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쿨롱 모델

편집 역사 토론
구조해석 고체역학 마지막 수정: 2026-07-24 04:42:55

1. 개요[편집]

모어-쿨롱 모델
Mohr–Coulomb model
기원Coulomb (1773) + Mohr (1882)
재료 상수점착력 $c$, 내부마찰각 $\phi$
파괴 판정면 위의 전단응력이 마찰 포락선에 닿을 때
응력공간 형상불규칙 육각뿔 (모서리·꼭짓점 있음)
주 사용처지반·암반·콘크리트·분체

모어-쿨롱 모델(Mohr–Coulomb model)은 어떤 면 위의 전단강도가 그 면에 걸리는 수직응력에 비례해 커진다고 보는 파괴 기준이자, 그것을 소성 이론의 항복함수로 옮겨 놓은 재료 모델이다. 지반공학과 암반공학에서 100년 넘게 기본값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모델이 맞다. 핵심은 한 줄로 끝난다.

τf=c+σntanϕ\tau_f = c + \sigma_n \tan\phi

cc는 점착력(cohesion), ϕ\phi는 내부마찰각(internal friction angle), σn\sigma_n은 그 면의 수직응력이다(지반 관례상 압축을 양으로 잡는다). 흙과 암반은 두 가지로 버틴다 — 원래 서로 붙어 있는 힘 cc, 그리고 눌린 만큼 생겨나는 마찰 σntanϕ\sigma_n\tan\phi. 나무토막을 책상에 올려놓고 옆으로 밀 때 필요한 힘이 무게에 비례하던 그 마찰 법칙을, 재료 내부의 임의 단면으로 확장한 것이다.

금속 항복 조건과 갈라지는 결정적 지점은 정수압 의존성이다. 금속은 사방에서 아무리 눌러도 항복강도가 변하지 않지만, 모래는 옆에서 조여주면(구속압이 커지면) 훨씬 큰 전단을 견딘다. 그래서 폰 미제스 응력이나 트레스카 항복 조건 같은 금속용 기준을 흙에 그대로 쓰면 강도를 통째로 잘못 예측한다.1

2. 파괴 포락선과 모어 원[편집]

이 모델이 “모어”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이유는 모어 원 없이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여러 구속압에서 삼축압축시험을 하면 파괴 순간의 응력 상태마다 모어 원이 하나씩 그려진다. 이 원들에 공통으로 접하는 직선을 그으면 그것이 파괴 포락선이고, 세로축 절편이 cc, 기울기가 tanϕ\tan\phi다. 즉 ccϕ\phi는 이론에서 유도된 상수가 아니라 원들의 공통접선에서 읽어내는 실험값이다.

원과 직선이 접한다는 조건을 기하학적으로 정리하면 주응력 형태가 나온다. σ1σ2σ3\sigma_1 \geq \sigma_2 \geq \sigma_3일 때,

σ1σ32=ccosϕ+σ1+σ32sinϕ\frac{\sigma_1 - \sigma_3}{2} = c\cos\phi + \frac{\sigma_1 + \sigma_3}{2}\sin\phi

왼쪽은 최대 전단응력(가장 큰 모어 원의 반지름), 오른쪽은 점착 항과 평균 응력에 비례하는 마찰 항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바로 보인다. 첫째, ϕ=0\phi = 0을 넣으면 σ1σ3=2c\sigma_1 - \sigma_3 = 2c가 되어 트레스카 항복 조건과 정확히 같아진다 — 트레스카는 마찰이 없는 모어-쿨롱인 셈이다. 둘째, 중간 주응력 σ2\sigma_2가 식에 없다. 최대·최소 주응력만 본다는 점도 트레스카와 공유하는 성질이고, 동시에 실제 흙이 σ2\sigma_2에 어느 정도 반응한다는 실험 사실과 어긋나는 이 모델의 약점이기도 하다.

3. 응력공간에서의 모양[편집]

주응력 공간에서 모어-쿨롱 항복면은 정수압 축을 따라 뻗은 불규칙 육각뿔이다. 편차 평면(π-평면)으로 자르면 변의 길이가 번갈아 다른 육각형이 나오는데, 인장 자오선과 압축 자오선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압축 쪽으로 갈수록 단면이 커지고, 인장 쪽으로 가면 한 꼭짓점(apex)으로 모인다. 이 꼭짓점이 정수압 인장만으로 재료가 끊어지는 한계인 σ=ccotϕ\sigma = c\cot\phi 지점이다.

문제는 육각뿔에는 여섯 개의 모서리와 하나의 꼭짓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는 항복면의 법선이 유일하게 정의되지 않고, 곧 소성 유동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 드러커-프라거 모델이 이 육각뿔을 매끄러운 원뿔로 갈아 끼운 것도 정확히 이 특이점을 없애려는 동기에서였다 — 원뿔을 육각뿔의 어디에 맞추느냐(외접/내접/평면변형)로 예측이 갈리는 문제까지 포함해, 그쪽 이야기는 해당 문서에 정리돼 있다. 정리하면 모어-쿨롱은 실험에 직접 맞춘 원본이고, 드러커-프라거는 수치적 편의를 위한 매끄러운 근사다.

4. 수치 구현의 골칫거리[편집]

유한요소법에 모어-쿨롱을 얹으면 소성·탄소성 해석의 표준 절차인 리턴 매핑을 그대로 쓴다. 탄성 시험 응력을 계산하고, 항복면 밖으로 나갔으면 뉴턴-랩슨법으로 소성 승수를 찾아 면 위로 되돌린다. 다만 되돌릴 면이 하나가 아니다.

