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밀도행렬 Density Matrix | |
|---|---|
| 다른 이름 | 밀도연산자, 통계연산자 |
| 도입 | 폰 노이만 · 란다우 (1927) |
| 조건 | 에르미트 · 대각합 1 · 양의 반정부호 |
| 순수상태 판정 | Tr ρ² = 1 |
| 시간 발전 | 폰 노이만 방정식 (닫힌 계) / 린드블라드 방정식 (열린 계) |
| 수치적 대가 | 메모리가 상태벡터의 제곱 |
상태벡터로는 “이 계가 무엇인지”를 적을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벡터를 포기하고 행렬로 간다.
밀도행렬(density matrix, 밀도연산자)은 양자계의 상태를 힐베르트 공간의 벡터가 아니라 그 공간 위의 연산자로 기술하는 방식으로, 확률 로 순수상태 에 있는 앙상블에 대해
로 정의된다. 관측량의 기댓값은 로 얻는다. 1927년 폰 노이만과 란다우가 각각 도입했다.
왜 굳이 이런 걸 쓰느냐면, 상태벡터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물리에서 표준이기 때문이다. 유한 온도의 계, 측정 장치·환경과 접촉한 계, 그리고 결정적으로 더 큰 얽힌 계의 부분계는 아무리 애써도 하나로 적히지 않는다. 양자 얽힘이 있는 곳에서는 “전체는 알지만 부분은 모른다”는 상황이 원리적으로 발생하고, 그 부분을 적는 유일한 언어가 밀도행렬이다.
계산 쪽 사정도 알아 두는 게 좋다. 차원 계의 상태벡터는 성분 개지만 밀도행렬은 개다. 이 제곱이 양자역학 수치계산의 손익분기점을 통째로 바꿔 놓으며, 그래서 열린 계 시뮬레이션의 절반은 “밀도행렬을 안 들고 다니는 법”에 관한 것이다.
2. 벡터로는 왜 부족한가 — 중첩과 혼합은 다르다[편집]
가장 흔한 오해부터 정리하자. 과 “50% 확률로 , 50% 확률로 “은 전혀 다른 상태다. 전자는 순수상태이고 밀도행렬이
이다. 를 재면 둘 다 반반이라 구별이 안 되지만, 를 재면 앞은 항상 , 뒤는 반반이다. 차이는 전부 비대각 성분(off-diagonal, 결맞음 항)에 들어 있고, 이 성분이 사라지는 과정이 아래에서 다룰 결어긋남이다.
정의에서 곧바로 따라오는 성질 셋이 밀도행렬의 공리 노릇을 한다.
- 에르미트. . 기댓값이 실수여야 하니 당연하다.
- 대각합 1. . 확률의 총합.
- 양의 반정부호. 임의의 에 대해 . 즉 고유값이 전부 0 이상이다.
거꾸로 이 셋을 만족하는 행렬은 전부 물리적으로 허용되는 상태다. 그래서 밀도행렬 집합은 볼록집합이고, 그 극점이 정확히 순수상태다. 수치 최적화에서 “상태를 변수로 두고 최적화”가 볼록 최적화·반정부호 계획법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 양자 상태 단층촬영이나 얽힘 판정이 SDP로 풀리는 근거.1
한 가지 주의. 앙상블 표현 는 유일하지 않다. 위의 는 반반으로도, 반반으로도 똑같이 나온다. 같은 를 주는 앙상블들은 등척행렬 하나로 서로 연결된다(휴스턴-조자-우터스 정리, 1993).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이지 그것을 만든 이야기가 아니다.
3. 순수도와 폰 노이만 엔트로피[편집]
“얼마나 섞였나”를 재는 가장 싼 척도는 순수도(purity)
다. 는 의 고유값. 로그가 없어서 계산이 싸고, 이면 순수상태, 이면 최대혼합상태 이다. 를 선형 엔트로피라 부른다.
정보이론적으로 제대로 된 척도는 폰 노이만 엔트로피
이고, 고전 섀넌 엔트로피를 고유값 분포에 적용한 것과 같다. 순수상태, 최댓값 은 최대혼합에서 나온다. 이 양이 부분계에 적용되면 그게 얽힘 엔트로피이고, 계산과학에서 왜 중요한지는 그 문서에 몰아 두었다.
곁다리로, 고정된 평균 에너지 아래 를 최대화하면 깁스 상태 가 나온다. 정준 앙상블이 밀도행렬 언어에서는 최대엔트로피 원리의 결론으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4. 블로흐 구 — 큐비트의 지도[편집]
2준위계에서는 밀도행렬을 완전히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에르미트·대각합 1 조건을 쓰면 밀도행렬은 언제나
꼴이고, 양의 반정부호 조건이 정확히 이 된다. 즉 큐비트의 상태 공간은 반지름 1인 공(블로흐 구)이고, 순수상태는 껍질, 혼합상태는 내부, 중심이 최대혼합이다. 순수도가 라 반지름이 그대로 순수도의 눈금이 된다.
이 구조는 양자역학 전용이 아니다. 편광의 결맞음 행렬과 스토크스 파라미터가 수학적으로 같은 물건이라, 편광도 가 에 대응한다. 편광 광학을 아는 사람은 큐비트 상태 기술을 이미 아는 셈.
