 같은 자릿수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논문에서 “분자 속도”라고만 쓰고 어느 것인지 안 밝히면 20% 오차가 그냥 들어온다.2
등분배 정리와의 연결도 이 표에서 바로 읽힌다. 이므로 이차 자유도 하나당 정확히 다. 시뮬레이션에서 온도를 정의할 때 쓰는 식이 바로 이것이라, 사실상 온도의 조작적 정의가 여기서 나온다. 뒤집어 말하면 순간 온도라는 것은 유한한 입자 수의 표본 분산이라 정도의 상대 요동을 달고 다닌다 — 입자 1000개짜리 계에서 온도가 몇 % 출렁이는 것은 버그가 아니라 정상이다.
4. 왜 하필 이 분포인가[편집]
맥스웰의 원래 논증은 두 가정만 쓴다. (1) 속도 분포가 방향에 무관하고, (2) 세 성분이 서로 독립이다. 를 만족하는 함수는 가우시안뿐이므로 형태가 강제된다.
동역학적 근거는 볼츠만 방정식의 H 정리다. 를 정의하면 충돌항이 을 만들고, 등호는 가 국소 맥스웰 분포일 때만 성립한다. 충돌이 보존하는 양이 질량·운동량·에너지 다섯 개뿐이므로, 충돌항을 0으로 만드는 분포는 이 다섯 개로 매개된 맥스웰 분포 하나로 고정된다. 즉 “왜 다른 분포가 아니냐”의 답은 충돌 불변량이 그것뿐이라서다.
비평형에서도 이 분포는 기준점으로 계속 쓰인다. 국소 밀도·속도·온도로 매개된 표류 맥스웰 분포 를 놓고 실제 와의 차이를 작은 섭동으로 취급하는 것이 채프먼-엔스코그 전개이고, 그 1차 항에서 점성과 열전도 계수가 떨어져 나온다. 격자 볼츠만 방법의 평형분포함수도 이 를 마하수 2차까지 전개한 다항식일 뿐이다.
단, H 정리를 “역학적 정리”로 오해하면 안 된다. 뉴턴 방정식은 시간 가역인데 는 단조 감소하니 모순처럼 보이고(로슈미트 역설), 유한한 결정론적 계는 푸앵카레 회귀에 의해 언젠가 초기 상태 근처로 돌아온다. 볼츠만 방정식의 감소는 충돌 전 두 분자의 속도가 무상관이라는 가정(Stosszahlansatz) 위에서만 성립하며, 유한계에서 관찰되는 감소는 압도적 다수의 미시상태가 그렇다는 통계적 진술이다.3
5. 실제로 재 본 사람들[편집]
이론이 나온 뒤 실측까지 70년이 걸렸다. 1927년 슈테른의 회전 실린더 실험, 1955년 밀러-쿠시의 회전 톱니 속도 선택기가 분자빔의 속력 분포를 직접 찍어 냈고, 결과는 예측 곡선과 잘 맞았다. 다만 여기서도 앞의 함정이 그대로 나온다 — 오븐 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빔은 플럭스 가중이 걸려 를 따르지, 챔버 안의 분포가 아니다.
더 일상적인 증거는 분광학의 도플러 폭 넓힘이다. 시선 방향 속도 성분이 가우시안이므로 흡수선 모양도 가우시안이 되고, 그 반치폭이 로 나온다. 별의 온도를 스펙트럼선 폭으로 재는 것이 결국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직접 읽는 행위다.
6. 시뮬레이션에서[편집]
분자동역학 초기화. 각 원자의 속도 성분을 표준편차 인 가우시안에서 독립으로 뽑는다(박스-뮬러면 충분). 그다음 전체 운동량을 0으로 맞추고 온도를 재조정하는데, 무게중심 드리프트를 제거했으므로 자유도가 이 아니라 이라는 것을 온도 추정식에 반영해야 한다. 작은 계일수록 이 차이가 뼈아프다.
