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커-프라거 모델

편집 역사 토론
고체역학 구조해석 마지막 수정: 2026-07-20 04:09:33

1. 개요[편집]

드러커-프라거 모델
Drucker–Prager model
제안Drucker & Prager (1952)
분야지반·암반·콘크리트 소성
핵심 성질압력 의존 항복 (정수압 민감)
응력공간 형상원뿔(cone), 매끄러운 면
비교 대상폰 미제스, 모어-쿨롱

드러커-프라거 모델(Drucker–Prager model)은 항복이 편차응력뿐 아니라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에도 의존하도록 만든 압력 민감형 항복 기준이자 소성 모델이다. 1952년 대니얼 드러커와 윌리엄 프라거가 제안했으며, 흙·모래·암반·콘크리트처럼 “누르면 더 단단해지고, 당기면 힘없이 갈라지는” 재료의 거동을 기술한다.1

폰 미제스 응력 기준을 떠올려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금속은 정수압을 아무리 걸어도 항복하지 않아서 편차응력만으로 항복을 판정하지만, 지반 재료는 다르다. 흙을 옆에서 꽉 조이면(구속압이 커지면) 훨씬 큰 하중을 견딘다 — 마찰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구속압이 클수록 강해지는” 성질을 항복함수에 정수압 항으로 집어넣은 것이 드러커-프라거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모델은 소성탄소성 해석의 틀 안에 있으면서도, 금속 소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물리를 담는다.

2. 항복함수[편집]

드러커-프라거 항복함수는 응력의 두 불변량으로 쓴다. 첫 번째는 정수압을 담는 응력 1차 불변량 I1=σkkI_1 = \sigma_{kk}이고, 두 번째는 편차응력의 크기를 담는 2차 불변량 J2=12s:sJ_2 = \tfrac{1}{2}\mathbf{s}:\mathbf{s}이다. 항복함수는 이렇게 생겼다.

f(I1,J2)=J2+αI1k=0f(I_1, J_2) = \sqrt{J_2} + \alpha\, I_1 - k = 0

여기서 α\alpha는 정수압 민감도를 결정하는 마찰 계수 성격의 상수이고, kk는 순수 전단에서의 강도를 나타낸다. 결정적으로 α=0\alpha = 0이면 이 식은 J2=k\sqrt{J_2} = k, 즉 폰 미제스 기준으로 정확히 환원된다. 다시 말해 드러커-프라거는 폰 미제스에 압력 항 αI1\alpha I_1을 한 항 얹어 원기둥을 원뿔로 기울인 일반화다.2

주응력 공간에서 폰 미제스가 정수압 축을 따라 뻗은 무한 원기둥이라면, 드러커-프라거는 같은 축을 따라 뻗되 압축 쪽으로 갈수록 반지름이 커지는 **원뿔(cone)**이다. 인장 쪽(정수압이 양)으로 가면 원뿔이 한 점으로 모이는데, 이 꼭짓점(apex)이 바로 재료가 정수압 인장만으로 파괴되는 한계를 뜻한다.

3. 모어-쿨롱과의 관계[편집]

지반공학의 원조 항복 기준은 사실 모어-쿨롱 모델이다. 점착력 cc와 내부마찰각 ϕ\phi로 쓰는 이 기준은 모어 원으로 그리면 직관적이지만, 응력공간에서 육각뿔(불규칙 육각형 단면) 모양이라 모서리에서 법선 방향이 정의되지 않는다. 이건 폰 미제스가 트레스카를 이긴 것과 똑같은 이유로 수치적으로 골치가 아프다 — 유동법칙의 미분이 모서리에서 튄다.

드러커-프라거는 이 육각뿔을 매끄러운 원뿔로 근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α\alphakk를 모어-쿨롱의 cc, ϕ\phi에 맞춰 보정하면 되는데, 원뿔을 육각뿔의 바깥 꼭짓점에 맞출지(외접), 안쪽 변에 맞출지(내접), 평면변형에 맞출지에 따라 보정식이 여러 개 존재한다. 어디에 맞추느냐로 예측이 꽤 달라지므로, “드러커-프라거를 썼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보정을 썼는지 밝혀야 한다.3

4. 유동법칙과 다일러턴시[편집]

압력 의존 모델이 금속 소성과 갈라지는 가장 실무적인 지점이 유동법칙이다. 금속은 연관 유동법칙(소성 변형이 항복면에 수직)을 써도 부피가 안 변해서 문제가 없다. 그런데 드러커-프라거 원뿔면에 수직인 소성 변형은 부피가 팽창하는 성분을 가진다. 이걸 다일러턴시(dilatancy)라 하며, 모래를 전단하면 알갱이들이 서로 타고 넘느라 부피가 부는 실제 현상이긴 하다.