다만 이 아름다움은 에서만 나온다. 만 가도 상태 공간은 8차원 공간 안의 공이 아니고, 표면의 일부만 순수상태이며 모양이 훨씬 복잡하다. “블로흐 구 직관”을 큐트릿에 그대로 옮기다가 틀리는 사고가 흔하다.
5. 부분대각합과 축소밀도행렬[편집]
밀도행렬이 없으면 못 쓰는 연산이 부분대각합(partial trace)이다. 계가 로 나뉠 때
를 축소밀도행렬이라 부른다. 정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딱 한 문장이다 — 에만 작용하는 임의의 관측량 에 대해 이 성립하고, 이 성질을 만족하는 연산은 부분대각합뿐이다. **“B를 안 볼 것이라면 A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가 다.
여기서 핵심 사건이 벌어진다. 전체가 순수상태 여도, 그것이 얽혀 있으면 는 혼합상태가 된다. 벨 상태 의 한쪽을 지우면 , 즉 완전한 무지다. 전체 상태는 100% 알고 있는데 부분은 최대로 모른다 — 고전 확률론에는 대응물이 없는 상황이고, 이것이 밀도행렬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다.
부수적으로 나오는 것들:
- 는 얽힘의 지표가 된다. DMRG·텐서 네트워크에서 절단 기준으로 쓰는 것이 바로 이 의 고유값이고, 그 고유값은 특이값 분해로 얻은 슈미트 계수의 제곱과 같다. “밀도행렬 대각화”와 “저랭크 근사”가 같은 연산이라는 사실이 DMRG의 전부다.
- 반대로 임의의 혼합상태 는 보조계를 붙여 순수상태로 만들 수 있다(순수화, purification). 유한 온도 DMRG가 열 상태를 다루는 표준 수법이다.
- 전자 상관 문서에 나오는 축소 밀도행렬(1-RDM, 2-RDM)도 같은 연산의 페르미온 판본이다.
6. 시간 발전 — 폰 노이만 방정식과 리우빌 초연산자[편집]
닫힌 계에서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에 대입하면 끝난다.
이것이 폰 노이만 방정식(리우빌-폰 노이만 방정식)이다. 하이젠베르크 그림의 연산자 방정식과 부호가 반대라는 점만 조심하면 된다 — 는 상태이지 관측량이 아니다. 고전 리우빌 정리의 위상공간 밀도 방정식에서 푸아송 괄호를 교환자로 바꾼 꼴이라는 대응이 이름에 남아 있다. 해는 , 로 행렬 지수함수 계산이다.
수치적으로는 이 방정식을 선형 벡터 방정식으로 평탄화하는 것이 표준이다. 를 열 방향으로 쌓아 벡터 로 만들면 크로네커 곱 항등식 에 의해
가 된다. 을 리우빌 초연산자(Liouvillian superoperator)라 부른다. 초연산자라는 이름은 “연산자를 연산자로 보내는 사상”이라는 뜻이고, 크기는 다. 정상상태를 구하는 문제가 의 영공간을 찾는 고유값 문제로 바뀌고, 완화율은 고유값의 실수부(리우빌 갭)로 읽힌다. 희소행렬 저장 + 란초스 알고리즘 계열 반복법이 실무의 기본 조합.
7. 결어긋남 — 비대각 성분이 죽는다[편집]
계가 환경과 얽히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최소 모형으로 보자. 이 상호작용으로 이 되면, 환경을 대각합으로 지운 계의 상태는
이다. 환경 상태들이 직교해 갈수록 이고, 비대각 성분만 사라지고 대각 성분은 그대로 남는다. 이것이 결어긋남(결어긋남, decoherence)이다. 중첩이 앙상블 혼합처럼 보이게 되는 과정이고, 어느 기저에서 대각화되는지는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이 정한다(주렉의 포인터 기저·초선택).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 몇 가지.
- 결어긋남 시간은 에너지 완화 시간보다 보통 훨씬 짧다. 그래서 (완화)과 (결맞음)를 따로 재고, 일반적으로 이다.
- 거시적 자유도일수록 환경 상태가 빨리 직교해서 결어긋남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왜 고양이 중첩을 못 보는가”에 대한 정량적 답이 여기서 나온다.
- 다만 결어긋남은 측정 문제를 풀어 주지는 않는다. 부분대각합으로 얻은 혼합상태는 국소적으로만 고전적 무지와 구별 불가일 뿐, 전체는 여전히 순수한 얽힘 상태다. 이 구별(비고유 혼합 vs 고유 혼합)을 뭉개면 논쟁이 시작된다.2
8. 린드블라드 방정식 — 열린 계의 표준형[편집]
환경을 명시적으로 들고 다니는 대신, 계의 밀도행렬만으로 닫힌 시간 발전 방정식을 쓰고 싶다. 마르코프 근사(환경 기억 시간이 계의 동역학보다 훨씬 짧다) 아래 그 방정식의 일반형이 확정되어 있다는 것이 이 분야의 놀라운 결과다. 고리니-코사코프스키-수다르샨과 린드블라드가 1976년 독립적으로 얻었다.