서모스탯. 안데르센 서모스탯은 아예 무작위로 고른 입자의 속도를 맥스웰 분포에서 새로 뽑아 열욕과의 충돌을 흉내 낸다. 랑주뱅 동역학과 확률적 속도 재조정도 정준 앙상블의 속도 분포를 정확히 표본추출한다. 반면 단순 속도 스케일링(베렌센)은 온도 평균만 맞추고 분포의 요동을 죽여서, 병진 운동에 에너지가 몰리는 “날아가는 얼음덩이” 현상을 만든다.
직접 시뮬레이션 몬테카를로. 유입 경계와 확산 반사 벽에서 분자를 이 분포에서 뽑아 넣는다. 여기서 유명한 함정 하나 — 경계를 통과하는 분자는 빠른 놈일수록 더 자주 지나가므로, 법선 성분은 가 아니라 플럭스 가중 분포 에서 뽑아야 한다. 접선 두 성분만 그냥 가우시안이다. 이걸 틀리면 벽면 열플럭스가 체계적으로 어긋난다.
분포가 맞는지 확인하기. 평형에 도달했는지 보려면 온도 하나만 보면 안 된다. 속도 성분 히스토그램을 가우시안과 겹쳐 그리거나, 성분별 운동에너지가 자유도 배분대로 갈렸는지(예컨대 강체 분자의 병진·회전 온도가 같은지) 확인하는 것이 정석이다. 강한 유동이나 급한 팽창이 있는 계에서는 병진과 내부 자유도가 서로 다른 온도를 갖는 열적 비평형이 흔하고, 이때 “온도”라는 단일 숫자는 이미 의미를 잃은 상태다.
양자적으로는 보스-아인슈타인·페르미-디랙 분포의 점유수가 1보다 훨씬 작은 극한이 맥스웰-볼츠만이다. 상온 기체는 안전하지만 금속 내 전자나 극저온 원자에는 못 쓴다.4
7. 관련 문서[편집]
- 볼츠만 방정식 · 평균자유행로
- 분자동역학 · 서모스탯 · 랑주뱅 동역학
- 직접 시뮬레이션 몬테카를로 · 크누센수
- 채프먼-엔스코그 전개 · 기체동역학
- 정준 앙상블 · 등분배 정리
- 몬테카를로 방법 · 통계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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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분을 놓치면 “왜 속도 분포는 대칭인데 속력 분포는 비대칭이냐”에서 막힌다. 성분별로는 좌우 대칭인 정규분포가 맞고, 속력은 음수가 될 수 없으니 애초에 대칭일 수가 없다. 시험에서 를 가우시안이라고 쓰면 반 점수만 받는 전통의 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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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값을 다 외우기 귀찮으면 근호 안 계수가 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순서가 저절로 복원된다. 참고로 는 벽 충돌 빈도와 유출률에, 는 에너지에, 는 분포 그래프에 쓰인다 — 각자 자기 일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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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츠만이 이 문제로 평생 시달렸다는 것은 유명하다. “가역 방정식에서 어떻게 비가역이 나오냐”는 로슈미트의 반박, “충분히 기다리면 되돌아온다”는 체르멜로의 회귀 반박 모두 형식논리로는 옳았고, 볼츠만의 답은 “그 회귀 시간이 우주 나이보다 압도적으로 길다”는 것이었다. 결국 통계적 확률이 실질적 확실성이 되는 쪽에 손을 들어준 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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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자 기체의 맥스웰 분포”라는 표현은 대개 틀린 말이다. 상온 금속 전자는 페르미 온도가 수만 K라 완전히 축퇴돼 있어서, 페르미 준위 근처 얇은 껍질만 열적으로 활동한다. 반도체 소자 해석에서 볼츠만 통계 근사를 쓸 수 있는지 따지는 절차가 바로 이 조건 확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