  • 시험 응력이 육각뿔의 한 면 바깥이면 그 면으로 되돌린다.
  • 모서리 방향으로 나갔으면 두 면을 동시에 활성화한 다중 표면 리턴을 해야 한다.
  • 꼭짓점 근처면 별도의 apex return이 필요하다.

이 분기를 제대로 짜지 않으면 인장이 지배하는 요소에서 조용히 발산한다. 그래서 상용 코드들은 모서리를 쌍곡선이나 작은 라운딩으로 매끄럽게 뭉개는 변형판(예: Abbo–Sloan 계열 평활화)을 쓰는 경우가 많다. 소성 승수의 부호 조건이 카루시-쿤-터커 조건으로 정리되는 것은 금속 소성과 형식이 같다.

또 하나의 함정은 유동법칙이다. 항복면에 수직한 연관 유동법칙을 쓰면 소성 변형에 부피 팽창(다일러턴시)이 딸려 나오는데, 마찰각을 그대로 쓰면 실제 모래보다 훨씬 크게 부푼다. 그래서 지반 해석은 팽창각 ψ<ϕ\psi < \phi를 따로 둔 비연관 유동법칙이 사실상 국룰이고, 그 대가로 접선 강성 행렬의 대칭성이 깨진다.2 게다가 마찰 재료는 변형이 얇은 전단띠로 몰리는 국소화를 일으켜 해가 격자 크기에 의존하게 되므로, 비선형 구조해석에서는 정칙화 없이 얻은 극한하중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5. 실무 — 흙과 암반에서[편집]

지반 실무에서 모어-쿨롱이 등장하지 않는 계산서는 찾기 어렵다.

  • 사면 안정 — 극한평형법의 안전율은 결국 포락선이 주는 전단강도를 활동면 전단응력으로 나눈 값이다. 유한요소 쪽에서는 cctanϕ\tan\phi를 같은 비율로 줄여 나가다 수렴이 깨지는 지점을 안전율로 삼는 강도감소법(c-φ reduction)을 쓴다. 마른 모래 무한사면의 안전율이 tanϕ/tanβ\tan\phi/\tan\beta라는 결과에서, 안식각이 곧 내부마찰각이라는 유명한 대응이 나온다.3
  • 지지력·토압 — 랭킨/쿨롱 토압계수와 테르자기 지지력 공식의 계수들이 전부 ϕ\phi의 함수다. 옹벽 설계는 지금도 이 계보 위에 서 있다.
  • 유효응력 — 물이 있으면 강도를 지배하는 것은 전응력이 아니라 유효응력 σ=σu\sigma' = \sigma - u다. 간극수압 uu가 오르면 마찰 항이 통째로 줄어 사면이 무너진다. 다공성 매질 유동과 지반 강도가 연성으로 묶이는 지점이며, 강우 사면 붕괴의 표준 설명이기도 하다. 반대로 물이 빠져나갈 시간이 없는 비배수 점토는 아예 ϕ=0\phi = 0으로 두고 비배수 전단강도만 쓰는 총응력 해석으로 다룬다.4
  • 암반 — 절리가 발달한 암반은 강도 포락선이 눈에 띄게 휘어서, 직선 포락선인 모어-쿨롱보다 비선형인 호크-브라운 기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상용 솔버 입력을 위해 관심 응력 구간에서 접선을 그어 등가 cc, ϕ\phi로 바꿔 넣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 분체·입자계이산요소법에서 입자 간 접촉 법칙에 마찰과 결합력을 넣으면, 집합체 수준에서 모어-쿨롱스러운 거동이 창발한다. 연속체 모델의 cc, ϕ\phi를 입자 수준 파라미터로 역산하는 연구가 이 지점에서 이뤄진다.

한계도 분명하다. 선형 포락선, 중간 주응력 무시, 파괴 후 연화·경화 미표현, 응력 이력 무시 — 그래서 실무에서는 캠클레이 계열이나 경화형 모델로 넘어가는 일이 잦다. 그럼에도 모어-쿨롱이 살아남는 이유는 재료 상수가 딱 두 개이고 둘 다 표준 시험으로 바로 나온다는 압도적인 실용성 때문이다. 파라미터 열 개짜리 정교한 모델은 그 열 개를 어디서 구하느냐는 질문 앞에서 대개 무너진다.

6. 관련 문서[편집]

7. Footnotes[편집]

  1. 쿨롱은 전기력의 그 쿨롱이 맞다. 정작 본인이 이 마찰 법칙을 발표한 1773년 논문의 주제는 옹벽과 아치의 토압 설계였고, 전기 실험은 그로부터 십수 년 뒤의 일이다. 공학자로 시작해 물리 교과서에 이름을 남긴 케이스.

  2. 대칭 솔버만 지원하는 코드에서 비연관 유동을 쓰면 강성 행렬을 억지로 대칭화하게 되는데, 이때 수렴이 급격히 나빠진다. “지반 해석은 왜 이렇게 안 도나요”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3. 마른 모래를 부으면 언제나 비슷한 각도의 원뿔이 쌓이는데, 그 각도가 대략 내부마찰각이다. 실험실에 안 가도 되는 몇 안 되는 재료 시험이라, 지반 수업 첫 주에 모래를 붓는 시연이 꼭 한 번은 나온다.

  4. 상용 코드 입력창에서 ϕ\phi를 0으로 넣으면 그 순간 모델이 트레스카로 바뀐다. 비배수 조건의 점토를 ”ϕ=0\phi = 0 해석”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며, 실수로 0을 넣고 “왜 구속압을 올려도 강도가 그대로냐”고 묻는 사고도 같은 자리에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