는 도약연산자(jump operator, 예: 소멸연산자 는 광자 손실, 는 순수 위상 결어긋남), 은 비율이다. 이 형태를 벗어나면 완전양의성(complete positivity)이 깨져서 “확률이 음수인 상태”가 튀어나온다 — 보조계를 붙였을 때만 드러나는 종류의 병이라, 대충 만든 감쇠 항이 조용히 비물리적 결과를 내는 사고가 실제로 자주 난다. 자세한 유도와 변형은 린드블라드 방정식 참고.
9. 수치적 대가와 양자 점프[편집]
여기가 이 문서의 계산과학 결론이다. 큐비트 개 계에서 이므로,
| 대상 | 복소수 개수 | 판정 | |
|---|---|---|---|
| 상태벡터 | 약 | 노트북 | |
| 밀도행렬 | 약 | 16 TB, 불가 | |
| 리우빌 초연산자 (조밀) | 논외 | 저장 자체가 불가 |
은 보통 희소해서 행렬-벡터 곱만 구현하면 명시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상태를 개로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지수의 밑을 2에서 4로 올린다. 큐비트 20개짜리 열린 계 동역학이 40개짜리 닫힌 계와 같은 비용이라는 뜻이고, 이게 열린 양자계 시뮬레이션의 벽이다.
우회로가 몬테카를로 파동함수(몬테카를로 파동함수, 양자 점프/양자 궤적 방법)다. 달리바르-카스탱-묄머와 둠-촐러-리치가 1992년에, 카마이클이 양자 궤적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안했다. 골자는 밀도행렬 대신 확률적으로 발전하는 상태벡터를 여러 벌 굴리는 것이다.
- 비에르미트 유효 해밀토니안 로 를 발전시킨다. 노름이 서서히 줄어든다.
- 줄어든 노름 를 도약 확률로 해석해, 난수로 도약 여부를 뽑는다.
- 도약이 일어나면 로 상태를 갈아치우고, 아니면 정규화만 하고 계속 간다.
- 궤적 개의 를 평균하면 린드블라드 해 로 수렴한다.
메모리는 에서 으로 떨어지고, 궤적끼리 완전히 독립이라 병렬화가 자명하다. 대가는 몬테카를로 방법의 숙명인 통계 오차다. 그래서 손익분기는 대략 “필요한 궤적 수 이 힐베르트 차원 보다 작은가”로 결정된다 — 큰 계일수록 유리해진다. QuTiP 같은 라이브러리가 mesolve(밀도행렬 직접)와 mcsolve(궤적)를 나란히 제공하는 이유가 정확히 이 트레이드오프다.3
더 큰 계로 가려면 결국 밀도행렬 자체를 압축해야 한다. 를 차원 벡터로 본 뒤 그것을 MPS로 표현하는 행렬곱 밀도연산자(MPDO) 계열이 표준 답이고, 여기서도 절단 기준은 다시 슈미트 계수다. 시간이 지나면 결합차원이 터지는 문제도 그대로 물려받는다.
10. 관련 문서[편집]
- 양자 얽힘 · 얽힘 엔트로피 · 양자역학 · 슈뢰딩거 방정식
- 린드블라드 방정식 · 결어긋남 · 몬테카를로 파동함수 · 블로흐 구
- DMRG · 텐서 네트워크 · 특이값 분해 · 저랭크 근사
- 크로네커 곱 · 행렬 지수함수 · 고유값 문제 · 란초스 알고리즘
- 정준 앙상블 · 리우빌 정리 · 편광 · 전자 상관
- 몬테카를로 방법 · 양자 몬테카를로 · 반정부호 계획법 · 쿨백-라이블러 발산
11. Footnotes[편집]
-
애초에 “왜 상태가 하필 이런 행렬이어야 하는가”에도 답이 있다. 글리슨 정리(1957)는 3차원 이상의 힐베르트 공간에서 사영측정에 확률을 부여하는 모든 방법이 꼴뿐임을 보였다. 밀도행렬은 편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결론이라는 뜻. 참고로 정리가 2차원을 제외하는 것은 큐비트에서만 반례가 있기 때문인데, 하필 블로흐 구가 예쁜 그 차원이다. ↩
-
이 지점에서 “결어긋남이 측정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과 “아니다, 문제를 옮겼을 뿐이다”는 주장이 30년째 싸우고 있다. 실무 엔지니어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다 — 어느 해석을 택하든 는 똑같이 짧고, 큐비트는 똑같이 죽는다. 해석 논쟁은 커피 마시면서 하고 코드는 린드블라드로 짜면 된다. ↩
-
궤적 방법의 결과를 보고할 때 궤적 수를 안 적는 것은 몬테카를로 결과에 오차막대를 안 그리는 것과 같은 죄다. 곡선이 매끄러워 보이는 것은 궤적을 많이 쓴 게 아니라 시간 방향으로 평활화가 걸린 탓일 수도 있다. 리뷰어가 제일 먼저 요구하는 그림이 을 4배 올렸을 때 곡선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다. ↩