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난류 천이(laminar–turbulent transition)는 층을 이루어 매끈하게 흐르던 층류가 불규칙하고 3차원적인 난류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뜻한다. 여기서 방점은 “과정”에 찍힌다. 천이는 어떤 레이놀즈수를 넘는 순간 스위치가 딸깍 켜지는 사건이 아니라, 외부 교란이 경계층 안으로 들어오고(수용성) → 선형적으로 증폭되고 → 3차원 2차 불안정으로 넘어가고 → 국소적으로 붕괴해 난류 반점이 되고 → 반점들이 번져 합쳐지는, 길고 단계적인 시퀀스다.
이게 왜 돈 문제냐면, 같은 조건에서 난류 경계층의 벽면 마찰은 층류의 5~10배이고 벽면 열전달은 가스터빈 블레이드에서 3배 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천이 지점을 시위의 10%만큼 틀리게 예측해도 항력·열하중 예측이 통째로 어긋난다. 그런데 이 예측이 전산유체역학에서 가장 잘 안 되는 항목 중 하나다.1
난류 자체의 통계·스펙트럼은 난류, 완전난류의 모델링은 난류 모델링, 선형 안정성 방정식의 유도와 성질은 오어-조머펠트 방정식, 경계층의 기본 구조는 경계층 문서에 있다. 이 문서는 천이가 어떤 경로로 일어나며 그걸 어떻게 예측하느냐만 다룬다.
2. 천이의 경로 지도[편집]
모르코빈(M. Morkovin)이 1969년에 정리한 로드맵이 지금도 표준 지도로 쓰인다. 어느 경로든 출발점은 수용성(receptivity)이다. 자유류 난류, 음향 소음, 표면 거칠기, 기체 진동 같은 외부 교란이 앞전이나 거칠기 요소를 통해 경계층 고유모드로 변환되면서 초기 진폭 가 정해진다. 천이 위치는 결국 ” 가 얼마였고, 얼마나 증폭됐나”로 결정되므로 천이는 유동만의 성질이 아니라 환경의 성질이기도 하다. 이 한 문장이 뒤에 나올 모든 어려움의 뿌리다.
| 경로 | 방아쇠 | 대표 상황 |
|---|---|---|
| 자연 천이 | 톨미엔-슐리히팅 파의 선형 증폭 | 저난류 비행, 자유류 난류강도 0.1% 미만 |
| 바이패스 천이 | 강한 자유류 난류, 거칠기 | 터보기계, 난류강도 3~20% |
| 분리 유도 천이 | 박리 전단층의 비점성 불안정 | 저레이놀즈수 익형, 저압터빈 흡입면 |
| 횡류 천이 | 3차원 경계층 프로파일의 변곡점 | 후퇴익 앞전 |
3. 자연 천이 — TS 파에서 난류 반점까지[편집]
교란이 극도로 작은 환경(고고도 순항, 저난류 풍동)에서만 볼 수 있는 교과서 경로다. 블라시우스 평판을 기준으로 배제두께 레이놀즈수가 () 부근에서 중립곡선을 넘으면, 2차원 톨미엔-슐리히팅(TS) 파가 점성 불안정으로 서서히 증폭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오어-조머펠트 방정식의 관할이다.
진폭이 자유류 속도의 1% 언저리에 닿으면 선형 이론이 손을 놓고 2차 불안정이 붙는다. 정렬된 람다(Λ) 와류가 줄지어 생기는 K형(클레바노프형)과, 아조화 주파수로 엇갈린 람다 와류가 생기는 H형(허버트형)이 대표인데, 저교란 환경에서는 더 낮은 진폭에서 발동하는 H형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다. 람다 와류의 다리 위에서 고전단층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헤어핀 와류가 떨어져 나오며 국소적으로 붕괴한다.
이 국소 붕괴가 하류로 실려 가면서 난류 반점(turbulent spot, Emmons 1951)이 된다. 반점은 화살촉 모양으로, 앞머리는 자유류 속도의 약 0.9배, 꼬리는 약 0.5배로 움직여 계속 길어지고 옆으로 10° 남짓 벌어진다. 한 지점에서 반점이 지나가고 있는 시간 비율이 간헐성 이며, 가 0에서 1로 가는 구간이 곧 천이 영역이다. 뒤에 나올 공학용 천이 모델의 주인공 변수가 하필 인 이유가 이것이다.