문제는 연관 유동법칙을 그대로 쓰면 이 팽창을 심하게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반 해석에서는 보통 **비연관 유동법칙(non-associated flow rule)**을 쓴다. 항복함수 ff와 별개로 팽창각(dilatancy angle) ψ\psi를 담은 소성 퍼텐셜 gg를 따로 두고, 소성 변형은 gg에 수직하게 흐르도록 한다.

dεp=dλgσ,g=J2+βI1d\boldsymbol{\varepsilon}^p = d\lambda\, \frac{\partial g}{\partial \boldsymbol{\sigma}}, \qquad g = \sqrt{J_2} + \beta\, I_1

β<α\beta < \alpha로 잡아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 대가는 만만치 않다. 비연관 유동법칙을 쓰는 순간 접선 강성 행렬의 대칭성이 깨지고, 유일해가 보장되지 않으며, 변형률 국소화(전단띠) 같은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 비선형 구조해석에서 지반 문제가 금속보다 까다로운 이유의 절반이 여기서 나온다.

5. 캡 모델과 수치 구현[편집]

순수한 드러커-프라거 원뿔에는 약점이 하나 있다. 정수압 압축(원뿔 축의 음의 방향)으로는 원뿔이 무한히 열려 있어서, 흙을 세게 압축하기만 하면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고 예측한다. 실제 흙은 압밀(compaction)로 소성 변형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원뿔의 열린 끝을 타원 뚜껑으로 막은 **드러커-프라거 캡 모델(cap model)**이 등장한다. 전단은 원뿔이, 압밀은 캡이 담당하고 그 사이를 매끄럽게 잇는 구조로, Abaqus 등 상용 코드의 지반 재료 표준 메뉴다.

수치적으로 드러커-프라거는 소성과 똑같이 **리턴 매핑(return mapping)**으로 푼다. 탄성 시험 응력을 계산하고, 원뿔 밖으로 나갔으면 뉴턴-랩슨법으로 소성 승수를 찾아 원뿔면 위로 되돌린다. 다만 함정이 있다. 시험 응력이 원뿔의 꼭짓점(apex) 근처로 나가면 원뿔면으로의 정상적인 리턴이 실패하고, 꼭짓점으로 직접 되돌리는 별도 처리(apex return)가 필요하다. 이 꼭짓점 특이점 처리를 빼먹으면 인장 지배 요소에서 조용히 발산한다 — 압력 의존 모델을 처음 구현하는 사람이 반드시 한 번은 밟는 지뢰다. 소성 승수의 부호 조건은 결국 카루시-쿤-터커 조건으로 정리되며, 이 점에서는 금속 소성과 형식이 동일하다.

6. 관련 문서[편집]

7. Footnotes[편집]

  1. 드러커는 소성 이론의 안정성 공준(Drucker’s stability postulate)으로도 유명한 그 드러커가 맞다. 재료가 “안정”하려면 소성 변형이 항복면에 수직해야 한다는 그 정리인데, 정작 지반 재료는 이 공준을 위배하는 비연관 거동을 하니 본인 이름을 단 모델이 본인 정리를 깨는 아이러니가 있다.

  2. 그래서 드러커-프라거를 “압력 의존 폰 미제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대로 폰 미제스는 “마찰이 없는(α=0\alpha=0) 드러커-프라거”인 셈. 금속을 마찰각 0인 특수한 흙으로 보는 관점은 은근히 통찰을 준다.

  3. 외접(compressive corner)으로 맞춘 원뿔과 내접으로 맞춘 원뿔은 예측 강도가 수십 % 차이 날 수 있다. 논문에서 “Drucker–Prager”라고만 써 있고 보정 방식이 없으면, 리뷰어가 이걸 물고 늘어지는 게 지반 쪽 국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