4. 바이패스 천이와 클레바노프 모드[편집]
자유류 난류강도가 대략 1%를 넘으면 위의 TS 단계가 통째로 생략된다. 모르코빈이 “우회했다(bypass)“고 이름 붙인 그대로다. 이때 경계층 안에 생기는 것은 진동하는 파동이 아니라, 유선방향으로 아주 길게 늘어진 저속·고속 줄무늬인 클레바노프 모드(스트리크)다.
이 줄무늬는 지수적으로 자라는 고유모드가 아니다. 오어-조머펠트 연산자가 자기수반이 아니어서 고유함수들이 비직교라는 사실 때문에 생기는 대수적 일시 성장(transient growth)의 산물이며, 물리적 메커니즘은 리프트업(lift-up)이다. 법선방향 속도 교란이 평균 전단을 위아래로 들어 올리면 유선방향 속도에 큰 결손·과잉이 생기고, 이게 그대로 줄무늬가 된다. 줄무늬가 충분히 강해지면 사인형(sinuous) 또는 버섯형(varicose) 2차 불안정으로 깨지고, 곧바로 난류 반점이 태어난다.
터보기계 유동은 상류 블레이드열의 후류 때문에 난류강도가 5~20%에 이르는 것이 정상이라, 여기서는 바이패스가 국룰이고 자연 천이가 오히려 예외다. 터보기계 해석에서 천이 모델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
5. 분리 유도 천이와 횡류 불안정[편집]
분리 유도 천이는 역압력구배가 층류 경계층을 먼저 떼어내면서 시작한다. 떨어져 나온 전단층은 속도 프로파일에 변곡점을 갖기 때문에 점성이 필요 없는 비점성 불안정(켈빈-헬름홀츠 불안정)의 지배를 받고, 증폭률이 TS 파보다 훨씬 커서 순식간에 천이한다. 천이한 전단층은 난류 혼합으로 운동량을 벽 쪽에 퍼 나르며 다시 붙는데, 그 결과가 층류 분리 버블이다. 저레이놀즈수 익형·글라이더·무인기·저압터빈에서 지배적인 경로이며, 버블이 재부착에 실패해 터지면(bursting) 그대로 실속이다(유동박리).
횡류 불안정은 후퇴익의 전유물이다. 후퇴각과 압력구배가 함께 걸리면 바깥 유선이 휘고, 경계층 안에서는 주 유동에 수직한 횡류 속도 성분이 생긴다. 이 횡류 프로파일은 벽에서도 0이고 경계층 가장자리에서도 0이므로 반드시 변곡점을 갖는다 — 즉 태생적으로 비점성 불안정이다. 재미있는 점은 교란 환경에 따라 지배 모드가 갈린다는 것으로, 저난류 비행 환경에서는 표면 거칠기가 위치를 고정하는 정상(stationary) 횡류 와류가, 난류강도가 높은 풍동에서는 진행파 모드가 이긴다. 같은 날개를 풍동에서 재고 비행에서 재면 천이 위치가 다르게 나오는 악명 높은 원인 중 하나다. 여기에 동체 난류가 앞전 부착선을 타고 날개 전체를 오염시키는 부착선 오염(attachment-line contamination)까지 겹치면, 후퇴익 층류화는 그야말로 지뢰밭이 된다.
6. 천이를 예측하는 두 갈래[편집]
방법. 1956년 스미스·감베로니와 판 잉언이 각각 독립적으로 내놓은 방법인데 70년이 지난 지금도 층류익 설계의 표준이다. 선형 안정성 이론으로 각 주파수 교란의 국소 증폭률 를 구한 뒤 유선을 따라 적분해
를 만들고, 여러 주파수의 포락선이 임계값 에 닿는 지점을 천이로 본다. 저난류 비행은 , 보통 풍동은 4~6을 쓴다. 판 잉언은 자유류 난류강도 와 라는 상관식까지 제시했다. 문제는 명백하다. 첫째, 를 모르기 때문에 이 수용성에 대한 무지를 통째로 빨아들이는 튜닝 상수 노릇을 한다.2 둘째, 유선을 따라가는 비국소 적분이라 비정렬 격자 위의 병렬 3D 코드에 얹기가 고통스럽다. 셋째, 바이패스 천이는 원리적으로 못 잡는다. 지수 성장하는 선형 모드가 애초에 없으니까.
상관 기반 국소 모델. 그래서 멘터와 랭트리가 2004~2009년에 만든 것이 - 모델이다. CFD 코드가 원하는 건 오직 국소 변수만 쓰는 수송방정식인데, 운동량두께 레이놀즈수는 정의상 벽면 법선 적분이 필요해 국소량이 아니다. 여기서 쓰는 트릭이 와도 레이놀즈수
로, 블라시우스 프로파일에서 라는 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국소량만으로 를 대신한다. 여기에 간헐성 와 천이 시작 운동량두께 레이놀즈수 두 개의 수송방정식을 얹고, 로 k-오메가 SST 모델의 난류에너지 생성항을 켜고 끈다. 2015년에는 방정식을 하나 줄인 단일 모델로 간소화됐다. 한계 역시 분명해서, 내부의 상관식은 평판과 터빈 캐스케이드 데이터로 튜닝된 경험식 덩어리이고 횡류 천이는 별도 판정식을 덧붙여야 한다. 이 밖에 층류 운동에너지를 따로 수송하는 -- 모델, 인자 자체를 수송방정식으로 푸는 증폭계수 수송(AFT) 계열도 실무에서 쓰인다.
물론 직접수치모사나 해상도 높은 LES는 천이 모델 없이 그냥 다 푼다. 대신 설계 루프에 넣을 물건은 아니다.
7. 왜 이렇게 어려운가[편집]
기본 설정의 RANS 해석은 앞전부터 끝까지 난류다. k-엡실론 모델이나 스팔라트-알마라스 모델은 완전난류 상태에 맞춰 보정된 모델이라 “층류 구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자유류 난류량 설정과 격자에 따라 그럴싸한 위치에서 난류가 켜지는 일이 있어도 그건 물리가 아니라 수치적 사고에 가깝다. 근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그대로다. 천이는 난류강도·소음·거칠기·진동이라는 환경 정보를 입력으로 요구하는데, RANS 방정식에는 그 입력을 꽂을 자리가 없다.
임계 레이놀즈수의 산포도 같은 이야기의 다른 얼굴이다. 원형관 이 국룰이지만 입구를 극도로 매끈하게 하고 교란을 차단하면 까지 층류를 유지한 실험이 있고, 평판의 도 실제로는 사이에서 논다. 임계 레이놀즈수는 물성이 아니라 그날 그 실험실의 상태다.3
분기 이론의 언어로 보면 이 다양성이 조금 정리된다. 원기둥 후류의 와류 흘림처럼 임계 Re에서 깔끔하게 정상해가 불안정해지는 초임계 호프 분기도 있지만, 관 유동이나 평면 쿠에트처럼 모든 Re에서 선형 안정한데도 유한진폭 교란만 들어오면 천이해 버리는 아임계 경우가 공학적으로는 오히려 흔하다. 후자에는 “임계값”이라는 단일 숫자가 원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어려움을 감수할 가치는 충분하다. 층류를 인위적으로 길게 유지하는 층류 유동 제어는 순항 항력을 두 자릿수 퍼센트로 줄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전에 붙은 벌레 사체 하나가 그 모든 노력을 앞전에서 끝내 버린다는 것이지만.4
8. 관련 문서[편집]
- 난류 · 층류 · 경계층 · 간헐성
- 오어-조머펠트 방정식 · 켈빈-헬름홀츠 불안정 · 분기 이론
- 난류 모델링 · k-오메가 SST 모델 · 스팔라트-알마라스 모델 · k-엡실론 모델
- 유동박리 · 카르만 와열 · 레이놀즈수
- 직접수치모사 · 대와류 모사 · 격자 볼츠만 방법
- 터보기계 해석 · 공력해석 · 열전달 해석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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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A의 CFD 예측 워크숍에서 참가 코드들의 결과가 가장 크게 갈리는 두 항목이 박리와 천이다. 참가자 전원이 같은 격자, 같은 형상, 같은 조건을 받고도 천이선이 시위의 20%씩 차이 나는 광경을 보면 겸손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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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업에서는 ” 몇 쓰세요?”가 사실상 “당신은 이 유동의 교란 환경을 얼마나 믿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정답은 없고 사내 관례만 있다. 풍동 데이터에 맞춰 을 역산해 놓고 그걸 다른 형상에 그대로 쓰는 관행도 흔한데, 잘 되는 이유는 형상이 비슷해서지 이론이 맞아서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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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즈 본인의 1883년 원 실험에서도 관을 흔들지 않게 조심하면 천이가 한참 늦춰졌다는 기록이 있다. 10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우리는 “조심하면 늦춰진다”를 정량화하지 못한 채 상관식으로 때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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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진지하게 부르는 이름이 있다. 곤충 오염(insect contamination). NASA와 보잉이 이륙·착륙 시 앞전에 벌레가 안 붙는 코팅을 연구하는 데 실제로 예산이 나갔고, 논문 제목에 벌레가 등장한다. 공기역학 최전선의 적수가 각다귀라는 사실은 이 바닥의 몇 안 되는 유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